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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적 핵공격력 확보’ 中 핵전략 방향 틀었다

입력 2017. 12. 0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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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중국의 ‘核굴기’…핵전략 변화 이미 시작


반세기 넘게 지켜온 ‘최소억제’, 기술 발전·핵전력 강화로 사실상 무력화

美 연구소 “작년 中 핵탄두 수 260기로 대폭 늘어… 2026년 388기 예상”

재래식 무기 체계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핵 투발수단 혁신적 개선 이뤄

美 전역 사거리 ICBM·다탄두 탑재 등 첨단화… 핵 군사력 우위 점유 전략

 




중국이 1964년 10월 16일 첫 핵실험 이후 반세기 넘게 지켜온 핵(核) 전략인 ‘최소억제(minimal deterrence)’가 군사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핵전력 강화로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The Diplomat)는 최근 중국의 핵전략이 최소억제에서 ‘제한적인 핵 공격력’ 확보 쪽으로 ‘사실상’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레스터대학의 제임스 존슨 박사는 디플로매트 칼럼에서 “지난 20년 동안 핵전력 개선으로 중국은 역내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면서 “이는 기존 ‘최소억제’ 또는 ‘확증보복’보다 더 광범위하고 차별적인 핵무기 사용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에 이어 다섯 번째 핵보유국이 된 중국은 그간 ‘적의 핵 선제공격이 있을 경우에만 핵 공격에 나선다’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핵선제불사용(no-first use)’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핵 공격력’보다는 ‘핵 억지력’ 확보를 목적으로 둔 ‘소극적 핵 안보전략’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핵무기 규모를 자위적 수준으로 제한하고, 낮은 상태의 핵 대응 태세를 유지해왔다.

디플로매트에 따르면 1990년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약 200기로, 양국이 합해서 약 2만기 수준이었던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프랑스(550기), 영국(350기)에 비해서도 작은 규모였다. 미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핵 격납고(silo)에서 발사되는 액체연료 기반의 둥펑(DF)-5를 7기 보유하고 있을 뿐이었다. 당시 ICBM은 발사준비에 시간이 걸리고, 발사를 전후해 적에게 노출이 쉬울 뿐만 아니라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 적의 선제공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또한 정확도마저 떨어져 중국이 핵 보유 5대 강국 반열에 올라 있지만 실전에 있어서는 ‘후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중국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공식적으로는 ‘최소억제’ 전략을 내세우면서도 지속적으로 핵탄두 규모를 늘리고 핵 발사체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왔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중국의 핵탄두 수는 260기 정도로 이전에 비해 30%가량 늘었고, 오는 2026년까지 272~388기로 핵탄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핵탄두 규모 자체보다는 재래식 무기 체계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핵 투발 수단이 혁신에 가까운 개선을 이룩했다는 점이다. 우선 과거 중국의 핵전력은 중거리미사일에 전적으로 의존했지만 이제는 ICBM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로 주력이 바뀌었다. 또한 핵 격납고에서 벗어나 이동식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이용해 다양한 장소에서 발사가 가능해졌고, 다탄두 MIRV(다중 독립형 목표 공격 재돌입체), 초음속 활공운송수단(HGV)을 사용하는 등 최첨단으로 변모했다.

랜드연구소가 올해 발간한 연구보고서 ‘중국의 진화하는 핵 억제력(China’s Evolving Nuclear Deterrent)’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중국은 둥펑(DF)-5A 10기, DF-5B 10기, DF-31 12기, DF-31A 24기 등 총 56기의 핵탄두 탑재 ICBM을 보유하고 있다. 핵탄두 탑재 SLBM인 쥐랑(JL)-1은 48기, 중장거리형 전장탄도미사일(TBS)인 DF-21는 80기, DF-26은 8기가 있다.

중국은 지난 1981년 액체연료 기반의 2단 추진체 DF-5를 핵 격납고에 첫 배치한 이후 지속적으로 ICBM 성능 개발에 나섰다. 지난 2015년 9월 전승절 열병식 행사 때 처음으로 공개된 핵 격납고 발사 ICBM DF-5B는 미 본토 전역 공격이 가능한 1만3000㎞로 사거리가 늘어났고, 올해 초엔 다탄두 MIRV형 DF-5C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식 ICBM으로는 현재 사거리 7200㎞인 DF-31과 1만1200㎞인 DF-31A가 주력으로 실전 배치돼 있다.

지난 2012년 첫선을 보인 DF-41은 이동형 ICBM으로 최대 사거리가 1만4000㎞에 달할 뿐만 아니라 공격 오차가 100m에 불과하고 6~10개의 다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MIRV형이다. 기술 일부가 미국과 러시아를 추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군은 내년부터 실전배치를 시작해 오는 2026년까지 12~24기를 배치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사거리 7000㎞급 SLBM인 JL-2를 60기, 사거리 3500㎞인 중장거리탄도미사일 DF-26을 20~30기 추가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중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핵 탑재 중장거리형 전장탄도미사일(TBS)이다. 지난해 말 현재 88기가 실전 배치돼 있는데, 이는 한반도 주변에 핵을 탑재한 중장거리 미사일을 집중시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무력화하고 역내 핵군사력 우위를 점유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2015년 전승절 열병식 때 공개된 신형 TBS인 DF-26은 항모 요격 기능을 갖추고 있어 중국의 역내 패권전략인 반접근지역거부전략(A2AD)의 맞춤형 전략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관련, 미사일 요격 방어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우리로선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의 핵 위협에도 고스란히 노출돼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문제는 지난 2010년 이후 중국 군사기술이 다양성, 속도, 정확성, 사거리, 파괴력 등 측면에서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면서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 간의 구분이 모호해졌다는 점이다. 중국 지도부와 군부가 공식적으로 수동적·방어적 개념인 ‘핵선제불사용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의 핵전력이 재래식 무기의 기술발전에 힘입어 이미 ‘제한적 핵공격’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국의 군사전략가들은 ‘최소억제’를 넘어 재래 전력뿐만 아니라 핵전력을 포함한 ‘선제타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3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핵·미사일 전략·전술을 운용하던 제2포병을 확대 개편해 ‘로켓군’을 창설했다. 일개 병종(兵種)에서 육·해·공군과 동격인 군(軍)으로 승격한 것이다. 중국 군 전문가들은 중국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핵·재래전력의 ‘통합 전략’이 필요해지면서 ‘최소억제’를 목표로 둔 기존 제2포병의 역할은 수명이 다했으며, ‘로켓군’ 창설은 중국 핵전략의 새로운 시대를 의미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군 전문가 사이에서 “최근 들어 핵과 재래전력, 공격과 방어 간의 전통적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핵 위기 고조(nuclear escalation)’ 과정이 빨라지고 있다”면서 “이는 미·중 간 전략적 안정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또 양측 모두 ‘선제공격 전술’을 선택하는 유인(incentive)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향후 중국은 기존 방어적 개념의 최소억제 전략을 고수하기보다는 ‘공격적 핵능력 강화’를 염두에 두고 핵 현대화를 계속 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군과 지도부는 여전히 ‘핵 선제타격 포기’ ‘최소 억제’를 공식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미국 등 군사 강국들의 견제를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하면 말과 행동이 다른 ‘모순된 상황’이 조만간 정리될 것이란 관측이 안보전문가 사이에서 나온다. <윤태형 뉴스1 국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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