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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용한 무기 ‘보병’… 소규모 전술부대 투자 늘려야

입력 2016. 11. 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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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미래 소규모 전술부대(Future Tactical Small Unit)


무기체계를 능가하는 美 육군 개인·팀의 효율성

육·해·공 대표 플랫폼에 버금가는 예산 투입 ‘절실’

장병 심리·상호작용 등에 대한 연구 확대하고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레드 팀’ 운용 우선돼야

 

 

미래 전투보병 체계 프로그램에 따른 시험모델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  필자 제공

 

 

최근 야전 시험평가를 마친 미 공군의 개인 군사용 GPS 시스템.  필자 제공

 

 

 

 

희귀재이자 고가재인 국가자산 ‘보병’

육군 소규모 전술부대(TSU: Tactical Small Unit)의 무기와 장비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비단 육군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육·해·공군 개별 장병이 포함된 팀 이상 규모의 조직 모두가 논의 범위에 포함된다. 그러한 주장이 실체화된 것 중 하나가 미래 전투보병 체계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군 소규모 전술부대의 무기와 장비에 대한 투자는 충분한 것일까? 충분 자체를 따지기 이전에, ‘충분’이란 대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일까?

미 육군을 지원하는 싱크탱크들은 소규모 전술부대에 투자하는 예산이 육·해·공군의 대표적 무기체계, 플랫폼에 투자하는 예산과 상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미군이 탱크·전투기·함정에 사용하는 것만큼의 돈이 장병 개인과 그들로 구성된 팀의 무기와 장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분야를 연구한 이들이 정리한 일반적 논거는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소위 ‘전 영역 작전(full spectrum operation)’을 표방하는 미 육군의 보병 개인과 팀의 효율성은 전차나 장갑차 같은 무기체계를 능가해 왔다(특수작전부대나 CIA의 전술팀도 마찬가지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최전선과 도심의 시민들 사이에서 작전을 실행할 때 가장 유용한 무기는 바로 ‘보병’ 그 자체였다. 그러므로 장점을 더욱 강화해 압도적 우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전술부대에 대한 투자를 전향적으로 늘려야 한다.

둘째, 현대의 병사는 국가자산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희귀재이며 고가재다. 근대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모집부터 쉽지 않고 오래 남아있도록 하는 것은 더 어렵다. 또한 한 명의 병사가 전장에서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육성하는 비용, 그리고 그들 가족의 의식주를 포함한 복지·교육 등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데는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된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병사가 무사히 오래 근무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국가정책이 된다. 평시는 물론이고 전쟁이 나더라도 그 희생을 거의 제로에 수렴하도록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현대 전장에서 장병 부상과 사망은 군사전략·국가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전쟁의 양상이 달라졌기 때문이고 동시에 개별 인간에 대한 가치 비중이 직상승했기 때문이다. 가장 상징적이고 널리 알려진 사건은 1993년 모가디슈 전투일 것이다. 작전 중 전사한 미군 장병의 유해를 소말리아 반군이 끌고 다니는 것이 뉴스에 노출되자 국내에 반전 여론이 크게 일었고 결국 미국은 소말리아로부터 철수했다.

결과적으로 위 근거논리는 보병에게 최첨단 군사과학기술이 반영된 무기, 생존성·민첩성·다기능성을 보장하는 고가의 복장 및 장구류, 실시간 동시 의사소통이 가능한 통신 장비 및 운용 시스템 등을 연구개발해 보급하라는 요구로 연결된다. 이렇게 본다면 육·해·공군의 대표적 플랫폼에 버금가는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은 과장이 아니다.



소규모 전술부대 밑바닥부터 다시 설계를

그렇다면 이런 결론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미 육군은 어떤 기준·지침을 참고하고 있을까? 미 지상전연구소, 국가연구위원회 육군 분과 등에서 미래 소규모 전술부대 발전을 위한 우선과제 및 권고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정리해보자.

첫째, 소규모 전술부대 강화의 대전제는 인간 고유 영역(Human Dimension)에 대한 연구와 투자 확대다. 단기·중기·장기 계획을 수립해 관련 예산·제도·인력을 마련해야 한다.

각 개인의 심리·행위·인간관계는 작전의 과정과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소규모 전술부대는 이에 더 민감하다. 따라서 육군은 이들이 최선의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장병의 심리·상호작용·인간관계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해법, 군대에 맞는 방법과 절차 등을 보유해 지원해야 한다.

둘째, 시스템 공학에 근거해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몇몇 실무자나 과장의 경험에 근거해 계획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론이나 프로그램에 근거하지 않고 유행을 따르거나 선발국가에서 추진하는 것을 본떠서도 안 된다.

셋째,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레드 팀(red team)을 운용해야 한다. 다가올 상황을 상정해 미래에 대비하는 과정은 고도의 추상 영역이다. 자칫 객관성을 잃거나 자기 확신의 늪에 빠지기 쉽다. 이때 유용한 것이 레드 팀이다. 적의 개념과 전술, 사고방식에 의해 아군의 그것을 분석하고 약점을 찾아내는 특수조직인 레드 팀은 미군이 실제 자주 활용하는 유용한 사전검증 시스템이다.

넷째, 기존의 요구-획득 절차를 전부 뒤집어라. 최전선에서 요구하는 무기와 장비는 종종 터무니없고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현장의 경험에 십분 양보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예산과 절차로는 실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미 지상전연구소 등은 바로 그 지점에서 육군의 미래가 시작된다고 했다. 터무니없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무기라도 현장에서 필요한 것으로 판단해 요청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군의 책무다. 현재 예산으로는 불가능한 고가 장비를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장병들이 하루빨리 착용토록 하는 것이 육군 차원의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한때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던 목록에 다기능 소총, 소규모 전술부대용 로봇과 드론, 개인 GPS, 디지털 통합 헬멧 등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다섯째, 현재 미 육군 소규모 전술부대는 가까운 미래에 존재할 경쟁자의 전투력보다 한 차원 높은 전투력을 가져야 하며, 가까운 미래의 미 육군 소규모 전술부대는 먼 미래의 경쟁자보다 월등해야 한다.

이때 ‘한 차원 높은’, ‘월등히 뛰어난’이란 표현이 담고 있는 것은 단순한 화력·기동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작전지역의 정치와 문화에 대한 이해력, 외국어 능력과 의사소통 기술,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굳건한 가치관 등 이전에는 비군사적 능력, 작전 이외의 영역이라고 여기던 역량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여섯째, 미 육군이 가진 모든 자산을 이용해 소규모 전술부대를 밑바닥부터 다시 설계하라. 한때 유용했던 개념견인(concept-drive)이나 능력견인(capabilities-drive) 등의 사고방식도 뛰어넘어라. 예측불가능성·복잡성을 본질로 하는 미래 안보환경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뒤집어 새로 시작해야 한다. 미 지상전연구소는 지금부터라도 교육사·보병학교·육군연구소 등 현존하는 모든 두뇌역량을 집중해 미래 소규모 전술부대 설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곱째, 변치 않는 기본은 정신력과 체력이다. 미래전이 그 어떤 것이 되든 소규모 전술부대의 무기와 장비가 무엇이 되든 그 상황을 견디고 무거운 장비를 옮길 수 있는 원동력은 정신력과 체력이다.

그러나 지금 현재 미 육군이 규정하고 알고 있는 정신력·체력과 미래의 그것이 같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금물이다. 과거 미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용기를 ‘적진을 향해 목숨을 돌보지 않고 뛰어드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요즘은 동시에 적진을 향해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생존과 임무 달성을 위해 참는 것도 진정한 용기라고 가르친다.


<남보람 소령 군사편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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