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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전우, 함께 이겨낸다

김상윤

입력 2020. 05. 19   16:59
업데이트 2020. 05.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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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위기 속 ‘전우애’의 재발견


개인주의적이라 여겨졌던 신세대 장병들이 끈끈한 ‘전우애’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은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장병들이 방역작전에 앞서 서로의 복장을 점검해 주는 모습.  조종원 기자
개인주의적이라 여겨졌던 신세대 장병들이 끈끈한 ‘전우애’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은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장병들이 방역작전에 앞서 서로의 복장을 점검해 주는 모습. 조종원 기자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포상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장병들은 자진해서 코로나19의 최전선으로 달려갔다. 임무 완수를 위해 휴가를 반납하고 전역을 연기했다는 소식도 잇따랐다. 개인주의적이라 여겨졌던 신세대 장병들의 헌신이었다. 그런데 많은 장병이 헌신의 가장 중요한 동기이자 원동력을 ‘전우’라고 말해 더 큰 감동을 준다. 코로나19 위기 속 ‘전우애’의 재발견은 신세대 장병들을 이끌고 강군을 건설해야 할 우리 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병사는 무엇을 위해 싸우나 

끝까지 싸울 수 있는 동기 ‘전우애’

 
코로나19 위기 상황은 우리 군이 ‘전우애’의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우애’는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가치다. 병영생활과 훈련, 전투를 함께 수행하면서 병사들 사이에 형성되는 가족과 같은 인간적 친밀감과 연대감이 바로 전우애다. 이는 조국애, 군인정신, 이데올로기 등 거대한 명분이나 숭고한 가치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흔히 군인이 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유가 이런 숭고한 사명들 때문이라 간주한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선 더 근본적인 전투의 동기로 ‘전우애’를 제시한다.

중앙대학교 최영진 교수는 미 육군참모대학 전략연구소가 2003년 발간한 『그들은 왜 싸우는가: 이라크 전쟁에서 전투 동기(Why They Fight: Combat Motivation In The Iraq War)』를 이런 전우애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 사례로 꼽았다. 레너드 웡(L. Wong) 박사를 중심으로 한 연구진은 2003년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미군과 이라크 병사들을 대상으로 전투에 나가 싸우는 이유를 탐색했다. 그 결과 미군은 ‘동료를 위해 싸운다’는 개념이 분명했다. 한 병사는 “만약 전우가 나 때문에 죽는다면, 그것은 내가 죽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강한 유대감을 나타냈다. 이런 끈끈한 전우애는 미군 병사 개개인의 높은 책임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전우애’의 중요성은 6·25전쟁이나 베트남전에서도 확인됐다. 6·25전쟁의 전투 동기를 분석한 로저 리틀(R. Little)은 “수개월씩 함께 전투에 참가한 전우들 간에는 견고한 전우애(buddy relation)가 형성됐고, 이것이야말로 생존에 결정적 요인”이라고 결론지었다. 베트남전을 연구한 찰스 모스코스(C. Moskos) 역시 “동료애가 부대전투력(unit effectiveness)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생명이 위태로운 전장에서 앞선 병사가 전진할 수 있는 것은 후위 병사가 자신의 뒤를 잘 봐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전우애는 병사들이 끝까지 싸울 수 있는 중요한 동기이자 극한 상황에서 ‘심리적 쿠션’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 용사들 100명에게 듣다
위기극복 큰 힘 된 존재는 가족보다 ‘전우’였다 

이 같은 개념은 현재 우리 장병에게도 투사된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조직’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는 밀레니얼·Z(MZ)세대 장병들도 위기 상황에서는 뜨거운 ‘전우애’를 바탕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실제 육군32사단이 최근 코로나19 대민지원에 참가한 병사 1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는 이러한 사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설문에 의하면 ‘코로나19 극복에 가장 큰 힘이 된 존재’는 예상과 달리 ‘전우’(43%)가 1위를 차지했다. ‘부모님 또는 가족’(35%), ‘이성 친구나 사회 친구’(17%)보다 ‘전우’가 먼저였다. 힘들고 어려웠던 코로나19 관련 대민지원을 이겨낸 원동력에 대해서도 사명감을 우선 순위로 선택했다. 관련 질문에 ‘내 가족을 지키겠다는 사명감(34%)’과 ‘함께 싸우는 전우(30%)’라는 응답이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차지했다. ‘포상에 대한 기대감’이라 답한 병사는 불과 10%였다. 또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동참하게 된 가장 큰 이유’에 대해서는 ‘자발적 의지’(69%)라고 답한 병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포상’을 기대하고 대민지원에 나섰다는 응답은 단 3%에 불과했다. 병사들은 ‘코로나19 극복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보람’(40%)과 ‘전우애’(35%)를 골랐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장병들의 전우애가 더욱 끈끈해진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병사들은 ‘우리 군에 필요한 조직문화’로서 ‘전우애를 바탕으로 한 가족적인 문화’(39%)와 ‘수평적인 의사소통의 문화’(29%),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는 문화’(28%)를 선호했다. ‘엄정하고 철저한 위계질서의 문화’라고 응답한 비율은 가장 낮은 4%였다.

