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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내에서 첫 작업… 추정 유해 50여 구 발굴

서현우

입력 2019. 05. 29   17:05
업데이트 2019. 05. 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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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공동유해발굴 위한 기초발굴’ 한창 화살머리고지 현장을 가다


MDL 이남 지역에서 기초발굴… 구역 나눠 지뢰제거 작업 병행
완전 유해 이어 2만3055점 유품 발견… 미군 방탄복 등 눈길도
투입된 장병들, 이른 무더위 아랑곳 않고 숭고한 임무에 ‘구슬땀’ 

 

28일 강원도 철원군  군사분계선( MDL) 이남 지역 비무장지대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공동유해발굴 T/F 장병들이 기초발굴을 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28일 강원도 철원군 군사분계선( MDL) 이남 지역 비무장지대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공동유해발굴 T/F 장병들이 기초발굴을 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진행된 기초발굴 작업 중 발굴한 유품들. 이경원 기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진행된 기초발굴 작업 중 발굴한 유품들. 이경원 기자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는 6·25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281m의 고지는 철원평야를 감시할 수 있는 요충지였고 이곳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일대 능선에서 펼쳐졌다. 300여 명의 아군이 전사했고 그들의 유해는 여전히 그곳에 잠들어 있다.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에 따라 지난 4월 1일 시작한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적 남북공동유해발굴’의 기초발굴이 진행 중인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현장을 28일 언론에 공개했다.

화살머리고지는 1951년 11월 국군9사단과 중국군126사단 간 1차 전투를 시작으로 1952년 6월 미군2사단과 중국군113사단의 2차 전투, 10월 프랑스군의 3차 전투에 이어 1953년 6월 국군2사단과 중국군73사단의 4차 전투까지 격전이 벌어진 지역이다. 특히 정전협정을 앞두고 치러진 4차 전투에서는 국군 200여 명이 전사하고 적군 1400여 명도 사살당했다. 군은 지난 66년여 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이곳에 300여 구 이상의 아군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은 지난해 이런 역사적 상징성과 아직 수습되지 않은 전사자 유해가 많다는 점, 남북 상호접근성이 좋다는 점을 들어 화살머리고지를 DMZ 내 시범적 남북공동유해발굴 지역으로 선정한 바 있다.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역을 지나 민간인통제 검문소에서 남방한계선 통문까지. 다시 군 전술차량으로 옮겨 타고 DMZ를 10여 분 더 들어가니 중부전선 최전방의 우리 군 비상주 감시초소(GP)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6월 1일부터 일반에 개방되는 ‘DMZ 평화의 길’ 철원 코스의 마지막 지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앞이 바로 기초발굴 현장이다.

우리 군은 지난해 11월 이 지역의 지뢰를 제거하고, 12월 남북 간 군사분계선(MDL) 연결도로를 개설했다. 그리고 올해 4월부터는 MDL 이남 지역에서 기초발굴을 실시해 왔다. 우리 군이 현재 단독으로 진행하는 기초발굴은 본격적인 유해 발굴에 앞서 지뢰를 제거하고 표지를 세우는 제반 작업으로, 남북공동유해발굴 관련 조치가 조기에 이행되도록 하는 준비작업이다.

현장은 두 개 구역으로 나눠 기초발굴과 지뢰제거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지뢰제거가 끝난 능선 위 구역은 기초발굴이 한창이고, 그 아래에서는 지뢰제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뢰제거가 끝나면 기초발굴이 시작되고, 또 다른 구역에서 지뢰제거가 이어지며 작업 구역을 계속 확장한다.

현장에서 만난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지뢰제거 작업을 시작한 이후 이날까지 총 325점, 50여 구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굴됐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두개골부터 상·하반신이 이어지는 완전 유해가, 이달 17일에는 한곳에서 다수 유해가 발굴됐다. 이와 함께 2만3055점의 유품도 발견됐다. 이 중에는 국군 전사자 유품 외에 미군 방탄복 5점, 중국군 방독면 14점, 프랑스군 인식표 등 희소 가치 있는 특이 유품도 나왔다. 국내에서 원형에 가까운 미군 방탄복이 발굴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인지 현장에는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소속 프랑스군 유고 페스넬 소령도 눈에 띄었다. 현장 감시·감독 임무를 수행하는 페스넬 소령은 “프랑스군은 한국군, 미군과 함께 이곳에서 중요한 전투를 수행했고 승리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프랑스군은 이 전투에서 51명이 전사했고, 아직 3구가 미수습됐다.

우리 군은 지난해 진행한 지뢰제거 작업과 연계해 주방어진지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7~8부 능선까지 지뢰제거 작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또 오는 10월 31일로 예정된 기간까지 기초발굴을 계속한다. 더불어 향후 북측이 참여하면 더 많은 유해가 수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초발굴에는 하루 평균 100여 명의 장병이 투입되고 있다. 무거운 방탄조끼와 방탄헬멧을 착용한 장병들은 일찌감치 찾아온 더위에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임무에 집중하고 있다. 자신의 임무가 얼마나 숭고하고 의미 있는지 스스로 알고 있는 모습이다.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남북공동유해발굴 TF 문병욱(대령) 단장은 “이번 기초발굴은 9·19 군사합의로 쌓은 남북 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DMZ 내에서 실시하는 첫 작업이어서 의미가 크다”며, “남은 기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도록 안전하고 완전하게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철원에서 글=서현우/사진=이경원 기자 

서현우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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