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속 현대 군사명저를 찾아

1945년 이후 미 행정부 국방 전략과 변화 명쾌하게 분석

입력 2019. 11. 22   17:13
업데이트 2019. 11. 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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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에릭 라슨 『1945-2016 전력 기획 시나리오: 국방 전략 기획의 유래와 실제』


(Eric V. Larson, Force Planning Scenarios, 1945-2016: Their Origins and Use in Defense Strategic Planning. 2019)

 
저자 30년 이상 미 국가안보실과 백악관서 정책분석관으로 근무
2016년까지 시기별 전쟁 계획·전략 개념·주요 사건·함의 등 담아
안보 환경 변화 따라 전략 만들어지는 공식과 셈범 상세히 설명 

 

지난 15일 국방부에서 열린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기자회견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가 올해 발간한 책 『1945-2016 전력 기획 시나리오 : 국방 전략 기획의 유래와 실제』는 시대별 미 행정부의 국방 전략과 변화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준다.  국방일보 DB
지난 15일 국방부에서 열린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기자회견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가 올해 발간한 책 『1945-2016 전력 기획 시나리오 : 국방 전략 기획의 유래와 실제』는 시대별 미 행정부의 국방 전략과 변화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준다. 국방일보 DB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가 올해 발간한 『1945-2016 전력 기획 시나리오: 국방 전략 기획의 유래와 실제』는 국가정책, 군사전략의 문법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30년 이상 미 국가안보실과 백악관에서 정책분석관으로 일했던 에릭 라슨은 이 책에서 1945년부터 2016년까지 12개 미 행정부의 전쟁 시나리오, 우발 사태, 전략 개념, 전력 구조를 제시하고 그 속의 공식과 셈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전력 구조와 전략 개념

국가 스스로 이기적 생존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세계에서 국방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은 의외로 넓지 않다. 전략의 몸체가 되는 전력(Force)도 마찬가지다. 비싼 무기로 많은 병력을 무장하면 좋겠지만 국가 자원이 한정돼 있으니 가능한 조합을 찾아 ‘전력 구조(Force Structure)’를 짤 수밖에 없다.

국가는 국제 안보 환경과 위협, 국가 정책·전략을 바탕으로 개연성 있는 사건, 대응 방책, 우선순위 등을 산출한다. 그리고 이를 정리해 국방 및 군사 전략을 수립한다. 그런 연후에 국제 안보 환경으로부터 군사 전략을 관통하는 논리를 찾아 다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데 이것이 ‘전략 개념(Strategic Concept)’이다.


전쟁 시나리오 수립 과정


전략 개념은 생존을 위한 공식을 압축한 것으로서, 개연성 있는 사건 등을 산출하는 출발점이 되고 군사 전략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전력 구조도 전략 개념 속에서 방정식을 찾는다.

그러나 사건은 예측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이 경우 준비했던 전략은 무용하다. 따라서 국가는 개연성은 적지만 일단 발생하면 국가 이익을 위협하는 사건들을 추린다. 이것이 ‘우발 사태(Contingencies)’다. 이익을 크게 위협하는 것은 계획으로 발전시키고 그렇지 않은 것은 목록만 유지한다. 정책, 전략 담당 층은 우발 계획 혹은 목록을 놓고 기존의 전략 개념, 전력 구조를 이리저리 대입해가며 대응책을 점검한다. 여기에 6하 원칙의 살을 붙여 ‘전쟁 시나리오(War Scenario)’를 만든다.


1952년 미 합동기획프로그램


트루먼과 아이젠하워 행정부 시기 미국의 전쟁 시나리오는 주적 소련과 다면(multi-front) 동시 전쟁이 벌어졌을 때의 교전 지역, 전력비, 증원 시간 장경(長徑)에 관한 것이었다. 기본 골격은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 독일 혹은 프랑스의 전쟁 시나리오와 매우 유사했다.

미국은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전쟁이 유럽·중동·아시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이에 대응할 다양한 전략을 기획하기 위해 1952년 합동기획프로그램(Joint Program for Planning)을 만들었다. 오늘날 합동전략기획체계(JSPS·Joint Strategic Planning System)의 전신이다.

