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2018 연중 캠페인 워리어 리스펙트

도전으로 일군 女풍, 99% 편견 깨고 1% 정예군으로

김철환

입력 2018. 09. 1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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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육군6사단 보급수송대대 김한별 중사


대학 진학 후 적성 안 맞아 부사관 입대

“살아남으려면 스펙 쌓아라” 조언에

직무 관련 자격증만 무려 18개 취득

헌혈 유공장 금장·주말이면 봉사활동도

 

 

육군6사단 보급수송대대 김한별(중사) 수송소대장이 유류 1만6000L를 실어나를 수 있는 대형 유조차를 운행하고 있다. 김 중사는 병사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간부가 되기 위한 적극적인 자기계발과 솔선수범으로 여군에 대한 편견까지 깨뜨려 나가고 있다.  철원=조용학 기자


 

길이 10m, 폭 2.5m, 높이 3.2m의 거대한 유조차는 한 번에 1만6000L의 기름을 운송할 수 있다. 유류 운송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유조차가 육중한 코뿔소의 콧김처럼 에어브레이크의 압축공기를 내뿜으며 육군6사단 보급수송대대 연병장에 멈춰 섰다. 유조차의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작은 체구의 여군 김한별 중사. 보급수송 임무 관련 18개의 자격을 보유한 그녀는 큰 덩치의 황소를 능숙히 다루는 노련한 여성 투우사처럼 대형 차량들을 능수능란하게 운용하는 달인으로 부대 내에서 정평이 나 있다.




“병역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 반드시 군 복무를 해야 하는 남군들과 달리 여군은 모두 자기가 원해서 군대에 왔습니다. 본인이 정말 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입대한 만큼 열심히 하는 것뿐입니다.”

자기계발에 열심인 이유를 묻자 이 같이 겸손한 대답을 내놓은 육군6사단 보급수송대대 김한별(중사) 수송소대장의 책상 위에는 펼쳐져 있는 유조차 매뉴얼과 함께 부대가 운용하는 차량들의 두툼한 매뉴얼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예전에 정비반장님께 차량과 관련한 의문이 있을 때 모든 답은 매뉴얼 안에 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누군가에게 질문을 하기 전에 스스로 답을 찾아보는 습관을 갖게 됐습니다.”

수송소대장으로서 부대 운전병들의 교육과 관리를 맡고 있는 김한별 중사는 병사들도 차량 운용뿐만 아니라 자신의 임무와 군 생활의 답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1년에 2개 이상… 직무 관련 자격증 18개 취득

김한별 중사가 여군의 길을 선택한 것은 완전히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대입 후 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학업은 등한시하고 밴드 동아리와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주문을 받을 때 사용하던 볼펜에서 ‘군대도 골라 가면 즐겁다’라는 문구를 보게 됐죠. 이후 뭔가에 홀린 듯 병무청 홈페이지에 접속하게 됐고, 부사관 시험을 준비해 단번에 합격했습니다.”

답답하고 꿈을 찾을 수 없는 현실에서 탈출하듯 선택한 입대였지만, 군대도 사회와 다를 바 없이 치열한 생존 경쟁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대에 배치받고 나서 제가 계급만 하사지 이등병과 별반 다르지 않게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라는 걸 느꼈어요. 자격증도 워드프로세서와 1종 보통 운전면허 달랑 두 개뿐이었죠. 병사들이 나를 신뢰하고 따를 수 없는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때 주변의 부사관 선배들과 군무원분들께서 ‘군에서 살아남으려면 너만의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부대의 선배들이 김 중사에게 해준 것은 조언만이 아니었다. 실제 자기계발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을 봐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김 중사를 변화의 길로 이끌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내가 꿈을 이루면 나는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좌우명을 세우고 치열한 자기계발을 시작했다.

