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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 수호’ 가치관 공감 신뢰·우정 깊어져 ‘혈맹’으로

입력 2016. 11. 2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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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전장 곳곳서 선봉에 선 ‘미 제1기갑여단’의 한국 파병 의미는?


 

액션엔 반드시 시그널 있다
양국 작전개념·계획 공유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어


‘끈끈한 동맹’ 이유 3가지
가치관 공감 “같이 갑시다”
60여 년 넘게 공조 情 쌓여
양국 근무 장병들 서로 호감

 

 

 

지역 내 어려운 주민에게 연탄배달 봉사를 하고 있는 미 제1기갑여단전투팀의 장병들. 지게를 지고 있는 이가 여단장 티머시 헤이든 대령이다.  필자 제공

 

 


미 제1기병사단(일명 ‘악마 사단’)의 제1기갑여단전투팀이 한반도 배치를 마치고 교육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1기갑여단전투팀은 그동안 장기판의 졸(卒)과 차(車) 역할을 모두 감당해왔다. 전장에서 선봉 역할을 맡아왔으며, 제1차 세계대전 이래 결정적 전투에 주공 부대로 투입됐다. 미국이 전쟁 의지를 밝힐 때 통상 이 부대를 움직였다.

미국이 왜 제1기병사단을 한반도에 보냈는지 이론으로 풀려 하면 복잡하다. 이해하기 어렵고 어떤 경우에는 잘 안 맞는다. 이미 계획된 순환배치의 일부이니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하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국가의 중요한 행동에는 상대국을 향한 시그널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 시그널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에 대해 ‘만약 정훈교육 시간에 병사들이 한미동맹에 관한 질문을 하면 어떻게 쉽게 알려줄까’ 정도의 고민으로 시작해서 썼다. 유사한 생각을 했던 야전 초급 간부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으면 한다.

한미동맹은 잠재적 전쟁 공동체다. 전쟁이 나면 같이 싸우겠다고 정치적으로 공언해왔고, 이를 군사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한미는 군사지원 및 협력을 하는 실효적 동맹국이다. 작전개념과 계획을 공유하고 있으며 훈련·편제·장비의 상호운용성도 높다. 이런 동맹은 세계에 없다.

한미동맹은 세계 안보의 위기였던 냉전기를 함께 극복했다. 양국의 큰 위기였던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는 서로에게 등을 맡기고 수혈을 했다. 미국은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발발하지 않도록 최전선에 군대를 주둔시켰다. 한국은 미 본토에 다시는 테러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부대를 파병했다. 한미동맹은 지금도 장차 다가올 ‘영구 전쟁의 시대(era of perpetual war)’를 같이 준비하고 있다. 이런 동맹은 또다시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60여 년 동안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군비를 증강하고 위협을 관리할 수 있었다.

매력·가치관·정체성 등 공감대

 

 

안보를 다루는 이론들은 여러 관점에서 동맹을 설명한다. 세력균형을 위한 국가의 중요한 행위나 위협에 대한 반응이라 하기도 하고, 상호 이익과 기회 창출을 위한 계산 결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미동맹은 상호 안전보장을 추구하는 전형적 동맹이면서 또 한편으로 매우 특수한 (다른 동맹과는 차별적인) 사건이다. 이 특수성 때문에 한미동맹의 실체인 개별 사건들은 하나의 이론만 가지고 설명하기 힘든 것이다.

나는 이익의 교환이나 기회 포착과 같은 객관적·계산적 판단보다는 매력·가치관·정체성 같은 주관적·추상적 요소가 한미동맹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당장 비합리적·비논리적이라는 비판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1950년 6월 25일, 미 지상군의 한반도 파병을 결정할 때 블레어 하우스에 모인 주요 직위자들은 이제 막 민주주의의 장도에 들어선 약소국에 대한 걱정과 그들을 불법적으로 침략한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또한 1965년 7월 2일, 베트남에 한국군의 파병을 결정했을 때 전 국민적 공감대는 한국을 도와준 미국에 보은해야 한다는 의기(義氣)와 약소국을 위협하는 공산주의를 아시아에서 몰아내자는 의분(義憤)에 모아졌다. 그 이후로도 한미 양국이 동맹임을 확신한 역사적 사건의 현장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계산기가 아니라 공동의 적과 우방의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와 걱정이 있었다. 이렇게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바라보는 초점을 조금 옮기면 한미동맹에 대한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한미동맹이 이렇게 강하고 질긴 이유를 좀 더 쉽게 이해하고 현실에 가깝게 설명할 수 있다.



