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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는 인식변화와 함께 쌍방향 정책수립 필요”

맹수열

입력 2015. 10. 2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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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 기 범 다문화학회장·숙명여대 교수


다문화도 경쟁력… 정책 시행 올해로 10년

 

1세대 자녀 군 입대 시작

팀워크·협력과 소통으로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야

 

 


 

   “다문화 정책이 시작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습니다. 정책은 나름 빠르게 정착되고 있지만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한국이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국인들의 인식전환이 가장 필요합니다.”

 이기범(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다문화학회장은 다문화 사회를 향해 가파르게 달려가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고 평가했다. 몸(사회적 인식)은 자라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큰 옷(정책)을 입고 있는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2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인식전환’을 거듭 강조했다.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는 이주민들뿐 아니라 자국에 큰 이익을 줄 수 있다”고 밝힌 이 회장은 인정과 존중을 통한 사회적 인식변화와 함께 이주민의 목소리를 듣는 쌍방향 정책 수립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 기자 역시 고려시대에 건너온 화교 출신이다. 이렇게 보면 다문화 사회는 아주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던 것 아닌가? 다문화 사회의 현대적 정의는 무엇인가?

 ▲ 이동의 제약이 있었던 과거와 달리 ‘국경 없는 사회’, 글로벌화는 이제 전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았다. 때문에 각 나라들 역시 다문화 사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다문화·다인종 사회는 외국에서 이주해온 이들이 전체 인구의 5%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를 말한다.

 -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고 봐야 하는가?

 ▲ 외국의 경우 노동력의 이동이 이주의 가장 큰 요인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제결혼을 통한 이주가 많은 특수한 상황이다. 이주 노동자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국으로 돌아가지만 결혼 이주자들은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으며 사회에 편입되는 차이가 있다. 우리는 현재 양적으로는 3.2%에 그치고 있지만 증가세는 가파르다. 2020년에는 5가구당 1가구가 다문화 가정이 될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아직 수치상으로는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결혼 이주자가 많은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머지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 다문화 사회가 갖는 장점은 무엇인가?

 ▲ 자민족 문화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던 이들이 다문화 사회에서는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다문화 감수성·다문화 인지도라고 한다. 여러 문화를 접하면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넓어진다. 글로벌화된 관점에서 폭넓은 인생 설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인력 수급이 원활해진다. 또 결혼 적령기를 놓친 이들에게 외국인 여성과 결혼을 할 기회가 생기는 것도 인구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문화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 특히 일자리나 복지 혜택을 빼앗기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말하는 ‘좋은 일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져가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젊은이들이 취업을 꺼리는 3D업종에 종사하는 것이 사실 아닌가. 복지도 마찬가지다. 가정을 꾸리거나 법적으로 이주를 승인받은 이들과 그 자녀를 대상으로 한 복지는 당연한 것이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시민으로 성장하고 기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꿔 우리 동포들이 외국에서 오해나 차별을 받는다면 참을 수 있겠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이들을 동등한 인간으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대해야 한다. 또 편견으로 인한 차별도 줄여야 한다. 이주민들이라고 왜 불만이 없겠는가. 다만 그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편견과 차별의 대상은 항상 약자다. 이런 차별·무시가 계속된다면 사회 건강성도 저해된다. 이주민에 대한 처우는 해당 국가에 영향을 미친다. 자국 출신 이주민이 차별을 당한다면 해당 국가에 진출한 우리 동포·기업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우리의 다문화 정책은 어떤가?

 ▲ 다문화 정책이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이다. 나름 열심히 했고 성과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가령 외국인 체류기간은 법무부가, 가족 문제는 여성가족부가, 교육문제는 교육부가, 불법노동문제는 고용노동부가 담당하는데 이를 하나로 묶어 혼선과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는 통합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성숙한 다문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 이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도움을 준다’, ‘이러저러한 게 필요할 것이다’라고 넘겨짚기보다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며 맞춤형 정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 모범적인 다문화 정책을 만든 외국의 사례가 있나?

 ▲ 과거에는 미국보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이 이주민에 대해 보다 관용적이었는데 요즘은 이슬람 근본주의로 인해 경직된 양상이다. 하지만 그래도 유럽은 여전히 다문화 정책에서 참고할 부분이 많다. 특히 시리아 난민 사태 이후 이들에 대한 배려와 관용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잘 짜인 다문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딱 한 곳 모범사례를 뽑기보다는 각 나라의 장점을 잘 조합해 한국형 맞춤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 다문화 가정 1세대 자녀들이 입대를 시작하면서 우리 군도 다문화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 처음이니까 뉴스가 되지만 점점 그 숫자가 늘어나면서 당연한 현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군 안에서도 다문화적 감수성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 처음 여군이 진입할 때도 성 평등과 관련한 고민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 그다음 숙제가 바로 다문화 배경을 가진 장병들이다.

 우리 군의 기능 중 하나가 서로 다른 학력,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가도록 하는 ‘재사회화’다. 여기에 전제된 것이 바로 다문화적 감수성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이것은 전투력 증강과 맞닿은 부분이다. 차이를 잘 이해해서 팀워크를 만들어가고 그것이 위기 상황에서 협력으로 발휘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불필요한 간섭으로 변할 수 있는 시혜적 배려다. 본인의 자립이 가능하고 의지가 있는데 지나치게 도와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역작용이 생길 수 있다. 지금 입대하는 다문화 가정 장병들은 차별을 경험해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군에 와서 제2의 인생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들을 따로 분류해 관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지금 병영문화 자체가 소통과 존중의 방향으로 나가는 상황이니 그런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야 할 것이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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