김 중사의 첫 목표는 ‘1년에 2개 이상의 직무 관련 자격증 취득’이었다. 매년 전·후반기 군에서 진행하는 국가기술자격검정에 도전하기로 한 것.

“처음부터 목표를 크게 잡으면 이루지 못했을 때의 상실감이 클 거 같아서 ‘반기에 자격증 하나를 따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제일 처음 도전했던 자동차정비기능사 시험에서 필기는 붙었는데, 실기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결국 실기를 3번 치른 끝에 자격증을 딸 수 있었죠.”

이 경험을 통해 김 중사가 얻은 것은 될 때까지 도전하는 끈기와 꾸준함, 그리고 일단 여러 번 실패하는 것은 뒤로 미뤄놓고 좀 더 가능성 있는 자격증을 먼저 따서 자신감을 쌓은 뒤 다시 어려운 것을 시도한다는 자신만의 자격증 취득 노하우였다. “실패한다고 포기하면 성과는 제로입니다. 힘들어도 계속 배우고 도전하다 보면 지식과 경험이 쌓여 반드시 결실을 얻게 됩니다.”

이 같은 방법으로 김 중사는 임관 7년 만에 버스운전 자격증과 화물운송종사 자격증, 특수(구난)운전면허, 지게차운전면허 등 18종의 자격증을 갖추게 됐다. 또 위험물안전관리자 자격도 취득해 부대에서 유일하게 대형 유조차를 운행할 수 있는 간부이기도 하다.

문선일(원사) 주임원사는 보수대대가 6사단 내에서 국가기술자격검정에 가장 많은 인원이 도전하는 부대라 소개하고, 김한별 중사가 그러한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보급수송 분야는 여군에게 쉽지 않은 특기입니다. 하지만 김 중사가 장기가 되고 진급이 됐다는 건 국가가 그 노력과 능력을 인정해준 것입니다.”



여군이기에 앞서 군인이기에 힘든 일도 솔선

김한별 중사는 부대 내에서 솔선수범으로도 유명하다. 자신만 자격증을 따는 게 아니라 운전병들에게 자격증 취득 요령을 전수하면서 함께 국가기술자격검정을 치르러 가는 등 자기계발을 독려하고 있다.

“버스운전 자격증과 화물운송종사 자격증은 군에서 관련 임무를 수행한 병사라면 전역 후 적성검사나 필기만으로 쉽게 취득이 가능하므로 반드시 도전을 권장합니다. 그리고 대형면허도 외부에서는 학원 다니는 비용이 큰데 군에서는 임무와 연계해 무료로 연습이 가능하니 병사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문선일 주임원사는 아침을 여는 뜀걸음에서도 김 중사가 늘 가장 앞에서 병사들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본인은 여군이 남군에 비해 체력이 약하니 뒤처지지 않을 만큼만 한다고 하지만, 늘 앞장서는 건 김 중사입니다. 그렇게 병사들과 뜀걸음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홀로 연병장을 10바퀴 더 도는 진짜 군인입니다.”

김 중사는 임무 외에도 ‘적십자 헌혈 유공장 금장’을 받고, 주일마다 개인 시간을 쪼개 기독교 군 선교 활동에 나서는 등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현재 김 중사는 수송 소대장이지만, 지난해까지 유조차 운전관으로서 6사단 예하부대의 유류보급을 책임졌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도 필요하면 유조차에 오르고 있다. 기름이 가득한 무거운 호스를 감아야 하고, 3m가 넘는 높은 차량에 올라 작업하며, 옷과 몸에서 기름 냄새가 지워지지 않는 힘들고 위험한 일이지만 그녀는 ‘여군이기에 앞서 군인이기에 당연히 하는 일’이라며 임무에 임하고 있다.

“아직도 군에는 여군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존재합니다. 그 때문에 나 한 사람이 잘못하면 여군 전체가 비난을 받을 수도 있기에, 늘 남보다 앞장서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군에 대한 편견을 깨고 군인으로서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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