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좌충우돌 병영체험

“혼자선 힘든 산책길… 오늘은 꽃길 걷는 기분”

안승회

입력 2017. 04. 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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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60사단·슈퍼모델 아름회, 장애인 복지시설 봉사활동


“서울 ‘은평의 마을’ 찾은 장병과 모델들

장애인 어르신과 산책하며 말벗 돼주고

발 마사지와 시설 대청소 등 팔 걷어

샤워장 청소하는 장병들 모습에 지켜보던 장애인도 빗자루 들고 나서기도

 

 


 

 


4월 20일은 우리와 더불어 사는 장애인을 이해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1981년 제정된 장애인의 날이다. 우리나라에는 전체 인구의 5%에 달하는 250여 만 명의 장애인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장애인을 보는 시선은 낯설다. 육군60사단은 ‘제37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다름의 차이를 존중하는 편견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특별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TV에서만 보던 슈퍼모델들과 함께 사회 복지시설 ‘은평의 마을’을 찾아 장애인들과 화합하며 그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 것.



20일 오전 9시 서울시 은평구 ‘은평의 마을’. 봉사활동을 위해 이곳에 모인 육군60사단 장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할 ‘아름회’ 회원들이 큰 키와 늘씬한 몸매를 뽐내며 하나둘씩 도착했기 때문. 아름회는 슈퍼모델 선발대회 입상자들의 비영리 모임이다. 1992년 입상자 이소라 등 200여 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으며 현재 모델 김효진이 회장으로 선출돼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 곳곳에 따뜻한 손길을 전달하고 있다. 이날 봉사활동에는 김효진 회장을 비롯해 박둘선·박세련·신설아·박기훈·이지은·이환희·최홍준·김건희 등 9명의 슈퍼모델이 참여했다.

“모든 장애인을 대할 때는 인격과 개인차를 존중해 주세요. 장애인을 만나면 먼저 반갑게 인사해주세요. 대화할 때는 분명한 발음으로 천천히 말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조건 없는 도움보다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주세요. 봉사활동 중 알게 된 장애인의 비밀은 반드시 보장해 주셔야 합니다.”

강당으로 자리를 옮긴 장병들과 아름회 회원들은 봉사활동에 앞서 은평의 마을 사회복지사로부터 유의할 사항과 당부를 들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산책, 발 마사지, 대청소. 장병과 회원들은 장애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섰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두 뺨을 스치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계절 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혼자 산책하며 봄을 만끽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장병들과 아름회 회원들은 장애인과 함께 산책에 나섰다. 든든한 군 장병들이 휠체어를 밀고 아름회 회원들은 장애인의 말벗이 되어드리며 은평의 마을에 조성된 성모동산을 찾았다. 사계절 색다른 낭만을 즐길 수 있다는 성모동산에 오르자 활짝 핀 분홍빛 진달래가 이들을 맞았다. 아름회 회원들이 간식을 나눠주며 대화를 이어가자 무표정이었던 장애인들의 얼굴에 활기가 돌았다.

성모동산에서 내려온 이들은 열차카페로 향했다. 코레일에서 기증한 무궁화호 1칸을 리모델링해 만든 열차카페는 고향에 가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이다. 고향 가는 교통수단인 열차에서 차를 마시며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이 카페는 은평의 마을에서 인기 있는 장소다. 장애인들과 함께 열차카페에 오른 장병들과 아름회 회원들은 주스 한 잔을 앞에 두고 장애인들의 말벗이 되어드렸다.

 

 


 

청소봉사만 해오다 봄을 맞아 처음으로 장애인 어르신의 산책을 도왔다는 김선민 일병은 “처음 산책에 나설 때는 무뚝뚝하게 반응했던 어르신이 밖에 나와 해맑게 웃으며 마음의 문을 열고 먼저 말을 걸어주는 모습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며 “앞으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자주 찾아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19명이 함께 생활하는 환자실로 자리를 옮겼다. 바닥에 빙 둘러앉은 장애인들 뒤에서 장병들이 어깨를 주무르고 아름회 회원들은 발 마사지에 도전했다. 장애인들은 살갑게 말을 건네며 마사지하는 장병들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고, 서툰 솜씨로 발 마사지를 하는 모델들에게 시원하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마사지를 하며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샤워장에서는 박춘규·이규호 상병이 청소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청소용 솔로 바닥을 문지르고 유리창을 떼어내 세제로 말끔히 닦아내고 있었다. 그때 이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A씨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샤워장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빗자루가 들려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하는 두 병사를 돕겠다며 나선 것이다. 두 사람은 만류했지만 A씨의 착한 마음씨를꺾을 수 없어 함께 청소하기로 했다. 박춘규 상병은 “장애를 가진 어르신들이 먼저 반갑게 맞아줘서 편안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며 “몸이 불편한데도 우리를 도와 함께 청소하려는 따뜻한 마음에 오히려 군 생활에 지쳤던 내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안승회/사진=조종원 기자


 

 

 

아름회 김효진 회장

“군 장병들은 든든한 봉사 파트너”

 

 



“아름회는 아름다운 모델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사랑의 열매 홍보대사와 희귀·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 엔젤스 파이팅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각종 후원행사에 참여하고 있죠. 미혼모 자녀들을 보살피고 중증장애 아동과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곳 어디라도 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

김효진(사진) 회장은 아름회 회원들이 가진 재능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장애인의 날을 맞아 군 장병들과 함께한 이번 봉사활동이 더욱 특별했다고 말했다.

“군인과 모델은 걷는 법을 다시 배운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우리 모델들도 군인의 전우애처럼 끈끈한 유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젊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인다면 못할 것이 없겠죠. 든든한 장병들은 더할 나위 없이 믿음직한 봉사 파트너였습니다.”

이어서 그녀는 군 장병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나라를 지키는 군 장병 여러분 덕분에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함께 하면서 강한 군인들이 약자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모습에 크게 감동했습니다.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군인 여러분을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육군60사단 전차대대 김정수 원사

“받는 고마움 덕에 베푸는 기쁨 알았죠”

 

 


 


육군60사단이 은평의 마을을 찾기 시작한 것은 2013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단 예하 전차대대 김정수(사진) 원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월 1회 봉사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 원사는 185회 헌혈로 지난해에는 대한적십자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봉사하는 삶을 사는 김 원사는 이웃과 나누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가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가족 때문이다.

“지체장애가 있는 동생 때문에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집에서 혼자 생활하는 동생을 보면서 누군가의 작은 도움이 장애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헌혈 역시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에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편찮으실 때 수혈을 받으셨거든요. 주변에서 보내준 따뜻한 정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받은 고마움 덕분에 베푸는 삶의 즐거움을 알 수 있었다는 그는 장병들과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있다.

“오랜 세월 장병들과 함께 봉사를 하면서 느낀 점은 남을 위해 하는 봉사활동이 결국은 나를 위하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장병들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게 됩니다. 우리 사단이 사고가 없는데 봉사활동을 통해 장병들의 바른 인성을 함양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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