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36계, 병법을 말하다

부드러운 것으로 능히 굳센 것을 제압할 수 있다

입력 2017. 11. 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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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삼략과 소리장도


『삼략』은 3800여 자에 불과해 무경칠서 중 가장 얇다. 군사전략보다는 하늘의 도리를 따르고 현명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노자(老子)의 도가 사상 영향을 받은 『육도』와 함께 『육도삼략』으로 지칭되며 함께 읽히기도 한다.

황석공이 개울가에서 한나라 건국공신 장량에게 삼략을 전해주었다고 전해진다.  필자 제공


 

 진나라 황석공이 장량에게 준 병서

상·중·하략 3권 3800여 자로 구성

민심을 바탕으로 한 부국강병·치세

하늘의 도 따르고 인재 선발 중요시

상략과 소리장도

『삼략』은 상·중·하략 3권으로 되어 있다. 삼략의 ‘三’은 숫자가 아닌 많다는 뜻이다. ‘略’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지혜를 말한다. 진나라의 전설적 도인 황석공이 장량에게 전해 준 태공망 병서라고도 한다. 삼략에는 기원전 2세기 초 한(漢)나라 유방의 작전참모 장량이 등장한다. 이것으로 보아 지은이는 황석공이며 후대인 3세기 초 후한 말에 무명인이 편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핵심은 민부병강(民富兵强)·군신위엄(君臣威嚴)·거현치군(擧賢治軍)이다.

상략은 치국과 민심, 군주까지 29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용병에 관한 내용이다. 핵심은 민부병강으로 민심을 바탕으로 강한 나라를 만드는 부국강병과 같다. 황석공은 ‘군참과 병도’에서 ‘柔能制剛 弱能制强(유능제강 약능제강)’이라고 했다. 부드러운 것이 능히 굳센 것을 제압할 수 있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제압할 수 있다는 뜻이다. 10계 소리장도(笑裏藏刀: 웃음 속에 칼이 있음)에서 笑는 柔와 弱, 刀는 剛과 强에 비유된다. 여기에서는 웃음(柔弱)이 칼(剛强)을 제압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는 ‘장수와 병사’에서 ‘有饋簞료者 使投諸河 與士卒同流而飮(유궤단료자 사투제하 여사졸동류이음)’ 일화를 소개했다. 어떤 장수가 전공을 세워 막걸리를 담은 대나무 그릇을 받자 이 술을 강물에 부어 장병과 함께 마셨다(飮)는 뜻이다. 지휘관과 부하들이 동고동락하는 上下同欲者勝(상하동욕자승)을 말한다.

중략과 조호이산

육도 중략은 패도와 전쟁부터 패자지략까지 9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때에 맞게 치도를 행함을 말한다. 핵심은 군신위엄으로 지도층의 위엄을 바탕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황석공은 ‘패도와 전쟁’에서 “하나라 우왕, 은나라 탕왕, 주나라 문왕 시대에는 인의예지 덕목에 기초한 왕도로 천하가 평온했다. 그러나 제후들이 다투는 춘추시대에 들어오면서 왕도가 사라지고 패도(覇道)가 등장했다”고 했다.

그는 ‘덕과 위엄’에서 군주와 신하의 덕과 위엄을 강조했다. 신하는 장수를 뜻하며 ‘主無威則失權 無威則國弱 威多則身蹶(주무위즉실권 무위즉국약 위다즉신궐)’이라고 했다. “군주는 위엄이 없으면 위세를 잃거나 나라가 쇠약해진다. 위엄이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자신이 쓰러진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15계 조호이산(調虎離山: 호랑이를 산에서 떠나게 함)을 살펴봐야 하겠다. 곧 정치와 군사의 일체감 조성으로 호랑이가 산을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호랑이는 안보를 위한 강한 군대다. 오직 적만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군제와 권변’에서 말하는 덕(德)은 정치를, 세(勢)는 군사를 말한다. 군주는 어진 마음으로 다스리고 장수는 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힘을 쏟도록 당부했다.


하략과 욕금고종

육도 하략은 현인과 성인부터 흥망까지 18개 주제로 세상을 다스리는 치세를 이야기한다. 핵심은 거현치군으로 지혜로운 자를 발탁해 군사를 다스려야 나라를 안정시키고 적도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석공은 ‘예악과 흥망’에서 현인과 군주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賢人之政 降人以體 聖人之政 降人以心(현인지정 항인이체 성인지정 항인이심)’이라고 했다. 현인은 정사를 펼 때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군주는 마음을 감화시켜 사람들을 따르게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득기득인(得己得人: 스스로 덕을 닦아 인심을 얻는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적의 마음을 얻는 16계 욕금고종(欲擒故縱: 잡으려면 일부러 놓아줌)이다. 여기에서 명령의 어원이 나온다. 命은 군주 입에서 나온 말을 신하에게 전달하고, 令은 군주의 말을 죽간이나 흰 비단 위에 써 부하에게 전달한다는 뜻이다.

삼략은 바다를 건너가 일본 무사도의 정신 바탕이 됐다. 젊은 사무라이들이 막부(幕府)를 무너뜨리고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대 일본을 만들었다. 비록 무사도가 지나쳐 태평양 일대를 전쟁으로 내몰았으나 그 지혜는 새길 만하다. 반면 같은 시기에 조선은 병서에 별다른 관심 없이 이론 중심의 성리학에 빠져 몰락의 길을 걸었다.

 

<오홍국,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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