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 축구’ 2017 시즌 결산 <4·끝> 보은 상무 이미연 감독 인터뷰
2009년 여성으론 아시아 첫 P급 지도자 자격증 취득
현역 시절 10년간 태극마크… 여자 축구 ‘1세대 리더’
팀 창단 10년… “이젠 우수 선수 지원 잇따라 해볼만”
국군체육부대에 여자축구팀(보은 상무)이 창단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보은 상무 이미연 감독은 다사다난했던 그 시간 동안 불사조 여자축구를 묵묵히 지켜온 산증인이다. WK리그(여자실업축구)의 최초이자 유일한 여자감독으로서 올 시즌 보은 상무의 가능성을 입증한 이미연 감독을 국군체육부대 맹호축구장에서 만났다.
올 시즌 3승 아쉬움… 성장 가능성 확인 ‘소득’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했어야 하는데 많이 아쉽네요.”
이미연 감독은 당초 10승을 목표로 했지만, 올 시즌 승점 13점(3승4무21패)에 그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토로했다.
보은 상무는 개막전에서 경주 한수원을 1-0으로 잡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이어 서울시청을 상대로 2승을 챙겼다. 1승에 그쳤던 지난해보다 한 단계 성장하며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소득이었다. 하지만 ‘용병’이 전력을 좌지우지하는 여자축구에서 ‘토종’으로 꾸려진 팀은 전력에 한계가 있었다.
이 감독은 “경기 초반 전열이 갖춰지기 전에 실점한 경기가 몇 있었고, 마지막에 해결사 역할을 할 선수가 없었던 것이 아쉽다. 부상 선수가 많았지만 군인정신으로 똘똘 뭉쳐 싸워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군대 안 간다” 가장 많이 울던 권하늘 중사, 장기 복무 신청
지난 3월 9일은 상무 여자축구단이 창단 10년을 맞은 날이었다. 그동안 보은 상무는 유일한 군팀으로서 리그에 참여해 여자축구의 저변 확대와 선수들의 고용 보장 등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지난 2015년까지 보은 상무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육군 부사관으로서 3년간 의무적으로 군 생활을 해야 했다. 갑작스러운 입대에 당황해 울음을 터트리는 여자 선수까지 있었다. 이후 2016년 선수선발세칙 개정 후 지원제로 변경됐다.
이 감독은 “군대에 가기 싫다며 가장 많이 울었던 선수가 권하늘 중사다. 권 중사의 부모님조차도 딸의 입대를 반대했다. 그런데 입대 하루 전날까지 숙소에 안 들어와 속을 썩였던 권하늘이 나중에는 군에 매력을 느껴 장기복무를 신청하더라”며 웃었다.
이후 권 중사는 팀의 간판 미드필더이자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한국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한 레전드가 됐다.
이제는 유망주들도 보은 상무에 지원하고 있다. 유니버시아드 대표 출신의 김민진 하사가 대표적이다.
이 감독은 “현재는 여자축구 전용 구장 등 최고의 시설에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부대 환경에 반한 선수들의 장기복무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25명 중 9명이 장기 복무자다. 실업팀으로 가면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선수생활을 할 수 있지만, 은퇴 후 야전에서 안정적인 복무를 지속할 수 있기에 이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은퇴 후 육군7사단에서 복무하는 최지혜가 최근 ‘상사’로 진급했다며 흐뭇해했다.
WK리그 홍일점 감독… 내년엔 CISM 우승 도전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태극마크를 달고 10년간 수비수로 활약한 여자축구의 1세대다. 은퇴 후에는 WK리그의 유일한 여성 감독으로서 맏언니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어왔다.
또한 공부하는 지도자로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09년 여성으로서는 아시아 최초로 P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으로서 P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한 이는 김 감독을 포함해 4명뿐이다. 지난 27일부터는 제주도에서 WK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C급 지도자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군에서 받은 혜택에 보답하고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지도한다. 전역한 선수들도 ‘군에 있을 때가 그립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내가 인복은 있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또한 “8개 구단 중 가장 먼저 동계훈련에 돌입한다. 실업·대학팀들과 합동훈련을 하면서 팀을 가다듬어 플레이오프 진출에 도전하겠다. 내년에는 미국에서 세계군인스포츠위원회(CISM) 주최 세계여자군인체육대회가 열린다. 지난해에는 3위에 머물렀는데 이번에는 정상에 올라 ‘대한민국 여군의 힘’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싶다”며 다음 시즌 도약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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