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6.25 70주년, 해외참전용사 희망드림 코리아

[6.25전쟁 70주년] “유치원보다 일하고 싶어요” 네 살 꼬마 철들게 한 가난

김용호

입력 2020. 06. 10   16:59
업데이트 2020. 06. 1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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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참전용사 3세 나타나엘

 
강뉴 부대 소속이었던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 다섯식구 생계 힘들어져
“빨리 커서 아빠 도와드리고파”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가정 경제에 직격탄을 맞아 아빠의 일감마저 빼앗긴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 3세 나타나엘 가족(왼쪽부터 할머니, 나타나엘, 동생 다금, 엄마). 
 사진=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용사후원회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가정 경제에 직격탄을 맞아 아빠의 일감마저 빼앗긴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 3세 나타나엘 가족(왼쪽부터 할머니, 나타나엘, 동생 다금, 엄마). 사진=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용사후원회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전 세계 확진자가 703만 명, 사망자는 40만4000명을 넘어섰다고 9일 세계보건기구가 밝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구촌 경제가 붕괴 위기에 놓여 있다. 머나먼 이국땅 아프리카도 코로나19 여파로 내상이 심각한 상태다.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친구가 되어 준 에티오피아도 마찬가지다.

에티오피아는 지난 4월 말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4억1100만 달러(약 5010억 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수혈받아 활로를 모색 중이다. 에티오피아는 코로나19로 내수 시장이 사실상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시장 경제가 위축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건 서민들이다. 비정규직 일자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어 주머니 사정이 더욱 나빠졌기 때문이다. 수십 년째 아프리카 최빈국 오명을 벗지 못한 에티오피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95달러(2017년 IMF 발표 기준)로 190개국 가운데 168위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북쪽 외곽 굴렐레 지역의 한국전쟁참전용사촌에 살고 있는 참전용사 후손들은 살길이 막막하다. 이들은 대부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가난을 대물림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일자리를 잃었거나 잠재적 실업자로 전락해 가정 파탄 위기에 놓였다.

나타나엘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가족 사진.
나타나엘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가족 사진.

굴렐레에 사는 6·25전쟁 참전용사 3세 나타나엘(4)은 단칸방 판잣집을 전전하고 있다. 어두컴컴한 단칸방은 할머니와 아빠·엄마, 동생 등 다섯 식구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보금자리다. 작은 부엌이 딸린 방은 누더기처럼 여기저기 덧댄 흔적이 역력하다. 천장은 도배가 울고 빗물에 젖어 만신창이다. 세월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풀썩 주저 않은 곳도 있어 최악의 상황이다. 지붕에 물이 새 벽 곳곳이 썩어 검버섯처럼 곰팡이가 만연하다.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지만, 빠듯한 살림 탓에 집수리는 꿈도 못 꾼다.

대물림하는 가난을 탈출하지 못하는 나타나엘은 할아버지의 호탕한 성격을 쏙 빼닮았다. 그의 할아버지는 6·25전쟁 참전영웅이다. 할아버지가 소속된 부대는 1951년 4월 13일 출국 신고식에서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로부터 ‘상대에게 결정적 타격을 주거나 궤멸시키는 대대’라는 의미의 강뉴(Kagnew)대대라는 명칭을 부여받았다.

황실근위대를 주축으로 한 강뉴대대 1진 1188명(파한 에티오피아군 사령부 요원 35명 포함)은 열차로 이동, 다음 날 지부티항에서 미군 수송선 ‘제너럴 매크리아(General Macrea)호’에 승선했다. 그리고 21일간의 긴 항해 끝에 1951년 5월 6일 아침 부산항에 도착해 이승만 대통령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6·25전쟁에 참전했다. “이길 때까지 싸워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워라”라는 셀라시에 황제의 명령을 받은 에티오피아군은 미7사단 32연대에 배속돼 최전방 강원도 화천, 철원의 낙타고지와 1073고지 방어 전투 등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황제 명령에 부응이라도 하듯 강뉴대대는 1965년 3월 철수할 때까지 253전 253승이라는 불패 신화를 창조했다. 단 한 번의 패배도 용납하지 않았던 그들은 단 한 명의 포로도 없는 세계 전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많이 남겼다.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용감한 6·25전쟁 참전용사였어요. 15년 전 할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어요. 이때 준비 없이 가장이 된 아빠는 우리 가족 생계를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살림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어요.”

화물차 운전을 하는 아빠는 한 달에 2~3번 집에 들어온다. 이렇게 해서 아빠가 벌어 오는 월수입은 우리나라 돈으로 8만 원 남짓. 다섯 식구가 먹고살기엔 빠듯하다. 요즘 코로나19 충격 여파가 나타나엘 가족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은 아빠의 일감마저 빼앗아 버렸다. 눈앞의 현실은 생계가 막막하다는 것.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에 비해 코로나19 피해가 훨씬 크다는 사실도 이때 깨달았다.

죽음보다 더 무서운 배고픔과 가난은 꼬마를 너무 빨리 철들게 했다. 네 살배기 나타나엘은 아빠처럼 운전기사가 되는 게 꿈이다. 에티오피아에서 운전면허증은 취업 보장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차를 타 본적도 시동을 걸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운전만이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임을 안다.

“운전면허증을 따서 가족이 더 편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도 유치원도 가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어요. 이런 것을 가능케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니까요.”

한편으로 나타나엘은 또래 친구들이랑 유치원에 가고 싶어 한다. 유치원 가는 친구들을 보면 질투심이 생기다가 금방 가라앉는다. 다람쥐 챗바퀴 돌 듯 포기와 체념이 이미 몸에 배었다. ‘할 수 있는 것’보다 ‘못하는 것’이 많은 세상에 살고 있는 나타나엘은 자연스레 욕심을 사치로 여긴 지 오래다. 그의 가족에겐 소박한 바람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타나엘이 돈 걱정 없이 유치원에 등원하는 것이란다. 김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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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랑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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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리랑 인형 당첨자 
노희승(인천 중구), 유형순(서울시 동작구)

김용호 기자 < yhkim@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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