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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궁2회] PSAM 개발의 도화선을 당기다

신인호

입력 2018. 11. 06   08:19
업데이트 2023. 03. 1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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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토리 연재] 승리의 믿음 KPSAM 신궁


신궁 유도탄.
신궁 유도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PSAM)를 개발하는 데에는 적외선 탐색기(Infra-Red Seeker)의 국내 개발 가능성이 전제되었다. 

 

탐색기(Seeker)란 사람의 눈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유도탄의 명중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핵심 센서이다. 유도탄의 맨 앞부분에 위치해 표적이 있을 지역(공간)을 탐색하면서 표적을 포착(Acqusion)-고착(Lock-on)하고 또 추적(Track)해 그 정보를 유도탄의 조종부에 전달하는 것이다. 

 

탐색기는 동작 방식에 따라 능동형, 반능동형, 수동형으로 나뉘는데 표적 자체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찾아 이용하는 방식이 수동형이다. 따라서 적외선 탐색기는 표적에서 나오는 열선(적외선)을 감지하는 수동형 방식이 된다. 

 

1960년대에 개발된 미국의 레드아이(Red Eye)나 러시아의 SA-7도 이 방식을 취했고, 현재도 대부분의 PSAM은 성능이 향상되었다하더라도 적외선 추적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이드와인더 수준 탐색기 개발부터 

 

ADD는 1980년대 초 구조조정을 겪은 후 전술유도무기용 탐색기 연구팀을 만들었다. 이 팀은 1982년 육군이 PSAM 개발을 소요 제기한 그때부터 이 적외선 탐색기에 대한 기술적 연구를 시작했다. 

 

개발 목표의 대상은 미국의 공대공 유도탄 AIM-9L에 탑재된 초냉각형 적외선탐색기. AIM-9계열의 유도탄에 붙은 ‘사이드와인더’라는 이름은 미국 네바다사막에서 서식하는 열 감지 능력이 뛰어난 뱀의 이름에서 따왔다. 

 

1953년 AIM-9A가 최초 시험 개발에 성공해 1956년 AIM-9B형이 생산된 이후 AIM-9G/N/P와 AIM-9L 등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량, 현재는 가장 최신형으로 영상 적외선(Imaging Infra-Red)으로 표적을 추적하는 AIM-9X이 2002년경에 전력화되었다. 

 

공대공 미사일 AIM-9X.
공대공 미사일 AIM-9X.

 

그런데 적외선으로 호밍하는 유도탄의 발전은 적외선 탐색기의 발전과 그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AIM-9B의 탐색기만 해도 항공기의 배기열을 내뿜는 후미 방향에 대해서만 발사·추적할 수 있었다. 

 

이 정도의, 비록 조금 더 나은 성능의 탐색기가 장착된 레드아이와 같은 PSAM이라면 대개 공격을 마치고 도망가는 표적을 뒤에서 공격하는 격이 되고 만다. 또 유도탄을 속이기 위해 투하하는 플레어(flare)나 항공기의 급회전 등에 의해서 곧잘 기만당했고 날씨 때문에 적외선 신호가 차단되는 등 유도탄 효과가 무력해지기도 했다. 

 

사이더와인더는 적외선 탐지 능력을 한층 증가시켜 1980년의 AIM-9L에 이르러서야 항공기가 움직이는 모든 방향에 대해 발사·추적이 가능해졌다. 

 

AIM-9L의 적외선 탐색기가 응시할 수 있는 범위인 시계는 ±2도, 탐색기를 움직여 표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은 ±40도가 된다. 또한 초당 28°로 이동하는 표적을 추적할 수 있는 능력(표적 추적율)을 갖고 있다. 

 

이것이 한국형 PSAM을 위한 적외선 탐색기의 성능이 AIM-9L급으로 설정된 이유이다. 

 

처음에는 당시 폐기된 AIM-9B의 적외선 탐색기를 획득해 그 구성품등을 이용한 적외선 탐색기를 시험 제작하면서 동시에 관련 기술들의 이론적 배경을 확립, 기술을 발전시켜 나갔고 그 결과 AIM-9L 급의 탑색기 기술을 개발 목표로 삼은 것이다. 

