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비핵화 방안 제시한 남북 정상… 이젠 공은 미국에

맹수열

입력 2018. 09. 21   16:30
0 댓글

● 북·미 관계 등 향후 전망은?



남북 정상이 쏘아 올린 ‘평화의 공’이 태평양을 건너 워싱턴DC로 넘어갔다.

역사적인 평양공동선언으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한반도 비핵화 시계’를 영구적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주요 관련국인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담판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회담 직전 남북 정상에게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조치’란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언에 대해 북한과 직접 비핵화 협상을 하는 미국이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주요 인사들의 반응은 좋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공동기자회견 직후 트위터에 “북한이 핵사찰을 허용하고 국제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데에 합의했다”고 적었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남북에서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다. 우리는 북한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며 “미국은 북·미 관계를 전환하기 위한 협상에 즉각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반응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평양공동선언 속 비핵화 부분이 미국에는 다소 ‘싱겁게’ 들릴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앞으로 열릴 것으로 보이는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다각적인 북·미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군사외교 전문가인 이서영(예비역 육군소장) 전 주미 국방무관은 “곧 있을 것으로 보이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과의 회담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이번 평양공동선언에서 북한은 미국이 대화를 포기하지 않을 수준까지만 비핵화 로드맵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선언에서는 신고-검증-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과정 가운데 ‘신고와 검증’이 빠져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하지만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겠다고 한 점과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분명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북한은 미국에 핵을 폐기하겠다는 가시적 조치, 즉 신고-검증-폐기 계획을 확실히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군사분석가인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도 논평을 내고 “북한은 여전히 기존 무기에 대해서는 축소나 신고 등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사일 시험장 해체는 그런 점에서 진전을 이룬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인 팀 셔록은 20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서 “북·미 교착상태와 종전선언 등은 미국이 계획한 비핵화 과정 사이에 끼어 있다”며 “단계적으로 상황을 풀어나가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오는 24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한반도 문제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을 ‘촉진자(Enabler)로 정의했다. 권 교수는 먼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최종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전제한 뒤 “최종 버튼은 트럼프 대통령이 누르지만 그의 판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촉진자는 결국 문 대통령”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핵화 과정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문 대통령이 양쪽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북한과 미국 모두 조금씩 양보를 해야 문제가 해결되는데 이 부분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도자급의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 한미, 북·미 관계의 틀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연구기획본부장은 “아직 북·미의 입장 차가 크기 때문에 실무회담이 순조롭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만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실무회담에서 난관이 있어도 정상회담으로 이를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북한의 비핵화, 북·미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협정, 대북제재 해제의 시간표에 남·북·미가 합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런 큰 그림의 합의가 이뤄져야 세부 사항 때문에 애를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결국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미 세 나라 정상에게 달려 있다”며 “북·미 회담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남·북·미 회담을 추진해 우리 정부가 북한과 미국을 비핵화로 이끄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두 정상이 발표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도 앞으로의 남북, 북·미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논평에서 “전반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은 많은 분야, 특히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에 중대한 진전을 가져왔다”면서 가장 중요한 결과물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꼽았다. 엄 연구원은 “북한 지도자의 첫 서울 방문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이라면서 “앞으로 남북이 지속적인 고위급 대화를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현실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 때 하듯 비공식 방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불시에 방문하고 이후 방문 결과를 공개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방문이 성사되면 남북 정상이 수시로 만나 회담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