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대한민국 국군 리포트

[15사단] 맞춤형 '信의 무기' 두려움을 용기로…

안승회

입력 2015. 12. 21   18:23
0 댓글

<34>육군15사단 GOP부대 군종활동


군종병은 가이드북 '브라이트 노트' 항상 휴대하고

상담때는 전문 상담관·군종장교가 직접 장병 찾아

\'감사 세끼' 노트에 하루 3번 감사한 일 적기 습관화

모든 중대에 군종병 둬 언제든 약식 종교행사 진행

 

 

 


 

 

 

 



전투에서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있다.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힘, 정신전력이다.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아비규환 속에서 방아쇠를 당기며 적에 맞설 수 있는 용기는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정신전력이 전투력의 뿌리인 이유다. 그중 '신앙'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정신전력이다. 현실 너머 내세의 소망이 있는 군인은 그렇지 않은 군인보다 정신적으로 강하다. 우리 군은 '군복 입은 성직자'로 불리는 군종 장교를 각 군에 두고 군 내의 종교적·영적 지도자 임무를 맡기고 있다. 우리 군이 북한과 비교해 절대 우위에 있는 비대칭 전력 '군종'. 오늘날에는 종교 활동뿐 아니라 장병들의 건강한 병영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전방 부대임에도 불구하고 모범적인 군종 활동을 하고 있는 육군15사단의 사례를 소개한다.



● 캐럴이 울려 퍼지는 겨울 마을 속 장병들의 안식처



지난 16일 오후 강원도 화천군에 위치한 육군15사단을 찾기 위한 길은 험난했다. 북한 지역인 강원도 금강군의 옥발봉에서 발원하는 북한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는 것도 잠시 구불구불 험준한 산길을 오래도록 달려 도착한 그곳은 그야말로 겨울 속의 겨울이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매서운 칼바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옷 속을 파고들었다. 몸도 마음도 추운 오지의 마을이었다. 하지만 사단사령부 교회에 들어서자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캐럴과 은은한 커피향이 진동하는 그곳은 교회이기 전에 장병들의 쉼터였다. 군종장교와 장병들이 소품을 직접 구매해 교회 1층에 있는 휴게실을 그럴싸한 카페로 꾸민 공간이다. 사단 군종참모부는 A부터 Z까지 장병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 군종병들의 지침서 브라이트 노트(Bright-Note)



사단 군종병들은 하나같이 손바닥 크기의 '브라이트 노트'를 휴대하고 있었다. 핸드북 형태의 이 노트는 군종병의 군종지원 능력 강화를 위해 사단 군종참모부가 만들었다. '브라이트'라는 이름은 밝은 병영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전투력 발휘를 극대화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우 식별법, 전우 상담법, 보고체계, 종교행사 절차와 종파별 기도문 등으로 구성된 이 노트는 한마디로 군종병 자신이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가이드 북'이다. 여기에 상담일지 기능이 더해졌다.



사단은 군종병이 노트 양식에 따라 상담이 필요한 장병을 식별해 기록하면 전문 상담관이나 군종 장교가 직접 그 장병을 방문해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도입한 지 불과 11개월. 거둔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신앙을 기반으로 브라이트 노트를 활용해 상담을 진행한 군종병들의 활약이 빛을 발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장병들을 찾아내 전문 상담관에게 연결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 군종병 박성호 병장은 "이 노트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우를 찾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교과서 같은 존재다"며 "내가 상담을 진행했던 전우가 밝은 미소를 되찾았을 때 군종병으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하루 3번 '감사 세끼' 노트 작성



사단 군종참모부는 '감사 세끼' 노트를 만들어 육군에서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감사나눔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병들은 습관을 바꿀 수 있는 기간인 21일 동안 하루 3번 감사한 일을 노트에 적고 있다. 인기 TV 프로그램명을 패러디해 지은 '감사 세끼'라는 이름은 장병들 머리에서 나왔다. 하루에 밥을 3번 먹는 것처럼 타인에 대한 감사도 습관적으로 하루에 3번씩 하자는 의도가 담겼다. 재밌는 이름만큼이나 장병들은 즐겁게 감사 노트를 작성하고 있다.



● 소초별로 진행되는 종교행사



자리를 옮겨 찾은 GOP ○○소초에서는 종교행사가 한창이었다. 종파별로 모여 능숙하게 의식을 집전하고 있는 주체는 다름 아닌 '군종병'이었다. 소대 단위의 단독 숙영지가 많은 최전방 부대 특성상 군종장교가 모든 격오지 부대를 방문해 종교의식을 집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단은 모든 중대에 군종병을 둬 그 빈틈을 완벽히 채우고 있었다.



이 역시 브라이트 노트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군종병은 노트에 나온 가이드를 참고해 찬송에서부터 사도신경, 기도, 말씀 나눔, 중보기도, 주기도문에 이르기까지 약식이지만 알찬 종교행사를 진행했다. 종교행사에 참가한 장병들은 마음의 평안을 얻은 듯 밝은 얼굴로 철책 근무에 투입됐다. 수요일인데 종교 행사가 진행되는 게 의아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부대 관계자는 "최전방에서 계속되는 긴장감 속에 철책 근무를 수행하고 있는 장병들이 심신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언제든 약식 종교행사를 진행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김영호(소령) 군종참모
"인생이 '금'처럼 가치 있다고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고 싶어"







"전방부대 특성상 소부대 단위 군종병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브라이트 노트는 그들의 군종지원능력 향상을 연구한 결과물입니다."



15사단 현장 중심 군종 활동을 진두지휘하는 김영호(사진·소령) 군종참모는 브라이트 노트를 만든 목적에 대해 이처럼 밝혔다. 이어서 그는 "종교 활동은 장병들이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조망해보고 삶의 목적을 찾도록 해 건전한 가치관을 형성하게 해줍니다. 또한 '부성'만을 느끼는 군 생활 속에서 '모성'을 느끼게 해주는 종교 활동은 장병들의 심신을 건강하고 평화롭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라고 종교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브라이트 노트를 만든 것 외에도 군종병 집도 종교행사, 찾아가는 소부대 종교 활동 등 전방 부대 특성에 맞춘 사단만의 특별한 군종 활동은 모두 그의 아이디어다. '유통기한이 있는 빵(초코파이)'만 바라고 살아가던 장병들이 '유통기한이 없는 빵(종교)'을 발견하고 인생의 새로운 가치관을 갖게 됐을 때 보람을 느낀다는 그의 목표는 종교를 통한 병영문화 혁신. "장병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이 '금'처럼 가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연금술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부대 특성에 맞는 맞춤형 종교 활동을 고안해 병영문화 혁신에 기여할 것입니다."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