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테러리즘과 국가안보

점점 늘어나는 테러집단… ‘응징-난민지원’ 양면전략을

입력 2018. 03. 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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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알카에다와 ISIL: 극렬테러의 원인과 처방


내전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
내전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



SNS 매체 활용… 유럽의 소외된 젊은 청소년 수천 명 불러들여

세계이슬람협력기구, 알카에다·ISIL을 반이슬람 테러단체 규정

강대국들의 지역 분쟁 개입 막고 아랍연합군 결성 맞서 싸워야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뉴욕 무역센터와 워싱턴의 펜타곤 등을 강타한 끔찍한 테러는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온 인류가 합심해 알카에다의 우두머리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고 조직을 와해시켰지만, 바로 이어 더 잔혹한 ISIL이란 급진 테러조직이 온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ISIL의 실체는 무엇이며 왜 유독 중동에서 잔혹한 테러 조직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지, 그 원인과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소외계층과 급진주의자·희생가족 끌어 들여

ISIL은 내전과 분열이 계속되는 중동의 혼란의 틈새에서 정치적 소외계층과 급진적 이슬람 이념집단, 사담 후세인의 처형으로 궁지에 몰린 이라크 군경조직, 미국의 공격으로 희생당한 민간인 가족들이 모여 저항과 복수를 부르짖으며 생겨났다.

2004년 김선일 씨 살해를 포함한 외국인 인질 납치로 악명을 떨친 아부 마사브 알자르카위의 ‘유일신과 성전 단체’가 그 모태이며, 그 후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AQI)’로 공식 출범했다. 2006년부터는 ‘무자히딘 최고의회(MSM)’로 통합됐고, 미국의 협조로 새로 집권한 이라크 시아파 정권이 수니파에 대한 박해와 차별을 강화하자 이라크 이슬람국가(ISI), 이라크와 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로 이름을 바꾸면서 반정부 테러 활동을 조직화해왔다. 그러다가 2011년 이후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되자 ISIL은 시리아 반군 연합의 주축으로 참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시리아의 독재자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미국과 유럽, 터키와 아랍 왕정국가들의 전폭적인 경제원조와 첨단 무기 제공의 최대 수혜자가 되면서 ISIL은 존재감을 키워갔다. 국제정치의 모순된 딜레마다.


은행 탈취와 석유 밀매 등으로 재원 확보

ISIL은 은행 탈취와 석유 밀매 등으로 상당한 재원을 확보해 필요한 극단분자들을 불러모았다. 우선 이슬람 분쟁 지역에서 가족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젊은 용병들을 사들였으며, 이라크 감옥을 접수해 죄수들을 강력한 조직원으로 흡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ISIL이 알하야트 미디어센터 등을 설립해 첨단 디지털 기법과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SNS 매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유럽의 소외된 젊은 이슬람 청소년 수천 명을 불러들여 살인 도구와 총알받이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잔혹성을 실시간 주요 뉴스로 선전해 준 일부 서방 언론의 무책임도 한몫하게 된다. 보잘것없는 한 테러단체를 일약 세계적인 유명 조직으로 발돋움시켜주었기 때문이다(그 후 CNN이나 뉴욕타임스 같은 서구 언론은 ISIL 관련 보도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전쟁 희생자, 극단적 저항·복수 문화가 한몫

알카에다나 ISIL에 대한 이슬람 세계의 지지는 미미하다. 리비아·이란 같은 반미국가는 물론 지하드, 하마스, 헤즈볼라 같은 과격 이슬람 단체들도 한결같이 미국에 대한 알카에다의 9·11 테러 행위를 비난했다. 아무리 서구세계가 정의롭지 못하다 하더라도 민간인을 담보로 한 테러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고 반종교적 비겁 행위라는 것이다. 이슬람권의 유엔이라 할 수 있는 세계이슬람협력기구(OIC)도 알카에다와 ISIL을 반이슬람 테러단체로 규정해 놓았고, 이슬람권 언론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ISIL 반대 의견은 거의 99%에 달한다. 그런데도 극단주의자들이 이곳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 전쟁과 내란으로 인해 권력이 분점되고, 경제적 이권 배분 구도가 왜곡됐으며, 독재정권 시절조차 보장됐던 생계 유지라는 사회기본네트워크가 붕괴하면서 치안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전쟁 희생자 가족들 중심의 극단적 저항·복수 문화인 ‘인티캄’이 한몫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의 민간인 희생자가 22만 명이며 이 피해자들의 직계가족은 100만 명 이상이다. 또한 시리아 내전 등으로 1300만 명 이상의 난민들이 중동 각지에서 생존 위기에 내몰려 있다. 이들이 복수하기 위해 급진주의자들의 플랫폼으로 자발적으로 뛰어들고, 소외된 젊은이들은 ISIL이 쳐놓은 유혹의 덫에 쉽게 걸려든다.

여기서 우리는 지난 10여 년간 4조3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테러와의 전쟁’을 치렀지만 테러가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확산되고 잔혹해지는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테러 횟수, 최근 6년 새 9배 이상 늘어

글로벌 테러자료센터(GTD)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03년까지 43년 동안 2437개에 달하는 테러조직들에 의해 약 12만5000건의 테러가 발생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2002년 이후 발생했다고 한다. 미국의 중동전쟁 개입 이후 반미라는 목표를 내건 새로운 테러조직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1991년 불과 7개였던 이슬람 무장단체가 2001년 20개로 늘어났고, 2013년에는 그 두 배가 넘는 49개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테러대원들의 숫자도 급증해 유럽 국적의 젊은 전사 3000명을 포함해 1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 결과 알카에다와 연계조직들의 테러 횟수는 2013년 900건 이상으로 최근 6년 새 9배 이상 늘어났다. ISIL은 수많은 테러 조직들 중 최근 새롭게 부상한 한 개의 조직일 뿐이다. 테러 거점을 향한 무차별 공습 과정에서 훨씬 많은 민간인 희생이 동반되는 것이 오늘날 비대칭 전쟁의 특성이고 보면, 궤멸되는 테러분자보다 더 많은 공습 피해자들이 테러 조직에 가담하게 되는 것이다. 서방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테러 행위를 근절할 처방은 과연 없는 것인가? 해결 방식에서 일치된 견해는 아니지만 대체로 이슬람권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주문한다. 첫째, 테러집단을 응징하는 전쟁 못지않게 무고한 민간인 피해자나 전쟁난민들에 대한 지원과 심리치료, 일자리 창출 같은 소프트 파워 전략이 중요한 정책으로 동시에 가동돼야 한다. 둘째, 강대국들의 자국 이익 극대화를 위한 무분별한 지역 분쟁 개입과 군사개입을 막아야 한다. 셋째,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부 걸프 국가들은 살라피즘(급진적 이슬람 이념)의 전파를 중단하고, 관련 이슬람 단체에 대한 재정 지원을 끊어야 한다. 넷째, 아랍연합군을 결성해 이슬람 세계가 앞장서서 이슬람권 테러조직에 맞서 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의 공존이라는 평화 로드맵을 실천하도록 미국과 서방세계가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이렇듯 테러 응징 못지않게 테러 발생 배경의 근원적 해결이 중요하다. 중동 평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시리아 내전 종식, 난민 구호와 생계 마련 등이 가장 시급한 현안일 것이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

감수=국군기무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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