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장군의 서재

軍 리더십의 본질과 혜안이 담겼죠

김민정

입력 2019. 08. 07   17:34
업데이트 2019. 08. 0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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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경(중장) 육사 교장


35년간 100명 넘는 장성·제독 등과 인터뷰 내용 정리
생도 각자 모습 위대한 장군에 투영해 보기를 기대
혁신 흐름 선도하는 개척자 역할 육사가 해 나갈 것

정진경(중장) 육군사관학교장이 지난 5일 진행된 국방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추천도서 『명장의 코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며 군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정진경(중장) 육군사관학교장이 지난 5일 진행된 국방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추천도서 『명장의 코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며 군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했다. 30년 넘게 군(軍)에 몸담아 오면서 몸소 깨우쳤다. 부하를 훌륭한 리더로 개발하고 성장시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임을 알았다. 그래서 육군의 미래를 선도할 정예장교 양성의 요람 육군사관학교(육사)의 학교장 자리에 올랐을 때 무거운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꼈고,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올바른 리더 양성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진경(중장) 육사 교장이 생도들의 리더십 개발과 성장을 강조하고 지원하는 가장 큰 이유다. 부대원들이 군 생활을 통해 자신 역시 리더로서 개발되고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때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전투력도 자연스레 향상된다는 경험에서 비롯한 믿음이 있기 때문.

정 교장이 추천한 책 역시 지도자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간 장군들의 리더십 이야기를 담은 에드거 F. 퍼이어의 『명장의 코드-무엇이 그들을 성공한 리더로 만들었는가』다. 장군들의 성공을 이끈 리더십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형성됐는지 면밀하게 다룬 책이다. 정 교장을 만나 이 책을 추천한 이유와 지휘철학, 목표 등을 들어봤다.

  
'명장의 코드'
(에드거 F. 퍼이어 지음/윤상용 옮김/한울 펴냄)
'명장의 코드' (에드거 F. 퍼이어 지음/윤상용 옮김/한울 펴냄)


명장을 통해 군 리더십의 본질에 다가서다

『명장의 코드』는 세계 전사(戰史)에 길이 빛나는 명장들의 리더십을 심층 분석한 책이다. 리, 그랜트, 마셜, 아이젠하워, 맥아더 등 명장으로 일컬어지는 장군들은 어떻게 성공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35년간 100명이 넘는 4성급 장성·제독과 단독으로 인터뷰했고, 장성과 함께 근무했거나 휘하에서 근무한 1만여 명 이상과 서신을 주고받거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렇게 얻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제2차 세계대전부터 1999년까지 여러 명장들의 성장 과정, 성격, 태도, 중대한 결정 순간에 보여준 자세 등을 분석하고 진정한 리더십을 갖추는 데 필요한 핵심적이며 공통적인 요소를 정리해 이 책에 담아냈다. 정 교장이 이 책에 주목한 이유다.

“다양한 리더십 책 중에 군 리더십의 본질을 이해하고 실제 이를 개발하기 위해 혜안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인 리더십 교양서가 아니라 오로지 군대와 군 리더십에 초점을 맞춘 책이기 때문이죠. 군 리더십의 본질은 무엇인가, 어떤 요소들이 이상적인 군 리더를 만드는가, 어떤 사례들이 군 리더십의 성공과 실패를 보여주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자료는 흔치 않죠.”

이 책이 정 교장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임무와 관련이 있다. ‘육사 교장’이라는 직책이 이 책을 다시 꺼내 들게 했다. 육군5사단장으로 있던 2015년 당시 이 책을 처음 접한 이후 4년 만이다. 정 교장이 손에 든 책에는 밑줄과 메모 등 독서의 흔적이 가득했다.

“당시 GOP(일반전초)부대 사단장을 하면서 리더로서 많이 고민하게 됐고, 이 책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좀 더 빨리 이 책을 접했더라면 더 나은 리더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죠. 육사의 존재 이유가 바로 우리 군을 이끌어갈 리더들을 길러내는 것이기에 이 책에 담긴 교훈을 생도 교육에 접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세계에서 리더로서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갈등과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법을 스스로 단련하고 연마해 나가야 합니다.”

정 교장은 생도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각자에게 울림을 주는 위대한 장군에게 투영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명장들의 군 생활을 살펴보면서 자신의 부족한 모습들을 깨닫고 자신의 장점을 강화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리더(leader)는 리더(reader)…생도들과 책으로 소통

육사 교장이 된 이후 정 교장이 가장 많이 받는 선물 중 하나가 바로 ‘책’이다. 한 달 평균 20여 권에 달한다. 인문·과학·경제·군사·자기계발 등 분야도 다양하다. 군 리더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의 장에게 필요한 또 다른 덕목이 ‘다독’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 마음을 전하는 선물로 보고 편식 없이 독서를 이어가고 있다.

“교장이 된 후 독서량이 부쩍 늘었죠. 약 30년간 군 생활 하며 읽은 책보다 많은 것 같아요(웃음). 읽을 책을 가까이 두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틈틈이 독서를 하죠. 야전 군인일 때는 그간 쌓아온 경험과 계급, 명령만으로도 지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학교는 다릅니다. 학계에서 저명한 교수님을 비롯해 여러 석학과 소통해야 하고 자기 판단력과 주관이 뚜렷한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하죠. 그래서 리더는 솔선수범하고,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정 교장은 ‘리더(leader)는 리더(reader)가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생도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 지난 5월 ‘별빛과 함께 하는 책읽기’ 프로그램을 통해 책도 읽고 저자와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또 생도들이 문학과 철학·역사는 물론 군사 분야 도서 중 64(육사)권을 읽는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육사 ‘퍼스트 무버’로서 역할…‘꿈을 향한 도전의 길’ 강조

정 교장은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서기 위해 육사의 도약적 변혁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을 선도하는 개척자(first mover)로서의 역할을 육군에서 육사가 해나가겠다는 포부다.

이에 육사는 외부와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과과정 개편과 다양한 도전 기회 신설, 임무형 지휘 근무 제도 시행 등을 실현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통한 새로운 융합과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죠. 이 같은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을 갖춘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육사의 본질적 목적이고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군과 육군에 비전을 구현할 수 있는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육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SK텔레콤과 협업해 캠퍼스 내 5G망 구축을 완료했다. 이로써 가상·증강현실(VR·AR), 인공지능, 드론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됐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스마트 캠퍼스’를 추진하고, 5G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체력관리 프로그램’ 등 첨단 교육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정 교장은 생도들에게 ‘꿈을 향한 도전의 길’을 늘 강조한다. 그래서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열어주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여긴다. 그 또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변혁을 꿈꾸고 실현해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교장은 “결국 내가 몸담은 조직에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느냐가 중요하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도전과 솔선수범을 통해 육사의 발전에 기여해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으로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lgiant61@dema.mil.kr


김민정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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