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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희정 문화산책] 테디베어 코트와 뮤지엄

입력 2019. 12. 26   15:04
업데이트 2019. 12. 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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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희 정 
상명대학교 박물관장
하 희 정 상명대학교 박물관장



지난해에 이어 올겨울에도 테디베어 코트가 유행이다. 고가격대의 국외 유명브랜드에서 저가격대의 SPA 브랜드까지, 코트뿐만 아니라 재킷·점퍼 등 다양한 아이템이 눈에 많이 띈다. 일명 뽀글이 패션으로 불리는 것으로, 양털 플리스·폴라 플리스 등 천연소재에서 합섬소재까지 몽글몽글함과 포근한 느낌으로 인해 남녀 불문하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테디베어 코트는 표면의 부드러운 털이나 직물의 파일 사이사이에 공기층이 있어서 보온성이 높아 따뜻하다. 더불어 곱슬곱슬하고 복슬복슬한 부드러운 촉감이 마치 푸들 강아지를 만지는 느낌도 들고, 어릴 적 가지고 놀던 곰 인형 곰돌이를 안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요즘 같은 영하의 날씨에 제격이다.

곰 인형의 대명사로 사용되고 있는 테디베어의 유래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테디라는 애칭으로 불린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냥에서 새끼 곰을 살려주었고, 이것을 소재로 유명한 신문 만화가가 발표하면서 이슈화됐으며, 뉴욕의 사업가가 이를 모티브로 곰 인형을 만들어 상점에 전시하면서 ‘테디의 곰(Teddy’s Bear)’이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그러나 테디베어가 세계적으로 사랑받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다. 전쟁의 포화 속에 장난감을 만드는 공장들조차 모두 군수품을 만드는 공장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손바느질로 만들어진 테디베어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하는 치유의 힘을 갖게 됐다. 그렇게 테디베어는 우리와 함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테디베어가 100년이 지나도록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된 데에는 테디베어 아티스트들의 역할이 컸다. 테디베어를 수집하고, 오래된 테디베어를 복원하면서 테디베어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와 함께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테디베어 역사와 문화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 테디베어 하면 제주에 있는 조안 테디베어 뮤지엄이 생각난다. 테디베어 아티스트인 조안오 관장님의 스튜디오이면서 다양한 테디베어를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테디베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박물관이다.

조안 테디베어 뮤지엄 1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옷감을 짜는 직기(織機)가 보인다. 테디베어 특유의 촉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씨실과 날실을 엮으면서 끊임없이 연구한 작가의 열정이 느껴졌다. 좌우에는 브랜드의 역사를 말해주는 조안 1984 클래식이 있다.

2관에는 오페라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테디베어들이 있고, 북극곰 살리기 운동으로 탄생한 폴라 베어, 알파벳 대문자가 가슴에 새겨진 이니셜 베어 등이 다양한 표정으로 전시돼 있다. 나이가 듦에도 곰돌이를 보고 마음이 푸근해지는 걸 보면 내 안에 유치함이 남아있음이다.

3관에는 고유 캐릭터 라인인 조안 패밀리가 있다. 직기 앞에 앉아있거나 테디베어를 디자인하고 봉제하는 조안 시니어 베어가 전시된 것을 보면서 마치 내가 옷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테디베어 코트를 입고 테디베어 뮤지엄 안에서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올해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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