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장군의 서재

‘군인수독오거서’(군인이라면 다섯 수레에 실을 만큼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 강한 군대 만든다

임채무

입력 2020. 02. 25   16:18
업데이트 2020. 02. 2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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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태 육군72사단장


『대망』
야마오카 소하치 저 |
박재희 역 | 동서문화사 

 
군인의 필독서
소령 진급 후 접해 3회독
다시 읽고 싶은 책 1순위
조직 관리·인간 이해 도움 

 
‘1년에 100권’ 독서광
우수 간부가 되기 위해선
독서가 반드시 선행돼야
상상·추상력 향상에 필요 

 

‘군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상상력과 추상력을 키우는 데 독서가 최고’라는 김종태 육군72사단장이 국방일보와 ‘장군의 서재’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대 제공
‘군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상상력과 추상력을 키우는 데 독서가 최고’라는 김종태 육군72사단장이 국방일보와 ‘장군의 서재’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대 제공
김종태 사단장의 공관 내 서재 모습. 김 사단장의 서재에는 양서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부대 제공
김종태 사단장의 공관 내 서재 모습. 김 사단장의 서재에는 양서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부대 제공

“‘강한 군대’는 군의 존재 이유입니다. 본질과도 같은 것이죠. 이를 위한 조건으로는 첫째 우수한 간부(장교단)가 있어야 되고, 둘째 실전적인 훈련이 이뤄져야 하며, 셋째 상하동욕(上下同慾·상관과 부하가 추구하는 방향과 마음이 같아지는 상태)이 돼야 합니다. 독서는 이런 조건들을 이뤄줄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인은 왜 독서를 해야 하는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김종태 육군72사단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특히 그는 우수한 간부가 되기 위해서는 독서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방증하듯 그 역시 1년에 양서 100권을 읽을 만큼 상당한 독서광이었다.


대하소설 『대망』 추천

김 사단장이 추천하는 책은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가 쓴 대하소설 『대망(大望)』이다.

“원제 ‘도쿠가와 이에야스’로도 많이 알려졌지만, 처음 읽게 된 계기는 고(故) 김대중 대통령께서 옥중에서 읽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입니다. 마침 소령으로 진급한 터라 제 자신에게 주는 축하 선물로 사서 읽었던 책입니다. 그 후로도 대대장, 연대장 시절까지 총 3회독을 했습니다. 무려 20여 권으로 돼 있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또다시 읽고 싶은 책 우선순위 1번입니다.(웃음)”

『대망』은 일본 전국시대 효웅 ‘오다 노부나가’와 지장 ‘도요토미 히데요시’, 덕장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삶과 인생 역경, 전쟁을 그린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어린 시절 볼모 생활에서부터 일본 통일까지 숱한 전투와 인간사를 다룬 파란만장한 드라마 같은 책이다.

“무장들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여인들의 역할이 곳곳에서 소금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이에야스의 어머니 ‘오다이’의 헌신, 히데요시의 처 ‘네네’의 지혜로움, 노부나가의 조카딸 ‘요도기미’의 방자함 등에서 역사를 이뤄가는 것은 남성이라기보다 여성임을 은연중 내비치기도 해 흥미를 더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 책이 국가경영에서부터 개인의 삶까지 아우르는 데에 재미와 유익함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조직을 관리하고 통솔하는, 무엇보다 인간에 대해 잘아야 하는 군인의 필독서로 꼽았다.


군인 자질 향상에 독서만 한 것이 없어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그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단호한 말로 대답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제가 독서를 강조하는 하는 이유는 독서가 군인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키우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전장은 불확실한 상황의 연속입니다. 이때 임무 완수는 물론 부대와 부하들을 온전히 살리기 위해서는 적의 지휘관보다 뛰어난 ‘상상력(想像力)’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래야 마찰요소를 최소화하고, 희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복잡한 상황에서 핵심만을 뽑아낼 수 있는 ‘추상력(抽象力)’이 있어야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습니다. 특히 장교의 경우 고급제대 지휘관이 될수록 상상력과 추상력이 요구되는데, 이 두 가지 능력을 키우는 데 독서만 한 것이 없습니다.”

스필버그 감독이 ‘공룡의 피를 머금은 모기 화석’이라는 상상력에서 영화 쥐라기 공원을 만들어냈듯, 예측할 수 없는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휘관의 상상력과 추상력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전시 지휘관의 잘못된 판단으로 수많은 부하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기에 군인은 평소 이러한 것들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된다고 했다. 여기에는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 주민은 물론 적지의 주민들까지 보호할 수 있는 의식과 능력도 포함된다.

“군인은 역사·고전을 비롯한 인문학 서적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종교와 문화에서도 균형된 시각을 지녀야 합니다. 그래야만 미래 전쟁의 다양한 전투현장을 대비할 수 있고,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전장의 중요한 순간마다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사내라면 모름지기 다섯 수레에 실을 만큼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가 아닌 군인수독오거서가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수불석권, 시간 없다는 이야기는 핑계

그의 독서 사랑은 부하들이 모두 알 만큼 부대 내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사실 이번 인터뷰도 평소 그가 독서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안 부하들이 추천해 성사됐다.

“수불석권(手不釋卷). 독서에 있어 제가 강조하는 말 중 하나입니다. 책을 손에서 놓으면 안 됩니다. 자랑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학창 시절부터 군 생활의 시작인 육사생도, 그리고 지금까지 시간이 나면 꼭 책을 읽습니다. 처음에는 재미로 읽던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됐죠. 억지로 시간을 내서 읽으려고 하면 잘되지 않지만, 조금씩 짬을 내 책 읽기에 도전하다 보면 어느새 책과 함께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다’는 것은 핑계 같지 않은 핑계입니다.”

말보다는 실천이 앞서는 그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독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더욱이 그 범위를 넓혀 군에서 장병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의 복지인 ‘자기계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 부대에서는 매일 오전·오후 일과 시작 전 10분 동안을 책을 읽는 ‘지력단련의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지휘관으로서 부하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한 방책이었죠. 용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고, 다음 사람을 지정해 책을 소개하도록 하는 북 리딩 챌린지(Book Reading Challenge)를 우리 부대에 맞게 실천하고 있는 ORC(Olympic Reading Club)는 용사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 부대는 장병 자기계발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OCC(Olympic Culture Complex·미래지향형 복합문화센터)가 있습니다. 장병들과 군인가족들의 문화욕구 충족을 목표로 지난해 8월 개장했습니다. 장병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최상의 복지를 누릴 수 있는 곳이죠. 또한 시원스쿨과 협약을 맺어 어학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운전면허 취득과 각종 자격증 취득을 돕고 있습니다. 모든 게 독서를 통해 얻고, 꿈꾸며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지금이라도, 어떤 책이라도 독서를 시작하길 추천합니다!” 임채무 기자


임채무 기자 < lims86@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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