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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육군 여군 비중 16% 넘어…전승 중요요소 각인

입력 2020. 06. 19   17:39
업데이트 2020. 06. 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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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미 국방부의 ‘평화 및 안보 증진을 위한 여군의 역할과 참여 확대’ 노력


여군으로서 처음으로 미 육군 레인저 특수전과정을 수료한 크리스틴 그리스트의 레인저 특수전과정 훈련 모습.  필자 제공
여군으로서 처음으로 미 육군 레인저 특수전과정을 수료한 크리스틴 그리스트의 레인저 특수전과정 훈련 모습. 필자 제공

미국의 ‘WPS(Women-Peace-Security) 전략’은 무엇인가?

미국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WPS’라는 이름의 전략을 갖고 있다. ‘평화(Peace)와 안보(Security)를 위한 여군(Women)의 역할과 기여’를 담은 전략이다. 2011년 처음 작성된 이후 2017년 법제화 과정을 거쳐, 2019년 국가 차원의 전략으로 발전됐다. 미 국방부는 지난 11일 WPS 전략에 대한 군 차원의 세부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여군과 관련된 전략 및 실행계획을 발전시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실행계획은 여군의 안전·평등·기여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여군의 역할과 기여를 확대해 나가야 하는 한국군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미 여군의 과거와 현재

18·19세기 미 여군의 역할은 초창기 우리 여군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조리사·재봉사·간호사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 3만5000여 명의 미 여군이 참전했으나 교환병·행정병 등의 임무가 추가됐을 뿐이다. 이러한 미 여군의 역할은 1941년 미 육군 여군단이 창설되면서 크게 확대된다. 미 여군이 전문 직업군인으로 자리 잡으면서, 1976년 사관학교에 처음으로 여성의 입학이 허용됐다. 119명의 여생도가 입학해 1980년 62명의 여군이 소위로 임관한다. 1978년에는 남군과 여군이 완전히 통합됐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여군에게는 전투임무가 허용되지 않았다. 2015년이 되어서야 여군의 전투임무 및 여단급 이하 부대에 대한 보직 제한 규정이 폐지된다. 사실상 전투병과를 포함한 모든 직책에 자격 조건을 갖출 경우 여군도 보직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미군에는 여군의 위상 및 역할이 어느 정도 신장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직책이 있다. 그중 하나는 미 육군사관학교의 ‘First Captain’으로 불리는 여단장생도 보직이다. 또 다른 중요 직책은 남군도 힘들다는 미 육군 레인저 특수전과정 수료와 4성 장군 진급일 것이다. 미군에서는 1989년 크리스틴 베이커가 최초의 미 육사 여성 여단장생도가 됐고 2008년 앤 던우디 장군이 최초의 여성 4성 장군으로 진급했으며 2015년 크리스틴 그리스트가 레인저 특수전과정을 수료한 최초의 여군 장교가 됐다. 미 여군이 이러한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오늘날 미 육군에서 여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16%를 훨씬 넘는다. 6명 중 1명 이상이 여군임을 의미한다. 1973년 4만2278명이었던 여군 숫자는 2018년 21만500명이 됐다. 장교만 4만500명에 이른다. 1976년 119명에서 시작된 사관학교 여성 입교자도 2017년 301명으로 증가했다. 이제 800여 명의 여군이 5개 전투사단에서 전투 보병, 기갑, 포병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도 민사작전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2020년 현재, 미 여군의 전투력이 전승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미 국방부 WPS 실행계획


미 국방부 실행계획은 WPS 전략이 갖는 의도를 구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실행계획은 모든 분쟁 영역에서 여군의 실질적인 참여를 확대하고 우방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함으로써 국가안보 능력을 신장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WPS 실행계획은 분쟁과 위기 영역에서 이뤄지는 군사활동, 작전 등에 여군의 관점과 역할을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미 국방부는 WPS 전략의 4대 추진중점 이행을 위한 3대 국방목표를 설정했다. 미 국방부의 조직, 정책, 계획, 교리, 훈련, 작전, 연습 분야에 WPS 전략이 구체화한 것이다.


세계 전략환경의 변화와 WPS 실행계획이 주는 의미

전 세계 분쟁 양상은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진화되고 있으며, 변화의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미국의 안보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는 경쟁자들과 ISIS 등 적대세력들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전투원을 모집하고 있다. 미군은 적대세력들이 여성 등 다양한 인구를 활용함으로써 전략적 이득을 도모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미 국방부의 WPS 실행계획 발전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 WPS 실행계획은 변화하는 전략환경에서 경쟁자들의 도전에 대응하고 적을 격퇴하기 위해, 분쟁의 모든 영역에서 군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의 전문성과 관점을 계획수립과 작전에 반영하고 있다. 다영역 작전환경에서 작전적 위험을 감소시키고 다양하고 혁신적인 전투력을 보장함으로써, 미 국방전략에서 명시한 치명성을 갖춘 합동군 구축을 지원하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평시는 물론 분쟁 시에도 여군을 양성하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변화하는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며 임무의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미군의 이러한 인식은 상징적인 여군의 역할 확대를 넘어 실질적인 참여와 기여를 만들어내고 있다.


미 WPS 실행계획 성공은 동맹 및 우방국과의 협력에 달려

미군은 동맹 및 우방국과 함께 지켜온 ‘인권과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유지’를 WPS 전략의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있다. WPS 실행계획은 분쟁과 위기상황에서 전 세계 여군의 역할과 기여를 확대하기 위해, 동맹 및 우방국과의 협력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한다. 미군은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한 여군의 역할 증진 노력이 동맹을 강화하고 새로운 우방국의 참여와 지지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미 국방부는 동맹 및 우방국과 WPS 전략 및 실행계획을 공유하고 함께 추진함으로써, 상호운용성을 증진하고 현대전의 복잡한 도전과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병력자원 감소하는 전략 환경에서 여군의 실질적 역할 확대 노력은 필수과제


최근 한반도 안보상황의 불가측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총력안보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것은 오늘의 안보상황이 매우 위중함을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병력 자원의 감소는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고 도발 위협에 대처하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 군으로서는 심각한 도전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전략환경에서 여군 인력을 늘리고 분쟁과 위기 상황에서 여군의 실질적 역할을 확대하는 노력은 필수과제가 돼야 한다. 미 국방부의 WPS 실행계획 공유 및 협력은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면서 한반도 안보위기를 해소하는 데에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신경수 예비역 육군소장
前 주미국방무관
한미동맹재단 사무총장,육군 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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