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연평해전 참전 선배님들께 보내는 뒤늦은 편지

입력 2015. 09. 0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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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님들께.

 뒤늦게 부대의 배려로 영화 ‘연평해전’을 전우들과 함께 보게 됐습니다. 벅찬 감동이 밀려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영화가 벌써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편지로라도 영화의 주인공이신 선배님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북한군과 맞서 싸우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선배님들의 모습을 보며 이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2002년, 저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붉은 악마 옷을 입고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던 어린아이. 13년이 지난 지금, 이 어린아이에게 축구 대신 선배님을 응원할 수 있도록 리모컨을 다시 쥐여준다면, 지금에서야 선배님들의 고통과 슬픔을 느낀 저의 죄송함이 조금이나마 용서가 될까요? 그때로 돌아가 카메라를 축구장 밖으로 옮겨 온 국민이 선배님들을 응원했다면, 지금 이 순간 영화가 아니라 실물로 선배님들을 볼 수 있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훌륭한 군인입니다. 당신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수천 번, 수만 번 바다로 전해보아도 들을 수 없습니다. 보고 싶은 어머니, 아버지, 아내, 가족, 친구들…. 이제는 볼 수 없습니다. 매년 꽃 몇 송이와 술 몇 잔으로 달래본 지 1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족들의 가슴은 늘 똑같은 슬픔으로 차오르겠지요.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끝까지 총을 놓지 않는 용기를 보았습니다. 온몸이 구멍 나고 몸에 감각을 잃어도 눈빛만큼은 변하지 않는 의지를 보았습니다. 전우를 돌려보내기 위해 방향키를 놓지 않던 조타수에게서 피보다 진한 전우애를 느꼈습니다.

 선배님, 선배님께서 보여주신 전장에서의 모습 잊지 않겠습니다. 가족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적과 맞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더는 어린아이가 아닌 한 나라의 군인으로서 대한민국이 평화로울 수 있는 그날까지 우리나라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월드컵 4강의 기쁨과 맞바꾼 선배님들의 강인하고 영광스러운 죽음에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후배가 군인이 돼 조의를 표합니다. 강산이 변하고 세상이 빠르게 변하더라도 선배님들의 애국심과 전선에서의 고통을 대한민국의 가슴속에서 오랫동안 기억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선배님들께서 보여주신 불굴의 군인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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