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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평화 위한 상생 조건 도출…선택 아닌 필수

기사입력 2016. 06. 28   16:22

<47> 전쟁사의 외연(外延) 확장: 왜 필요한가? <끝>

무기· 무기체계의 관점서 탐색

고대 페르시아 마라톤 전투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다뤄

 

전쟁에 대한 포괄적 연구는 ‘안보의식 강화’에 크게 기여

분단 현실 극복 실질적 도움 줘

 

 

 




연재를 마치며

그동안 총 46회에 걸쳐서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주요 전쟁에 대해 일반역사와 전쟁사를 접맥한다는 구상으로 집필했다. 특히 전투 승리의 요인을 당대의 무기 및 무기체계의 관점에서 탐색했다. 구체적으로는 서양 고대 페르시아 전쟁의 마라톤 전투에서부터 현대에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의 대미를 장식한 원자폭탄 투하에 관한 얘기까지를 다뤘다. 아쉽지만 일단 이쯤에서 연재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1945년 이후의 현대전쟁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아는 바가 일천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현대전쟁에 대한 참고자료는 다른 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풍부하다. 맘만 먹으면 누구든지 관련 연구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전쟁사(military history)란 기본적으로 군대 및 전쟁 - 군사전략 및 전술, 군사사상과 리더십, 군사제도, 교육훈련, 무기체계와 장비 등 - 에 관한 이야기로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전쟁사를 오로지 군대와 관련된 역사로만 인식하는 것은 너무 편협한 생각이라는 데 다수 연구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실제로 전쟁사는 군사사라는 포괄적인 명칭으로 불리면서 그 관심 범위를 꾸준히 넓혀왔다. 단순히 군대와 전쟁 자체만이 아니라 군대와 사회의 관계, 전쟁과 평화의 관계, 그리고 군대와 문화의 관계 등 한마디로 전쟁을 종합적인 사회현상으로 인식하고 각 분야와의 상호작용을 고찰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런데 우리 군의 경우, 전쟁사 연구가 아직도 전자의 전통적인 범주에 머무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전쟁사=군사사 인식, 관심 범위 넓혀

무엇보다도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해당 사회에 미친 ‘영향’을 다각적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다. 전쟁을 양 진영 간의 무력충돌로만 파악할 경우 전장의 폭력성만 부각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처럼 총력전 성격의 전쟁을 단지 전장이나 군인들의 활동에만 국한할 경우, 그 진면목을 제대로 밝혀내기가 어렵다. 전쟁을 인간의 합리적인 정치 행위로만 이해하는 이념적 토대에 입각해 그 원인을 고찰하고 나아가 전략과 전술, 무기를 연구하는 전통적 연구방법에서 탈피해 전쟁이 해당 인간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

전쟁사 연구는 ‘전쟁과 사회변화’라는 포괄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승리를 위해, 아니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던 인간 군상(群像)들의 실상에 더 근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세기의 전쟁은 그 이전의 전쟁처럼 군인들만의 과업에 국한되지 않고 해당 국가의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고 그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른바 ‘총력전’ 성격의 전쟁은 해당 사회 속에 뿌리를 내린 채 부단히 그 사회와 상호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전쟁사만큼 그 인기의 등락(騰落)을 경험한 예도 드물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전쟁사가 일부 역사철학을 제외하곤 역사학 전체를 대표하는 연구 분야로 인식됐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장군이나 국가의 중흥을 촉발한 결전(決戰)에서의 승리 등은 역사가들이 주목하는 단골 주제였다. 하지만 제1차 대전 이후로 역사학의 다른 분야들이 새롭게 주목을 받으면서 전쟁사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제2차 대전 이후에는 언론매체나 출판시장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는 인기가 있었지만, 전문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기피 분야로 인식됐다. 그러다 보니 전쟁사는 상아탑 내에는 발을 붙이지 못한 채 일반인들의 전쟁에 대한 낭만적 향수를 자극하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이처럼 전쟁사가 소외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일반인 역사학자 자신이 지적·경험적으로 군대생활이나 관련 용어와 같은 소프트웨어, 그리고 특히 무기와 같은 하드웨어에 덜 친숙한 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전쟁사를 위대한 장군의 영웅담이나 전투의 연대기를 나열하기만 할 뿐 역사학의 다른 분야에 비해 논리적 분석력이나 창의성이 뒤지는 분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자연히 전쟁은 전략과 전술이라는 정치 행위 내지는 군사지도자의 영웅적인 행위로 축소돼 역사소설이나 전기(傳記)의 서술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론 상황이 이토록 악화된 이면에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한 채 연구 주제와 방법을 다양화하지 못한 전쟁사 연구자들 자신의 책임도 있다.



전쟁사 위상 향상…연구도 활기

다행스럽게도 1980년대 이래로 전쟁사의 위상은 점차 향상돼 왔다. 특히 1990년대에 냉전 종식 후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쟁사에서도 ‘전쟁과 문화’의 관계를 비교사적 관점에서 고찰하려는 연구가 활기를 띠었다. 연구자들은 전쟁사가 단순한 전투사에서 벗어나 전쟁과 군사조직의 문화적 측면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쟁이나 전투 양상에 중요한 변화를 초래한 요인이 최신 군사기술이나 무기 등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방식이라면, 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소 중 하나인 ‘문화’를 고찰 대상에 포함해야만 했다. 오늘날 전쟁사는 전통적 주제인 전략 및 작전술과 연계된 전투행위에 대한 분석을 넘어서서 이를 둘러싸고 있는 외연(外延)- 특히 사회 및 문화 -과의 관계에도 주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쟁이 사회변화의 동인(動因)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전쟁과 사회 연구로 인해 전쟁사의 범위는 더욱 확대됐다. 이제 전쟁사가는 전쟁이나 전투와 더불어 전쟁이 사회제도나 정책 등의 변화에 끼친 영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만 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법 덕분에 일반인 역사학자들도 전쟁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역사학 내 다른 분야와의 소통이 원활해졌다.

이제 전쟁사는 군대 조직, 무기, 전투 등 특수한 분야에 머물렀던 전형적인 연구경향에서 탈피해 인간, 사회, 국가, 그리고 문명까지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전쟁사 연구는 우리의 현재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모자라서 초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전쟁’에 대한 연구는 사회적으로 안보의식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오늘날 인터넷을 비롯한 대중매체의 발달 덕분에 현대인은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전쟁의 실상을 거의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다. 이러한 전쟁의 일상화로 인해 우리의 삶은 은연중에 긴장감과 폭력성에 잠식되고 있음은 물론, 동시에 처참한 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윤리적인 문제들에 빠르게 둔감해져 가고 있다.



현실적 삶의 방향 좌우

이처럼 전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의식과 가치관을 변화시키고 현실적인 삶의 방향을 좌우하고 있다. 따라서 전쟁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는 우리의 분단 현실에서 실질적인 도움과 함께 역사적 의미를 제공할 수 있다.

전쟁의 원인과 본질, 그리고 그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포괄적으로 조망할 때에만 인류가 평화를 위해 준비해야 할 상생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좀 더 분명하게 도출할 수 있다. 그러기에 전쟁사 연구 자체의 활성화는 물론이고 연구주제 면에서 외연의 확대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이제 더는 비켜갈 수 없는 필수요건이 아닐까 한다. 그동안 필자의 부족한 글에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


<이내주 육군사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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