 

“탐색기에 들어가는 짐벌(Gimbal 수평으로 유지해주는 장치)은 아주 정밀한 가공을 요구합니다. 당시 최고의 가공 정밀도를 갖는 게이지 생산 업체에서 제작해 봤지만 만족할 수 없었어요. 오히려 그후 광학제품 업체에서 국내에서 유일하다는 나이 지긋하신 기술자를 찾았는데 그의 손재주와 열정으로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그런 손재주와 열정을 가진 기술자를 지금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궁금하네요.” 

 

2007년 국방과학연구소 재임 시절의 이원상 책임연구원.
2007년 국방과학연구소 재임 시절의 이원상 책임연구원.

 

당시 연구 책임자 이원상 책임연구원(이하 책연)은 먼 시선으로 20년도 더된 기억들을 찾아낸다. 

 

“적외선 검출기를 국산화하기 위해 자료 수집 차 미국에 갔을 때는 기술유출 가능성을 우려한 관련 업체가 약속과 달리 공장 견학을 취소하더군요. 한 마디로 문전에서 쫓겨난 거죠.” 

 

1990년대 들어 ADD 내에서는 사거리 180km급의 지대지 유도무기 ‘현무’의 양산과 함께 단거리 대공유도무기 ‘천마’ 개발이 선행연구단계에 접어들면서 적외선 탐색기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바라보는 눈길이 점차 늘어났다. 

 

이원상 책연 등 7~10명에 불과한 연구팀은 1991년 마침내 원하는 탐색기를 개발, 제작한 것이다. 10년에 가까운 오랜 연구 세월을 통해 거둔 결실로 'IRS-7'이라 이름했다. 7번째의 적외선탐색기란 뜻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휴대용 대공미사일 탐색기용으로 최초 개발했던 IRS-7.
국방과학연구소가 휴대용 대공미사일 탐색기용으로 최초 개발했던 IRS-7.

 

보일러 버너를 표적으로 삼고 

 

당연하지만 연구팀은 그 성능을 입증해야 했다. 유도조종/ 유도탄 분야의 권위자 박찬빈 박사는 “초냉각형 적외선탐색기가 유도탄이 초기 발사될 때 받는 충격과 비행하는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지를 입증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연구팀은 묘안을 짜내기 시작했다. 시험 시설이 없는 탓이다. 우선 추진기관은 구경 130mm 다연장 로켓의 것을 이용하기로 하고, 로켓 맨 앞에 적외선탐색기를 탑재시키는 개조 작업을 벌였다. 

 

표적은 보일러 버너였다. 이를 안흥 종합시험장 앞바다에 고정시키고 로켓이 표적 위를 비행하되 적외선탐색기는 초기부터 표적을 추적토록 했다. 그해 10월, 몇 차례 사전 시험으로 시험용 탐색기의 동작을 확인하는 가운데 정식 시험일자를 잡았지만 자욱한 해무(海霧)로 인해 시험일은 몇 번이고 순연되었다. 

 

그해 10월 30일, 이날도 아침에 해무가 잔뜩 끼어 연구팀을 애 먹였다. 11시가 되어서야 겨우 안개가 옅어져 오후 2시에 시험을 갖기로 결정했다. 점심식사도 거르고 연구팀은 재빠르게 시험 준비를 마쳤다. 이윽고 제1 발사시험장에서 로켓이 쏘아지고 탐색기가 표적(버너)를 추적하는 신호가 원격 측정기를 통해 수집되었다. 

 

탐색기의 동작은 연구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것으로 탐색기 기술 입증은 물론 호밍 유도탄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확보한 것이었다. 그동안 사실 연구팀은 PSSAM 개발에 ‘적외선탐색기가 걸림돌’이었던 때문인지 비로소 어깨를 당당히 펼 수 있었다. 연구팀이 고무된 자부심과 긍지로 시험장을 나서는 오후 5시쯤 다시 해무가 안흥 앞바다에 드리워졌다.  

 

태스크포스 가동 사전 준비에 만전 

 

적외선 탐색기의 비행 중 탐색 성능이 입증은 곧바로 PSAM 개발의 도화선이 되었다. 마침 이 즈음에는 프랑스의 PSAM 미스트랄이 육군에 도입되어 막대한 외화의 국외 유출에 따른 부담으로 국내 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급박해지는 시점이었다. 

 

ADD는 한국형 PSAM을 독자 개발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 1차로 체계 개념을 설정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Taskforce Team)를 구성에 들어갔다. 

 

연구원 출신 최초로 국방과학연구소장을 역임했던 안동만 박사와 진정석 책임연구원을 주축으로 이원상 책임연구원 등 유도탄을 구성하는 추진기관, 유도조종 등 각 분야의 핵심 인력들이 포진했다. 

