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36계, 병법을 말하다

이만이공만이(以蠻夷攻蠻夷: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다스림), 미끼로 꾀어 혼란한 틈 이용해 낚아라

입력 2017. 11. 2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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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이위공문대와 포전인옥




당태종이 묻고 장수 이정이 대답

1만여 글자로 된 전술토의서

논 기정·허실·공수 등으로 구성

당 태종은 626년 형과 아우의 피를 뒤집어쓰고 황제에 올랐다. 그는 중국 남북조와 수나라까지 이어지던 혼란기를 마감하고 미증유의 발전을 이룩했다. 청조 강희제와 더불어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군주로 평가받고 있다. 그 곁에 『이위공문대(李衛公問對)』가 있었다.


奇正으로 고구려 침공을 논하다

『이위공문대』는 당 태종이 묻고 장수 이정이 답하는 형식의 1만여 글자로 된 전술 토의 병서다. 이위공은 이정을 말하며 『당리문대(唐李問對)』라고도 한다. 당 태종은 고구려 침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정은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한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무장이었다. 이들이 나눈 대화에는 육도부터 삼략까지 6대 병서와 손자·오자·제갈량 등 역대 전략가의 지혜가 망라됐다. 병서의 유래와 전투 사례들도 포함됐다. 핵심은 기정(奇正)·허실(虛實)·공수(攻守)다. 정관의 치로 알려져 있는 『정관정요(貞觀政要)』는 태종이 신하들과 정치에 관해 문답한 것을 기술한 책으로 이 병서와 더불어 살펴보면 유익하겠다.

『이위공문대』 1편 논 기정은 기병과 정병을 하나로 섞어 운용하는 다양한 전술을 말하고 있다. 가장 먼저 정병은 고구려 정벌부터 사방 이민족을 제압하는 이만이공만이(以蠻夷攻蠻夷: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다스림)까지 17개 전술을 논했다. 만이는 중국 사방의 변경 밖에 사는 이민족을 총칭한다. 이이유지 난이취지(利而誘之 亂而取之: 적을 미끼로 유인하고 혼란한 틈을 이용해 취함)는 17계 포전인옥(抛전引玉)과 같은 뜻이다. 이를 구현하는 방법은 형인이아무형(形人而我無形: 적은 드러내고 아군은 숨김)하고 사적막측(使敵莫測: 적이 그 변화를 모르게 함)이라고 했다.

虛實과 攻守로 적을 제압하다

『이위공문대』 2편은 논 허실이다. 무출손무(無出孫武: 손무에게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음, 즉 모든 병서가 손자병법에서 나왔다는 뜻)부터 무기 사용법까지 18개 전술을 다뤘다. 여기에서 배실격허(背實擊虛: 실은 피하고 허를 공격)는 손자병법 피실격허(避實擊虛)와 같다. 이를 위해 허허실실과 기정병용으로 주도권을 쥐는 것(兵貴爲主)이 승리의 요체임을 말했다. 조조와 제갈량이 사용한 여러 진법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3편은 논 공수다. 육도와 울료자·손자병법에서 논한 13개 전술을 이야기한다. 여기에서는 기원전 512년 오왕 합려가 초나라 공략책을 오자서에게 묻자 ‘다방이오지(多方以誤之: 다양한 방법으로 적 실수를 유도)’라고 한 점이 눈에 띈다. 결국 승리는 상대방의 허점을 찾아내는 데 있겠다. 그리고 사마법의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 천하가 태평할지라도 국방을 게을리하면 반드시 위기에 처하게 된다)와 부전이굴인(不戰以屈人: 싸우지 않고 이김)을 으뜸으로 여겼다. 이를 위해 득사자 기필견리(得士者 器必堅利: 인재를 얻고 무기는 반드시 견고하고 날카로워야 함)를 강조했다.

나당전쟁과 포전인옥

『이위공문대』를 살펴보면서 수·당나라의 한반도 침공 역사를 지나칠 수 없다. 17번째 전술 ‘이만이공만이’는 이이제이(夷以制夷)다. 삼국통일 과정에서 당은 이 전술을 써서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켰다. 7세기와 8세기 중엽까지 한반도는 통일과 항쟁의 시간이었다. 수문제와 수양제, 당태종은 고구려를 우습게 여기고 잇따라 정벌에 나섰다가 패했다.

당은 처음에는 한반도 지배 속셈을 숨기고 신라를 지원했다. 백제·고구려 정벌 지원은 미끼였고 신라마저 삼키려는 포전인옥이었다. 당은 삼국통일 후 웅진도호부·안동도호부 등을 설치하고 우리 땅을 당 제국에 편입시키려 했다. 신라는 결연히 맞섰다. 675년 10월 김유신의 아들 김원술은 연천 매소산성 밖 들판에서 이근행이 이끄는 당군 20만 명을 격파해 진정한 삼국통일의 기초를 세웠다. 676년 11월 금강 하류 기벌포해전에서 당 설인귀군 4000명을 수장시켰다. 735년 당 현종이 대동강 이남 통치권을 신라에 이관하기까지 당은 60년 동안 한반도에서 주인 노릇을 하려 했다.

그런데 1400년 지난 지금 중국은 북한을 ‘이만이공만이’의 수단으로 여긴다. 이스라엘군은 마사다 요새에서 군인 선서를 한다. 마사다 요새는 서기 73년 로마군 공격에 끝까지 저항했던 사해 서쪽의 거대한 바위산 꼭대기다. 우리의 장교와 부사관 임관식을 아스팔트나 잔디 위보다는 한탄강 매소성이나 기벌포에서 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 <오흥국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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