초기의 합동기획프로그램은 이전에 구상한 전쟁 시나리오, 우발 계획을 구현할 수 있는 공식을 산출해 시간과 능력별로 구분해 놓은 것이었다. 합동전략능력기획(Joint Strategic Capabilities Plan), 합동전략목표기획(Joint Strategic Objectives Plan) 등의 개념과 틀도 이때 나왔다.


2와 2분의 1 전쟁 계획


미국이 소련과의 다면 동시 전쟁에서 우위를 자신했던 것은 압도적 핵 능력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소련과 중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자 미국은 전쟁 계획과 전략을 변경해야 했다. 다면 동시 전쟁에 모두 대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2개 주요 전장에서 승리하고 1개의 국지도발을 제압한다는 ‘2와 2분의 1 전쟁 계획(2-1/2 war)’과 국지 재래전의 재현 가능성에 주목한 ‘유연 반응 전략(Flexible Response)’이 나온 배경이다. 이는 모두 케네디 행정부 때였다.

기획 활동의 정수를 담은 ‘2와 2분의 1 전쟁 계획’은 최초의 전략 개념이었다. 제목만 보고도 국가 행위자의 목표가 무엇인지 단박에 인식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이 전략 개념을 도출하기 위해 미국은 1961년부터 1964년까지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연구를 거듭했다. 이후에도 발전이 거듭돼 1970년대 초까지 전쟁 시나리오, 워 게임, 체계 분석, 운영 분석 등의 방법론이 안착하고 계획예산제도(PPBS) 등의 과학적 도구가 개발됐다.


미 국방 전략 개념의 변환

한편 1960년대 초반부터 공산권 내부에서는 균열 조짐이 보였다. 중국과 소련의 적대적 대치는 1969년 중·소 국경 분쟁으로 극에 달했다. 이런 국제 안보 환경의 큰 변화에 발맞춰 나온 것이 ‘닉슨 독트린’이었다. 주요 내용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직접적·군사적 개입을 피하며, 아시아 각국의 주권과 자주를 존중하겠다는 것이었다. 베트남전의 실패를 핵심 변수로 한 일종의 정치적 행위였지만, 선언으로만 끝나지 않고 군사적 변환도 함께 진행했다.

닉슨은 1969년 9월 10일 국가안보회의에서 “닉슨 독트린을 구현하기 위한 ‘두 번째 세계 전략(Worldwide Strategy 2)’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두 번째 세계 전략’이란 ‘1과 2분의 1 전쟁 계획(1-1/2 war)’이었다. 중국-소련의 갈등, 미-중 데탕트로 미국이 2개 주요 전장에서 동시에 전쟁을 벌여야 할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들었기에 전략 개념을 수정한 것이다.


탈냉전 이후 미국의 전략은?

그렇다면 그다음 행정부인 카터 때는 어땠을까?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이 시기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 한국의 안보 불안이 크게 가중됐던 시기다. 레이건 행정부 때는 또 어떤가? 공산 진영과 2개 주요 전장에서 모두 대결해 승리하겠다는 전략 개념으로 회귀하고 골드워터-니콜스 법으로 합동성이 강화되면서 미국의 군사력이 수직 상승한 시기였다.

더 궁금한 것은 탈냉전의 대격변기다. 소련이라는 주적이 사라진 이후 미국의 전쟁 계획, 전략 개념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그 변화를 도출한 체계, 방법론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책에도 일부 소개되지만, 미 육군 참모차장실 예하 4개년 국방검토(QDR·Quadrennial Defense Review)국(局)이 찾아낸 답 중 하나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보 환경과 위협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책, 전략 담당층은 이전처럼 적합한 계획, 개념, 지침을 만들어 하달하지 못했다. 책에서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탈냉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분쟁에 미국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1945-2016 전력 기획 시나리오: 국방 전략 기획의 유래와 실제』는 2019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다. 독자들에게 각 행정부의 전쟁 계획, 전략 개념의 역사적 배경, 주요 사건, 함의를 명료하게 소개하고 있다. 총 372페이지이지만 서론, 요약, 도표를 빼면 300페이지가 안 된다. 게다가 장별로 따로 발췌독을 해도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남보람 박사
군사편찬연구소
국제분쟁사부
남보람 박사 군사편찬연구소 국제분쟁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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