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대한민국 군함 이야기

보급물자 적재 능력 최대 1만1050톤(소양함) ‘든든’

윤병노

입력 2019. 08. 25   12:45
업데이트 2019. 08. 2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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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천지급·소양급 군수지원함


작전 중인 전투함에 근접 기동하면서
유류 탄약 식량 등 보급 필요성 제기
80년대 후반 새 군수지원함 확보 추진


천지급 1번함 1990년 7월 진수
2 3번함, 1997 1998년 잇따라 취역
와이어로 연결 물품 이송 유류 보급


함정 대형화 다양화로 차기함 소요 제기
1만톤급 소양함 2016년 11월 진수
적재능력 천지함 2.3배…속도도 빨라져


국내에서 건조한 첫 번째 군수지원함 천지함(왼쪽)이 해상 기동군수작전을 통해 4400톤급 구축함 최영함에 유류를 보급하고 있다.
국내에서 건조한 첫 번째 군수지원함 천지함(왼쪽)이 해상 기동군수작전을 통해 4400톤급 구축함 최영함에 유류를 보급하고 있다.


군함이 머나먼 바다에서, 드넓은 대양에서 지속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유류를 포함한 해상 보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우리 해군은 전투함의 해상작전 수행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창설 초기부터 다양한 유류 지원함을 운용해 왔다. 미국에서 구룡함과 화천함을 도입하고, 네덜란드에서 유조선 2척을 구매해 천지함과 부전함으로 운용했다. 1970년대에는 일본 상선을 구매해 유조함으로 개조한 후 청평함으로 명명했다. 1980년대에는 미국에서 소양함과 진양함을 임차해 사용했다.(군함 이야기 12회 참고)

이 함정들은 장기간 운용으로 선체가 노후화돼 1970년대 말부터 순차적인 퇴역이 불가피했고 해군으로서는 그 공백을 메울 함정을 획득해야 했다. 특히 해상작전 소요가 날로 증가함에 따라 작전 중인 전투함에 근접해 기동하면서 유류·청수·탄약·식량 등을 보급할 수 있는 신형 군수지원함을 갖춰야 했다. 이에 해군은 전력증강계획에 발맞춰 198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군수지원함 확보를 추진했다. 천지급 군수지원함(AOE-Ⅰ·Auxiliary Logistic Support Ship) 3척이 그 주인공이다.



해군, 신형 군수지원함 국내 건조 추진

고속정은 물론 초계함·호위함 등의 국내 건조를 통해 함정 설계·건조 경험을 보유한 해군은 노후한 지원함을 대체할 신형 군수지원함의 국내 건조를 추진했다. 당시 군수지원함은 대형화를 통한 적재 화물의 다양화, 기동 속력의 증대, 해상 보급장치 자동화, 수직 보급 능력 등을 갖추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해군은 1986년 군수지원함건조사업단을 발족시킨 뒤 새로운 함정이 갖출 방향과 요구능력을 구체화하고 1987년 제3차 전력증강계획에 군수지원함 건조를 반영함으로써 함정건조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았다. 이에 따라 1년 뒤인 1988년 현대중공업과 상세설계 및 함 건조계약을 체결해 함정을 본격적으로 건조하기 시작, 1990년 7월 29일 마침내 진수식을 통해 국내에서 만든 첫 번째 군수지원함의 웅장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해군은 이날 명명장을 통해 함명을 ‘천지’로 하고, 선체번호 ‘57’을 부여했다. 과거 네덜란드에서 구매했던 천지함(AO-51)의 함명을 계승한 것. 천지함은 해군에 인도된 후 1991년 1월 4일 취역했으며 이후 작전운용 성능 시험평가를 거쳐 공식적인 해군의 무기체계로 채택됐다.

천지함을 잇는 후속함 2·3번함은 1997년 1월과 8월 각각 진수했다. 해군은 이 함정들을 대청함(AOE-58)과 화천함(AOE-59)으로 명명했다. 대청함은 1997년 12월 1일, 화천함은 1998년 5월 1일 취역했다.

