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장태수교수의 건강병영24시

“야외활동시 풀밭 위에 옷을 두거나 눕지 마세요”

입력 2017. 05. 1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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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진드기


SFTS 바이러스 가진 참진드기가 주범

5월부터 11월까지 주로 나타나

고열·구토·설사·식욕부진 증상

항바이러스제·백신 없어 주의가 최선

 



올해 처음 제주와 전남에서 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감염된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그중 제주도에 거주하는 79세 여성이 패혈증 쇼크 및 다발성 장기기능상실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이 여성은 지난달 고사리 채취 등 야외활동을 하다 집에서 갑자기 쓰러졌다고 합니다.


SFTS는 SFTS 바이러스를 가진 참진드기에게 물려 걸립니다. 나들이나 야외활동이 많은 5월부터 11월까지 주로 나타납니다. 잠복기는 대개 1~2주로 알려져 있고, 38도 이상의 고열과 오심, 구토, 설사, 식욕부진 증상을 보이고 심하면 경련, 의식저하 등으로 이어져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치사율은 약 30%로 높은 편입니다.

진드기는 거미류에 속하는 절지동물입니다. 그중 참진드기는 세계 약 700종, 국내 27종이 보고됐습니다. 작은소참진드기는 국내에도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습니다. 집에 서식하는 일반적인 진드기와는 달리 숲과 잔디 등 야외에서 주로 서식하며 크기는 약 3㎜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이 중 작은소피참진드기, 개피참진드기, 일본참진드기가 많은데 이 3종에서 모두 SFTS 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진드기가 옮기는 병은 이 외에도 진드기매개티푸스, 진드기매개뇌염, 라임병, 쯔쯔가무시병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SFTS와 함께 털진드기가 옮기는 쯔쯔가무시병도 종종 발생합니다. 아직 효과가 확인된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이 없으므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입니다. 특히 매개 진드기인 작은소참진드기의 활동 시기인 5~8월에 산이나 들판에서 활동할 때는 진드기가 서식하는 풀밭이 있는 숲이나 잡목 지역에서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훈련이나 야외 활동 중에 SFTS를 예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풀밭이나 덤불 위에 옷을 벗어두거나 눕지 말아야 합니다. 혹시 옷을 벗어두었다 하더라도 다시 입을 때는 반드시 탈탈 털어 입어야 합니다. 돗자리를 펴고 앉거나 눕는 것이 그나마 차선책입니다. 그런 때에도 풀밭에 깐 돗자리는 깨끗이 씻어 햇볕에 바짝 말려둬야 안전합니다.

② 들판, 깊은 숲속 등 풀이 많은 곳을 통과할 때는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흡혈 진드기는 뛰어오를 능력이 없으므로 잔디나 나뭇잎에 있다가 사람에게 묻혀서 실내로 진입합니다. 대부분의 흡혈 진드기가 무릎 높이에서 발견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③ 야외작업 땐 작업복을 입고 발목이 긴 장화를 신고, 소매를 단단히 여미고 바지는 양말 안으로 집어넣는 게 좋습니다.

④ 등산로를 벗어난 산길은 다니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만, 훈련을 위해 풀숲이나 덤불 등 진드기가 많이 서식하는 장소에 들어갈 때는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⑤ 산에 가거나 야외활동을 할 때는 곤충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로 모기를 쫓는 용도지만 진드기를 막아주는 제품도 있으니 진드기 기피 효과를 확인해 구매해야 합니다. 기피제는 몸에 직접 뿌리는 것, 옷에 뿌리는 것, 텐트에 뿌리는 것 등 사용 제품마다 성분이 각기 다르므로 반드시 정확한 사용법을 숙지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⑥ 야외활동 이후에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머리카락, 귀 주변, 팔 아래, 허리, 무릎 뒤, 다리 사이 등에 진드기가 붙어있지 않은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대부분 진드기는 인간과 동물에 부착하면 피부에 단단히 고정돼 장시간 피를 빨아 먹습니다.

⑦ 몸에 진드기가 붙었을 땐 조심스럽게 떼어내야 합니다. 흡혈 진드기는 피부에 구멍을 뚫어 흡혈합니다. 피부에 달라붙은 진드기는 갈고리 모양의 턱 부분으로 흡혈할 부분을 일(一)자로 절개해 구멍을 뚫고, 그 속으로 흡혈기관을 박아 넣습니다. 한번 붙은 진드기를 몸에서 떼어내기가 어려운 이유도 이 흡혈기관 자체가 잘 떨어지지 않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몸에서 진드기를 발견하면 핀셋을 최대한 살과 가까이 대고 집어내야 합니다. 이때 진드기의 잔해가 피부에 남지 않도록 진드기를 그 자리에서 죽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드기가 있던 자리는 이후 알코올을 묻힌 휴지로 닦아내거나 요드 성분이 함유된 비누를 사용해 물로 씻어내면 됩니다.

야생진드기에 물려도 모두 질병에 걸리는 건 아닙니다. 건강한 사람은 면역력이 높아서 가볍게 앓거나 저절로 치유되므로 지나친 우려보다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국내 작은소참진드기 100마리 중 99마리는 SFTS 바이러스를 갖고 있지 않아 물리더라도 병에 걸리지는 않으므로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장태수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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