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비행학교 이야기

밤새워 영화 최종본 완성… 시사회 매진 ‘꿈만 같아’

입력 2018. 12. 20   16:42
업데이트 2018. 12. 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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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영화 후반 제작 16개월 그리고 시사회


친구는 집·친한 형은 사무실 빌려줘
‘텐마인즈’ 대표 후반 작업 선뜻 지원
예상보다 6개월 더 걸려 편집 끝내
시사회 후 해외 상영 제안까지 받아
배급사 찾기·영화제 진출 등 도전 계속 


지난 4일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I AM A PILOT’ 시사회 모습.  사진 제공=이민성 작가
지난 4일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I AM A PILOT’ 시사회 모습. 사진 제공=이민성 작가

영화 ‘I AM A PILOT’ 시사회에서 히바(오른쪽) 감독과 두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 제공=김병준 작가
영화 ‘I AM A PILOT’ 시사회에서 히바(오른쪽) 감독과 두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 제공=김병준 작가

한국에 돌아왔다. 큰 산을 하나 넘은 것 같았다. 마치 군대 전역한 기분과도 흡사했다. 도전을 마칠 때마다 느끼는 이 기분은 참으로 묘하다. 1년간 미국에서 자격증을 위해서 달려왔기에, 쉴 시간이 분명히 필요했다. 그러나 쉴 수가 없었다. 해야 할 일 때문이었다. 그것은 히바 감독님과 함께했던 이유며, 수많은 촬영들을 했던 목적인 바로 영화다. 그것을 최종 제작해야 이번 도전이 끝난다. 

  

한국에 왔다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운 것도 아주 잠시. 그 산재한 많은 영화 제작 문제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디서부터 헤쳐 나가야 할까. 일도 문제였지만, 서울에서 지낼 곳이 없었다. 금전적 상황도 말을 못했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의 사정을 듣고는 자신의 집에 들어와 살라고 했다. 고마움과 동시에 신세를 진다는 미안함이 생겼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사무실도 필요했다. 그때 코워킹 사무실을 운영하고 계신 친한 형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자리에서 바로 사무실 하나를 내주셨다. 어려운 상황이어서 그런지 감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동진 파일럿·여행가>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여주지도 못한 채로 후반 작업을 시작했다. 감독님과 나는 숨을 쉴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심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작업 속도는 더뎠고, 한국의 8월은 숨 쉬기 힘들 정도로 뜨거웠던 만큼 우린 더 지쳐 갔다.

후반 작업을 진행함에 있어 드는 비용이 큰 문제였다. 먹고살 부분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영화까지 신경 쓰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때 한 회사의 대표님을 특별한 계기로 알게 되었는데, 처음 식사 자리에서 내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후반 작업의 비용을 지원해주겠다고 하셨다. 바로 브레오 마사지 기계를 판매하는 ‘텐마인즈’의 장승웅 대표님이셨다.

우리 영화에 한줄기 빛이 쏟아지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이때부터였다. 보통 영화들은 제작 전에 모든 제작비를 투자받아 시작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모든 과정이 도전이었다. 영화 제작 경험이 적어 모든 것을 준비하지 못한 채로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버텼지만, 한국에 돌아왔을 땐 힘들었다. 바로 그 어려운 때, 기적이 찾아온 것이었다.

우리의 후반 제작은 조금씩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감독님은 사무실에서 2달 동안 작업을 하시며 예고편을 제작해 내셨다. 보통은 본 영화가 먼저 나오지만, 우리는 전략을 달리 썼다. 예고편으로 사람들에게 우리 영화를 알리면서 마케팅한 다음, 본편이 나오면 좋은 배급사와 계약을 맺어서 개봉을 하자였다. 목표를 잡고 진행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처음 꿈을 꾸고 도전을 했을 때 설렘이 나를 이끌었다면, 지금은 꿈을 완성하겠다는 책임감이 나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끝났을 때의 시점만을 생각하며 나갔다.

히바 형과 항상 했던 이야기였지만, 나는 파일럿이 되고 형은 영화감독이 되는 목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둘의 관계가 무너지지 않는 것이었다. 거의 2년 동안 형과의 소통은 아주 좋았다. 한 사람과 작업을 오래 하다 보면,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분명 생기는데, 우리는 처음 약속대로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 끝없이 서로를 배려하며 노력했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몇 시간을 넘기지 않고 대화를 통해 해결했다. 그러다 보니 껄끄러워지는 상황들이 생기지 않았다.