 

특히 안동만 박사와 진정석 책임연구원은 최초 유도무기 ‘백곰’을 비롯해 ‘현무’와 ‘해룡’ ‘천마’ 등 우리나라 유도무기 개발에 기반을 닦고 발전시켜온 연구원으로 연구소 내에 신망이 두터웠다. 

 

태크스포스팀은 국내의 각종 관련 기술과 미스트랄과 스팅거 등 해외 유사 무기체계에 대한 기술 분석을 시작했다. 레드아이는 물론 러시아의 SA-7A/B, SA-16, SA-18(이글라) 등의 휴대용 대공 유도탄에 대한 기술 분석으로 관련 기술의 적용 사례들을 획득하고 이를 한국형 PSAM에 적용 또는 활용할 분야를 선정했다. 

 

우선 한국형 PSAM의 형상을 정했다.

 

PSAM은 영국의 재블린과 스타버스트(Starburst), 러시아의 SA-9 및 SA-16 계열 그리고 미국의 스팅거(Stinger) 등과 같이 한 명이 휴대해 운용하는 견착식 사격체계(MANPADS ; Man-Portable Air Defense System)와 미스트랄처럼 두 명이 1조를 이루어 삼각대를 이용하는 거치식 사격체계(DETPADS ; Detachment-Portable Air Defense System)로 나뉜다. 

 

견착식은 한 명이 빠르게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20kg가 넘는 유도탄과 발사기를 어깨에 메고 쏘기에는 힘겨울 뿐만 아니라 명중률에도 영향을 주는 단점이 있다. 더욱이 실제 잘 운용하기 위해서는 부사수가 따라 붙어야 한다. 

 

반면 거치식은 삼각대에 유도탄을 장착해 사수가 앉거나 서서 사격하므로 훨씬 안정적인 사격으로 명중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태스크포스팀은 운용성과 체계 성능을 고려, 거치식을 PSAM의 운용체계로 결정했다. 

 

유도탄의 경우는 미스트랄, 스팅거, 이글라 등의 장점들을 종합해 설계 개념을 설정했다. 유도탄의 직경은 미스트랄 직경(90mm)과, 스팅거의 직경(70mm)과 중간쯤 되는 80mm로 설정했다. 이는 IRS-7의 광학 돔(Dome)의 직경이 78mm라는 점을 고려한 최소의 직경이었다. 

 

또 유도탄은 비행 중 받는 공기 항력의 감소를 위하여 이글라의 스파이크(Spike)의 형상을, 유도조종장치의 소형화는 스팅거에서, 근접신관 채용과 탄두 크기의 증대는 미스트랄, 2중추력 추진기관은 스팅거에서 설계 개념을 따왔다. 

 

이렇게 해서 한국형 PSAM 유도탄은 스팅거와 미스트랄의 중간 쯤으로 국내 기술과 육군의 요구성능을 충족할 수 있는 크기와 형상이 되었다. 

 

체계개발 목표는 사거리 5 km, 고도 3km, 00% 이상의 명중률, Fire & Forget방식의 유도방식, 대방해방책(IRCCM) 및 피아식별(Mode IV) 능력을 보유하고 10년 저장 후 00%의 신뢰도를 갖도록 했다. 이는 국외 유사장비의 규격과 유사 한 것이다. 

 

“지금의 신궁을 보면 외형상으로 미스트랄과 대단히 유사한 것이 사실입니다. 유도탄 개발 후발 국가로서 선진국의 장점을 취하고, 그리고 한국적 운용 환경과 특성을 고려하다보면 외형이 어느 것과 닮은꼴이 되는 것도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태스크포스팀 때나 개발을 본격화한 후나 국내 독자 기술력으로 우리 환경에 우리 기술을 최적화하여 개발해낸다는 기본 방향은 분명했습니다.” 이원상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기술적 수준을 본다면, 해룡과 천마 등의 유도탄 개발로 각 분야마다 관련된 유사 기술은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휴대용 대공유도탄, 즉 신궁에 직접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아직 부족하고 어려운 수준임엔 틀림없었다. 

 

“이를 바탕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전제로 신궁개발에 필요한 기술의 80%정도 수준이었다.” (이원상 책연) 

 

 

원문  : 국방저널 기획연재 2007년 4월호 p6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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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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