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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위기상황에 오직 살아야겠다는 생각뿐”

기사입력 2018. 11. 15   16:21 최종수정 2018. 11. 15   16:24

<42> 비행 여행 중에 만났던 위험했던 상황

비행 중 생리현상 때문에 긴급 착륙 실시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 셀프 주유를 하다
원인 모를 냄새로 비행에 지장을 받게 돼
처음 부닥친 위급 상황에 죽음을 느끼다
엎친 데 덮쳐 켜지지 않는 활주로 유도등


야간에 도착한 공항에서 비행기를 세워 두고 별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비상 착륙한 이튿날 아침에 확인한 크게 손상된 배기구의 상태.


시애틀의 한 공항에 내렸다. 도착하자마자 차를 빌려서 도심지를 달려 식당으로 이동했다. 분명 아침에 포틀랜드 숲속이었는데, 어느새 시애틀 다운타운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시애틀은 그동안 갔던 지역과 또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더 오랫동안 이곳을 즐기고 싶었지만, 미국 북서쪽의 가장 큰 도시에 도착했으니 바로 샌디에이고로 방향을 틀어서 출발해야만 했다.
시험이 다 끝난 상태였다면 좀 더 여유 있었겠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서 뜨자마자 바로 서쪽으로 날아가 해안을 끼고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해가 지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시애틀 도심지에서 뿜어 나오는 네온사인들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놨다.

인공적인 것은 자연보다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할 정도로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을 때, 유명하다는 금문교를 한눈에 찾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목적지 공항에 도착했고, 다시 다음날도 우리는 열심히 비행기를 타고 내려갔다. 조종사 라이선스 취득을 시작으로 향후 남은 라이선스들을 다 취득한 다음, 얼마나 많은 비행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까 상상을 했다. 중간에 급하게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어서 긴급 착륙했던 순간도 있었고, 와인 농장이 유명하다는 곳이 있어 잠깐 내려서 마켓을 구경하고 오기도 했다. 미국 시골은 도심과 다르지만, 그 만의 매력이 느껴진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LA까지 가는 일정으로 다시 하늘을 올랐다.

오늘도 역시 밤 비행을 하는데, 화장실도 갈 겸 기름도 넣기 위해서 잠시 착륙을 했다. 처음으로 셀프 주유를 시행하는 곳이었다. 비행기 기름도 셀프로 넣게 되다니. 아무도 없는 공항에 비행기들만 주기되어 있고, 한쪽 편엔 주유하는 시설이 있었다. 카드로 결제하고 기름을 넣기 시작했다. 비행기를 몰고 여행한다는 자체도 신기한데 이런 부수적인 일들은 내가 진짜 특별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기름을 다 채우고 하늘을 봤는데, 바로 옆 격납고 위로 수십 마리의 부엉이들이 앉아서 우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제 진짜 오늘의 마지막 이륙이다. 조금만 더 가면 LA 근처 공항에 내리고 내일 낮이면 샌디에이고에 도착한다.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구간이기에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륙하자마자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이 느껴졌다. 가만히 느껴보니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냄새지? 비행기를 타면 엔진에서 나오는 특유의 기름 냄새 비슷한 게 나긴 했다. 그런데 그 냄새와는 전혀 달랐다. 이게 뭐지. 내가 앉은 오른쪽 좌석 위에는 밖의 공기가 들어오는 환기구가 있다. 그곳에서 깨끗한 밖의 공기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탄 냄새가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 냄새의 원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걸 계속 들이마셨다. 순간 머리가 너무 아프고 숨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지. 이게 무슨 상황이지. 책에서 말로만 듣던 일산화탄소로 인한 호흡 곤란이 온 것인가. 우리가 탔던 기종은 다행히 창문을 열 수 있었고, 나는 조종 중인 여자 친구에게 창문을 좀 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평소에는 거의 문을 열지 않는다. 밖의 공기가 차가울 뿐 아니라 열지 않아도 환기구를 통해 통풍이 잘되기 때문이었다.

여자 친구는 의아하다는 듯 나를 봤고, 그 순간 그녀는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아까 환기구로 타는 냄새를 몇 번이고 들이마셨던 것이 갑자기 몸속에서 거북하게 느껴지더니, 숨쉬기마저 어렵게 만들었다.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본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죽을 것 같이 힘들었다.

앉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 최대한 숨을 천천히 쉬려고 노력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여자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고도를 조금만 낮춰보자.” 순간 그녀는 본능적으로 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확인하고, 교신을 통해 허가를 받고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았다.

우리는 도심지가 아닌 시골을 날고 있었고, 오른쪽은 해안, 왼쪽은 산악 지형이 펼쳐져 있었다. 정말 교과서에서나 보던 위급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겁에 질렸다. 그리고 더 이상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는 듯했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급격히 고도를 낮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놀랍게도 숨 쉬는 것이 정상의 상태로 조금씩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감고 호흡에만 집중했다. 여자 친구에게 착륙을 제안했고, 그녀는 착륙을 결정했다. 정말 정신없이 가장 가까운 공항을 찾았고, 교신으로 착륙 허가를 받겠다고 했다. 다행히 시간이 늦어 논타워 공항으로 바뀐 상태의 공항이었다.

고도를 낮추면 낮출수록 내 상태는 평상시대로 거의 돌아왔다. 그런데 공항 몇 마일 안으로 들어왔는데, 활주로 불이 꺼져 있어 주파수를 맞추고 마이크 스위치를 이용해 활주로 라이트를 켜려고 하는데, 도대체 켜지지 않는 것이었다. 활주로 라이트가 들어와야 착륙을 할 수 있는데, 엎친 데 덮친 느낌이었다. 공항에 더 가까워지기 전에 비행기를 360도로 한 바퀴 돌리면서 시도를 하는데, 거의 다 돌았을 때쯤 ‘팍!팍!팍!팍!’ 하면서 순차적으로 활주로 라이트가 전부 들어왔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절차대로 착륙을 했고, 가장 가까운 램프로 이동해서 비행기를 세운 다음 시동을 껐다. 그제야 안도감이 찾아왔다.

내가 설마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말 30분도 안 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만약 공항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겁이 났다. 내가 힘들어한 걸 본 여자 친구도 당황해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히바 감독 형이었다. 형은 앞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그리고 몸에도 아무 이상이 없이 평소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탄 냄새가 실제로 비행기에 들어온 것이 앞 환기구로 들어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평상시 맡아왔던 냄새에 내가 민감하게 반응을 해서 그랬던 것일까.

비행기에서 내려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큰 숨을 쉬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내가 과도하게 환기구의 냄새를 들이마셨기 때문일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가 어지럽고 너무 아파 왔다. 나는 다시 한 번 더 확신했다. 이건 분명 비행기에 문제가 있었던 거야. 그리고 비행기 엔진이 있는 곳 밑에 있는 배기구를 살펴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배기구 안쪽부터 바깥쪽까지 엄청나게 타서 시커멓게 변해 있었던 것이었다. 다행히 환기구 앞에 있던 내가 그 냄새를 가장 빨리 맡았던 것이고, 맡자마자 이상 증세를 느낀 것이었다. 만약 늦게 알아차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동진 파일럿·여행가>
사진=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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