후반 작업을 시작하는 때는 지난날 중 가장 위기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제작비는 떨어졌고, 작업에 대한 체력은 바닥을 쳤으며, 사는 환경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후반 작업도 얼마나 오래 걸릴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도 역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만의 해결책을 찾아냈다. 모든 일은 관계에서 시작되어 끝남을 다시 느꼈다. 우리가 미국에서 괜히 잘 버텨냈던 게 아니었음이 또 증명이 되었다.

작업은 잘 진행되어 갔고, 올해 5월 영화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종본이 완성되기 전, 우리 둘이 자체 시사회를 가진 뒤 길고 긴 회의를 했고, 결정을 내렸다. 다시 한 번만 더 힘써 보자.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편집 작업을 시작했다. 3달을 예상했지만, 시간은 더 길어졌다. 추가로 2달이 더 들어갔고, 마지막 한 달이 더 추가됐다. 그리고 결국 12월 4일 우리는 시사회를 확정 짓고, 그에 맞춰 준비를 해나갔다.

시사회 날짜는 점점 가까워지는데, 완성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마지막 일주일 전에는 잠을 거의 못 잤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최종 편집본으로, 사운드와 색 보정을 외주 업체에 의뢰했다. 두 분의 감독님들도 우리와 한 팀이 되어 마지막 밤을 새워가며, 최종본을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상영할 DCP 파일 작업도 완성했다. 시사회 전날, 상영관에 가서 최종 확인을 하며 모든 작업을 마쳤다.

물론 시사회가 3곳에서 진행되기에 부산으로 가서 부산 영화관 체크를 해야만 했다. 영화 제작이 끝난 것이지, 시사회 준비는 이제 시작이었다. 시사회 약 2주 전부터, 오실 분들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629석의 티켓 판매를 시작했다. 모든 표가 매진됐다.

서울 시사회를 앞두고 약 3시간 전에 히바 형과 저녁 식사를 했다. 숨 가쁘게 달려왔던 지난날들이 스쳐 지나갔고, 문득 우리가 편안한 마음으로 밥을 먹었던 게 언제였지 싶었다. 그동안 달려온 날이 35개월이었다. 감사하게도 우린 서로를 배려하며 지낸 결과로 마지막 영광의 순간을 함께 맞이할 수 있었다.

12월 4일 저녁 8시. 한국에서 제일 큰 영화관에서 우리 영화 시사회가 시작됐다. 영화관 대관을 하러 갔을 때, 관계자가 물었다. “영화에 유명 배우가 출연하나요?” 600석을 채울 수 있냐는 말이었다. 유명 배우나 감독은 아니지만, 우리 꿈을 응원해줬던 모든 분들이 찾아와주신 덕분에 만석이 되었다. 부산은 400석 만석을 넘어, 50명의 대기자까지 생겼다.

85분의 영화가 끝이 났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들렸다. 조명이 켜지고, 히바 형과 나는 무대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약 20분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눴다. 꿈 같은 순간이었다. 한국, 미국 그리고 다시 한국에서 작업을 했고, 결국 시사회까지 해냈다. 얼마나 고대하던 순간이었던가.

시사회가 끝나자마자, 관객으로 오셨던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영화가 너무 좋았어요. 기대 안 하고 갔는데, 이 영화를 해외에서 상영하고 싶습니다.” 그분은 영화 관계자였다. 꼭 같이 해보자고 하셨다. 제작 기간 중, 지치고 힘들어서 끝이 날까 했던 날들이 지나고 좋은 결과물이 생기니,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 영화는 제작이 끝났을 뿐,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다. 이제부터 영화 배급사를 찾아 개봉을 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국제영화제에도 진출할 것이며, 넷플릭스에도 연결만 된다면, 최초 개봉을 하고 싶다. 꿈을 이루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꿈은 도전하는 사람만이 이룬다는 사실이다.

35개월의 막이 이렇게 내려갔고, 다음 2막이 시작됐다. 일을 마치고 나니, 모든 과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눈물이 날 줄 알았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한마디는 꼭 해주고 싶다. “잘했다. 무엇보다 잘 버텨줘서, 포기 안 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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