32사단 이승진(중령) 공보정훈참모는 “코로나19 위기 경험은 앞으로 우리 군이 MZ세대 용사들을 어떻게 지휘통솔해야 하는가를 느끼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세대 병사, 어떻게 이끌 것인가 

자기 주도적 활동서 성과…가족적 병영문화 과제

사회·문화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신세대 병사들의 의식과 가치관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이런 신세대 병사들의 ‘다름’에 직면한 많은 지휘관이 지휘 방향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신세대 병사들을 임무에 헌신하게 한 내적 동기가 무엇인지를 잘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미군의 직업군인과 달리 우리 병사들은 약 2년의 의무복무를 한다. 따라서 해외의 연구결과를 우리 군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군인이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는가’라는 질문은 징병제를 유지 중인 우리 군에도 큰 의미가 있다. 이는 병사들에게 물질적 보상 이외에 어떤 값진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라크전에서 미군 병사들에게 ‘전우애’만큼이나 중요한 전투 동기가 된 것은 거창한 대의명분이 아닌 ‘이라크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킬 것이란 믿음’이었다는 평가가 있다. 이를 코로나19 상황에 적용해 보면,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되찾는 일을 돕는다’는 지극히 단순한 목표가 병사들에게 더욱 실질적인 헌신의 동기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국민의 행복한 표정과 감사의 말에서 어떤 포상보다 더 큰 기쁨과 사명감을 느꼈다”는 병사들의 소감이 이를 반영한다.

코로나19 대민지원 병사들을 지휘한 간부들은 “임무의 중요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대민지원에 나선 병사들은 누군가 지켜보지 않아도 강한 책임감으로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처럼 왜 싸워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 병사들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MZ세대는 피동적인 상황보다 자기주도적인 활동에서 더욱 좋은 성과를 나타낸다. 자신이 이 임무를 왜 해야 하는지, 그것이 전체 조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았을 때 제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 일방적인 지시와 위계에 의한 강압은 신세대의 자발성과 책임감을 낮추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병사들이 가족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선호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민간의 한 세대 전문가는 “신세대 장병들은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를 기반으로 평등하고 빠른 정보공유를 누리면서 살아왔다”며 “군 조직으로서 기강을 유지한 가운데 상·하급자 및 동료 간 소통 및 전우애가 넘치는 가족적인 병영문화를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조언했다. 김상윤 기자



대학내일 20대연구소박재항 고문에게 듣는 신세대 장병
나의 소신·관계 중시끈끈한 전우애로 발현


본지에 MZ세대의 특성에 대해 논하는 ‘MZ세대를 말하다’ 기획 연재를 하고 있는 대학내일 20대연구소 박재항 고문은 “신세대 병사들이 코로나19 상황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방식은 기존 세대와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롭다’, ‘서로의 책임과 권리를 명확히 한다’, ‘즐길 줄 안다’ 등으로 표현되는 MZ세대의 특성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신세대 병사들에게도 고스란히 나타났다는 것.

특히 박 고문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개인화’라는 특성을 가진 신세대 장병들이 ‘전우애’를 발현하게 된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MZ세대는 사회적 잣대나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의 소신과 가치관, 관계를 중요한 기준으로 봅니다. 조직 체계 내에서의 상하관계나 즉각적인 경험을 할 수 없는 시·공간의 제약을 가진 관계보다 현재의 삶 속에서의 관계를 중시하죠. 이번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신세대 병사들이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전우’와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며 끈끈한 ‘전우애’를 형성한 것도 이런 특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어 박 고문은 “신세대 병사들이 자발적 의지로 코로나19 극복에 동참한 것과 외출·외박이 통제되는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며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자신과 연결된 관계 속에서 중요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 고문은 신세대 병사들이 포상에 대한 기대보다 함께 고생한 전우와의 관계를 더욱 가치 있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자신의 안전과 이익은 물론, 나아가 자기를 중심으로 관계 맺고 있는 ‘가족’, ‘전우’ 등 소중한 존재를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정 기자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김민정 기자 < mjnews0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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