1. 같이 가고 싶은 매력 때문이다. (“같이 갑시다. We Go Together.”)

기존에는 ‘패권적 리더십’ 즉, 어느 한 국가의 강한 힘 때문에 동맹이 유지된다고 했다. 미국이 강대국이고 강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우리는 미국이 패권적 리더십을 갖고 있어서, 돈이 많고 힘이 세서 거기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와 민주주의, 평화와 번영으로 대표되는 국가관·가치관에 공감하고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같이 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은 우리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 가정과 예절에 대한 가치관, 교육과 질서에 대한 엄격한 기준 등을 존중하면서 기꺼이 배우고자 한다. 구성주의(Constructivism)와 같은 사회과학 사조는 이런 정체성·매력·가치관 등을 국가 행동의 중요한 변수로 내세운다.



2. 정 때문이다.

기존에는 ‘신뢰성의 보존’ 때문이라고 했다. 쉽게 말하자면 한미동맹을 전처럼 공고히 유지할 이유가 더 이상 없더라도 다른 동맹국들이 쳐다보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둔다는 것이다.

나는 그보다는 ‘양국이 그동안 쌓은 정’으로 설명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한미 양국은 무려 60여 년이 넘게 인류 현대사의 질곡을 함께 달려왔다. 세계평화나 지역안정과 같은 보람된 일이 많아서 고운 정이 많이 들었다. 반대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같은 심각한 이견 충돌도 있었다.

동맹으로서는 섭섭할 수 있는 자국 중심주의가 과하게 드러난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미운 정도 쌓였다.

이 ‘정이 쌓인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해와 오해를 반복하면서 겉으로 드러난 행동이나 결과의 속과 이면에 있는 진심을 알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관계가 지속 반복되면서 오인(misperception)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국가관계에서 신뢰 증진만큼이나 오인 방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다수의 연구를 통해 이미 주장된 바 있다.


3. 양국에서 근무했던 장병들의 긍정적 경험 때문이다.

기존에는 ‘국내정치와 엘리트 조작’ 때문이라고 했다. 즉, 동맹이 지속될 이유가 없더라도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출세에 써먹으려는 이들이 동맹을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나는 그보다는 해외나 한미연합사에서 미군과 근무해본 한국 장병들, 한국이나 외국에서 한국군과 근무해본 미군 장병들, 그리고 그들 가족의 긍정적 경험 때문이라고 본다.

워싱턴 DC를 비롯해 미국의 각주를 돌아다니다 보면 6·25전쟁에 참전했거나 의정부·용산 등에서 근무했다는 예비역들을 많이 만난다. 난 그날은 친구이자 가족이 된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친구이고 군인인 것을 밝히면 가족이다.

그들은 단편적이나마 한국의 도시와 자연, 문화와 음식에 대해 즐거운 기억을 갖고 있다. 따뜻한 온돌방과 문밖까지 나와서 배웅해주던 한국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추억을 갖고 있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해외에 파병을 다녀온 이들은 함께 근무했던 미군 장병의 호의와 깊은 배려, 규정과 방침에 대한 엄격한 소신 등에 감동한 적이 있을 것이다. 상호 긍정적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야 신뢰나 쌍무적 관계도 가능한 것이다.

 

 

이젠 우리가 친구의 선물에 답할 차례?



이제 서두에 꺼냈던 질문으로 돌아가자. 왜 미국은 미 제1기갑전투여단을 한반도에 보냈을까? 위의 세 가지 이유에서 답은 이미 나왔을 줄로 안다. 미군 장병과 예비역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포함하는 미국은, 친구이자 가족인 한국인과 한국군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들이 보유한 최정예부대를 보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가 친구의 선물에 답할 차례가 아닐까?

 

<남보람 소령 / 군사편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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