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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무장봉기) 선언…시위 확산 유혈충돌 이어져

기사입력 2017. 12. 17   13:10

<71> 美,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인정…중동 분쟁 다시 ‘점화’




트럼프 선언 이유 ① 핵심지지층 결집 ② 공약 실천 ③ 이-팔 협상 선점

중동 불안 커지면 美 안보 중심추 중동으로 이동…우리 안보에도 영향

아랍국 분열·국제사회 냉담한 현실 속 ‘또 하나의 중동전’ 가능성 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백악관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은 다른 모든 자주국처럼 자국의 수도를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다. 이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할 때”라며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 8일 무장봉기 ‘인티파다’를 선언, 중동에서 새로운 유혈사태에 대한 공포가 짙어가고 있다. 지난 1987~1993년 1차 인티파다로 팔레스타인 측 1900여 명, 이스라엘 측 270여 명이 사망했고, 2000~2005년 2차 인티파다로 팔레스타인 측 3000여 명, 이스라엘 측 1000여 명, 외국인 64명의 희생자를 냈다.

지난 8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철책 지역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예수살렘 수도 인정에 분노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군 사이에 충돌이 발생해 팔레스타인 측 2명이 사망했다. 이어 9일엔 이스라엘 공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누세이라트에 있는 하마스 기지를 폭격해 2명이 숨지는 등 4명이 죽고 1000여 명이 부상했다. 일각에선 ‘3차 인티파다’의 예고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은 전 세계 이슬람 국가들을 뒤흔들어 놨다. 레바논에서는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 최고지도자가 11일 베이루트에 모인 대규모 시위대를 향해 “예루살렘 수호를 공격의 최우선 순위로 정한다. 모든 방면에서 저항하겠다”고 선언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연일 수천 명이 “예루살렘은 우리 것” “미국 타도, 이스라엘 타도”를 외치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고, 이란에서도 “미국에게 죽음을, 이스라엘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전국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소말리아 모가디슈에도 수천 명의 시위대가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목격됐다.


아랍연맹 “美, 국제법 위반…결정 철회하라”

중동과 아프리카의 아랍 22개국이 참여하는 아랍연맹은 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긴급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미국의 발표는 국제법 위반이다. 미국은 이 지역을 폭력과 혼란 속에 빠뜨리는 결정을 철회하라”며 “예루살렘 동쪽을 팔레스타인 수도로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성명에 미국 동맹국인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슬람 세계 전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에 이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이유는 이슬람 시각에서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이 언젠가는 회복해야 할 ‘이슬람 성지’이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은 모하메드가 승천한 곳이자 200년간의 전쟁 끝에 십자군을 쫓아내고 아랍세계를 구해낸 성지다.

반면 이스라엘 입장에선 다윗 왕이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수도로 삼은 곳으로 유대교의 성지이자 유대민족의 토대가 된 역사적 장소다. 이스라엘은 지난 1967년 6일전쟁을 통해 예루살렘 동부와 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점령한 뒤 예루살렘 전체를 수도로 선언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이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등 3대 종교 성지가 공존하는 민감한 지역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왜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스라엘 수도로 예루살렘을 공식 인정하는 무리수를 뒀을까? 중동 전문가 사이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로 러시아 스캔들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통치 동력’ 확보를 위해 핵심 지지층을 겨냥해 ‘예루살렘 수도 선언’을 강행했다는 주장이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시블리 텔하미 비상임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63%에 달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지지 세력인 복음주의 기독교도들은 53%가 이전에 찬성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에 따르면, 미국 복음주의자들 상당수가 신(神)이 주신 영토를 이스라엘이 전부 회복하는 것이 신의 섭리라고 믿는 세대주의 종말론을 신봉하고 있다. 이들이 미국 사회의 주류를 장악하고 있으며 미국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견인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인 교수는 주장했다.

또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선을 치르면서 공약했던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실천에 옮긴 것뿐이라는 가설이다. 친(親)이스라엘 성향인 뉴욕포스트의 베니 아브니 칼럼니스트는 미국 의회가 1995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제정했지만,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대선 후보 때는 이를 약속해놓고 당선 후엔 파장을 우려해 ‘결정을 6개월간 보류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이용해 이전을 미뤄왔다고 비판하며 이 같은 가설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지난 6월 유예안에 서명한 바 있다.

임박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을 앞두고 팔레스타인을 최대한 압박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트럼트 대통령 특유의 협상가적 기질이 발휘됐다는 주장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이스라엘 방문 당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가 궁극적인 합의”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사위 쿠슈너를 통해 최근까지도 이-팔 평화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해왔다. 팔레스타인 인권운동가인 조시 루브너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이-팔 평화협정과 관련한 제안을 공개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트럼프 선언은) 팔레스타인으로 하여금 그들에게 불리한 거래를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아랍국들이 분열돼 이전과 같은 아랍 세계의 단합된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폭탄선언’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3대 종교의 성지 예루살렘, 민감한 지역

현재 수니파 국가들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시아파인 이란과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1970년대 1차 석유위기 주도국이었던 사우디는 표면적으로는 트럼프 선언을 비판하고 있지만 최근 미국과 대(對)이란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양국관계가 원상 복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집트 또한 겉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지만 지난 2013년 무슬림형제단 소속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을 축출하고 권좌에 오른 압델 파타 엘시시 정권이 결국 친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 배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의 묵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또한 시리아·예멘·이라크 등 중동 지역 상당수가 내전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문제에 신경 쓸 경황조차 없는 상황이다. 터키 또한 이슬람권 대표 자리를 노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에 대해 거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제로 이스라엘과 단교할지는 알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팔레스타인 문제는 중동 국가들의 분열과 국제사회의 냉담한 현실 속에서 또 하나의 중동전으로 ‘재점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중동 불안은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 중시 정책을 펼치는 배경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중국의 부상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지만 중동 지역이 안정되고 있다는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중동 지역 불안이 커진다면 미국 안보의 중심추가 다시 중동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를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윤태형 뉴스1 국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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