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인터뷰

“北에 확실한 억지 메시지 줄 비대칭전력 구축 시급”

이영선

입력 2017. 11. 3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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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긴급 인터뷰, 北 ‘화성-15형’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향후 전망


김영호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장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급랑 속으로 휘말리고 있다.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달 29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기습 발사하고 중대발표를 통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한이 ‘화성-15형’으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자 미 국무부는 대규모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방일보는 ‘시계 제로’의 혼란으로 치닫고 있는 현 정세에 대해 국방대학교 김영호 안보문제연구소장과 긴급 인터뷰를 진행했다.



북한 핵무력 기술적 완성 단계 추정

재진입 기술 관계없이 美엔 큰 위협

 

北, 대미협상 주도권 싸움 유리 전망

中, 압박수위 높이겠지만 한계 예상

 

北 내부 시스템 붕괴 기대 어려울 듯

‘핵은 공멸의 길’ 분명한 경고 줘야

- 북한이 75일 만에 신형 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기술적으로 거의 완성단계에 이른 것 같다. 약 75일간 도발을 감행하지 않은 것은 정세관리를 위한 도발 자제라기보다는 결국 탄도미사일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하지만 이번 ‘화성-15형’에 대해 대기권 재진입기술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미사일 비행거리가 미국 본토까지 가능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미 본토 고공에서 폭파시켜 ‘핵 EMP’ 탄으로 사용할 경우 굳이 재진입 기술을 마스터하지 않아도 엄청나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미국 본토 전역에 대한 실제적 위협 수단이 확보된 셈이다.”

- 북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7차 핵실험은 더 이상 없다고 봐야 되는지?

“김정은이 연초 올해 안에 핵무력 완성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한 소형화와 경량화를 위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 결국 북한이 핵·미사일 무장을 기반으로 대미협상을 추진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된다고 봐야 하는지?

“가능성이 크다. 완성된 핵을 기초로 체제안정은 물론, 기존 핵무기에 대한 묵인 등 훨씬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협상의 주도권이 자기들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고자세로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그렇게 될 확률도 높다. 심지어 최종단계인 핵 포기조차도 끝까지 협상 대상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 그렇다면 미국의 대북 협상목표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표면상으론 핵 포기를 목표로 하겠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핵 동결 및 불사용, 그리고 확산금지 보장을 우선 목표로 할 가능성이 크다.”


- 우리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좁아질 것 같다.

“걱정스럽다. 상황이 어렵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닌 것 같지만 만약 북한이 오판해 미국의 군사적 옵션을 사용하는 레드라인에 아주 근접하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정말 하지 말길 바라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 최근 시진핑 주석의 특사가 홀대를 받고 오는 등 중국의 북에 대한 감정이 안 좋을 것 같다. 중국의 역할에 대해 기대할 수 없는지?

“자존심에 굉장한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시진핑 주석이 특사로 방문했던 쑹타오 대외연락부장을 통해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서 당대 당으로서 유대를 강화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하지만 김정은을 만나지도 못했다. 시진핑의 분노가 크고 대북 압박수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있다. 현재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노력에는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의 체제붕괴까지 진행될 정도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 국제사회의 압박이 상당기간 지속됐다. 경제난 속에 이러한 핵무장 집착에 북 주민들의 불만이 심할 것 같은데?

“북한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최근 조금 나아졌다고 한다. 제재의 효과보다 시장경제의 부분적 확대로 인한 생산성 증대와 유통확대 효과가 아직은 더 우세한 것 같다. 어차피 북한정권 입장에서 보면 경제발전이라고 해도 우리와 같은 고도성장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인 삶의 수준만 조금씩 나아지면 되고, 그래서 현재는 주민 불만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 경제 규모가 좀 더 커지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자체적인 생산성 향상만으로는 성장이 불가능하며 외부에서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어 생활 수준 향상이 둔화되기 시작하면 주민들 불만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 최근 JSA 북한군의 귀순과 고위급에 대한 숙청 등 내부적 갈등도 심해 보인다.

“현재까지는 김정은의 권력이 공고해 보인다. 비록 김정은의 나이가 어리고 권력의 전면에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김정일이 사망하기 전 김정은의 정통성과 권력 공고화를 위해 통치시스템을 잘 정비해 놓은 듯하다. 김정은 집권 이후 권력 엘리트의 숙청이나 경질 등을 볼 때 이 시스템은 생각보다 단단해 보인다. 정권이 그렇게 쉽게 붕괴되진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 그럼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

“김정은에게 확실한 억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비대칭전력을 빨리 구축해야 한다. 핵을 사용하면 자신도 공멸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서도 말했지만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하지 못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실효적 조치를 최대한 신속히 찾아야 한다. 실질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조치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

이영선 기자 < ys11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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