1번함인 천지함과 2·3번함이 건조 시기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당시 해군의 ‘함정건조업무지침’에 따른 것이다. 이 지침은 선도함을 건조한 뒤 작전운용성능 시험평가 결과에 따라 후속함 추진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침은 1993년, 기본설계 자료로만 시험평가를 실시한 후 바로 후속함 건조에 착수할 수 있도록 개정돼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을 건조하는 한국형 구축함사업(KDX-Ⅰ)부터 적용됐다.

차기 군수지원함사업으로 건조, 적재 능력이 1만1050톤에 달하는  소양함이 항해하고 있다.
차기 군수지원함사업으로 건조, 적재 능력이 1만1050톤에 달하는 소양함이 항해하고 있다.



전투함에 해상기동군수작전 ‘척척’

천지급 군수지원함은 4200톤급으로 전장 133.7m, 전폭 17.8m 규모다. 무장으로는 20㎜와 40㎜ 함포 각 1문을 장착했다. 또 대함유도탄기만체계(DAGAIE·Device Automatic Gurre Antimissile Infrared Electromagnetic)를 설치해 제한적이지만 자함(自艦) 방어가 가능하다. 고속단정(RIB·Rigid Inflatable Boat) 2대를 탑재하며, 비행갑판을 구비해 헬기가 이·착함할 수 있다.

천지급 군수지원함은 자함이 사용하는 수량 이외에 보급물자 4800여 톤을 적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장기간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함에 물품을 보급한다. 바로 해상기동군수작전이다.

해상기동군수작전의 대표적인 사례는 유류이송(FAS·Fuel At Sea)과 고체화물 이송(RAS·Replenishment At Sea)이다. 두 함정이 나란히 기동하면서 서로를 와이어(Wire)로 연결한 뒤 ‘트롤리(Trolley)’로 물품을 이송하거나 ‘프로브(Probe)’로 유류를 보급하는 방식이다.



적재능력 1만1050톤 소양함 배치

해군은 1990년대 중반 ‘대양해군’의 기치를 내걸고 구축함을 건조해 나갔다. 2010년에는 4400톤급 구축함(DDH-Ⅱ)과 7600톤급 이지스구축함(DDG)을 주축으로 하는 7기동전단을 창설했다. 함정의 대형화와 다양화로 인해 대양에서 기동전단에 군수지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차기 군수지원함(AOE-Ⅱ)이 필요해졌다.

해군은 차기 군수지원함 소요를 제기하고 2009년 확보 계획을 밝혔다. 이후 방위사업청은 2011년 현대중공업과 기본설계 계약을, 2014년 상세설계 및 함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차기 군수지원함은 2016년 11월 29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진수했다. 해군은 1980년대 미국에서 도입한 유류지원함 소양함(AOG-55)의 함명을 차기 군수지원함에 부여했다. 1만톤급의 함정 크기를 고려해 국내 호수 중에서 최대 저수량(29억 톤)을 자랑하는 소양호(湖)의 이름을 붙인 것.

소양급 군수지원함은 전장 199m, 전폭 25m다. 함포는 없지만 근접방어무기체계(CIWS·Closed In Weapon System)와 대함유도탄기만체계를 장착했다. 또 소화방수체계를 보강하고, 이중 선체를 적용해 생존성을 높였다.

전기모터와 디젤엔진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를 적용해 방사소음은 줄이고, 연료 효율성은 대폭 끌어올렸다. 최대 속력도 24노트(시속 44.45㎞)로 향상됐다.

보급물자 적재 능력은 1만1050톤이다. 천지급 군수지원함의 2.3배에 달한다. 헬기를 이용한 보급과 인원 이송이 가능하도록 비행갑판과 헬기 격납고를 갖췄다. 보급물자를 실은 컨테이너를 선체에 직접 수납할 수도 있다.

소양함은 2018년 9월 18일 취역했으며, 올해 3월 작전 배치돼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글=윤병노 기자/사진=해군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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