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응답하라 2015 병영생활관 탐방

정문에서 시작되는 행복바이러스 행복한 군인이 전투도 잘한다

이석종

입력 2015. 09. 0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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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2함대 헌병대대



 

 

 

  “필승! 2해상전투단에 근무하는 김두성 상사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월요일은 출근하기 싫고 조금은 짜증이 나는 아침입니다. 저도 평상시처럼 출입증을 보여주며 출근을 하는데 정문위병소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이혁준 일병(당시 계급)의 ‘행복한 월요일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라는 한마디에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 이 일병의 한마디로 너무나도 상쾌하고 즐거운 하루가 됐습니다. 근무를 하면서 정문위병소에서 들었던 인사말이 종일 머릿속에 맴돌고 있어 칭찬하게 됐습니다. 이 일병의 한마디는 2함대 모든 장병에게 퍼지는 행복바이러스가 됐습니다. 2함대 헌병대대 대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미소천사

환한 미소, 힘찬 인사 나눔 운동

출퇴근길 부대원에게 행복 선사

 

   해군2함대사령부(이하 2함대) 인트라넷 게시판에 지난 3월 올라온 글이다. 이 글 아래에는 ‘저도 추천합니다. 웃는 얼굴 보기 좋았습니다^^’, ‘저도 살짝 칭찬을…’, ‘좀처럼 듣기 어려운 이 일병의 말 한마디 많이 힘이 됐는데 공감하는 글이 올라왔네요’ 등 수십 건의 덧글이 달려 있다.

 이 게시판에는 이런 칭찬글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럼 왜 2함대 장병들이 앞다퉈 헌병대대 정문 근무 병사들을 칭찬하는 것일까?

 바로 이혁준 상병이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시작해 이젠 헌병대대뿐만 아니라 2함대 전체의 병영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환한 미소, 힘찬 인사 나눔 운동’ 때문이다.

 스스로를 ‘정문 미소천사’라고 소개한 이 상병은 “지난 3월 바쁜 부대 일정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 새벽 일찍 출근하던 간부로부터 기분 좋은 아침인사와 칭찬을 듣게 됐는데 그날 종일 기분이 좋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던 일들이 술술 풀렸다”며 “그때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정문에서 기분 좋은 인사, 밝은 표정으로 부대원들을 대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해다.

 출근길에 처음 만나는 사람이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인사하면 그 인사를 받은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고 그날 하루 업무도 더 잘하게 될 것이고 그런 날들이 계속되면 부대 전투력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이 상병 말이다.

 이렇게 시작된 작은 실천이 이제는 헌병대대 전 정문 근무자들로 확대됐다. 이 상병 뒤를 이어 헌병대대 장병들은 제2, 제3의 정문 미소천사를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제2의 미소천사로 통하는 김원길 상병은 “근무를 나가기 전에 거울을 바라보며 경례와 미소를 많이 연습하다 보니 지금은 ‘미소천사’라는 별명까지 생겼다”며 “환한 미소와 힘찬 인사가 부대원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헌병대대 장병들은 비가 올 때, 기온이 높을 때,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상륙자 복귀 시 등 부대원들 컨디션과 표정, 기분까지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빗길 안전 운전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오늘 폭염이 예상되니 힘내십시오’, ‘주말 마무리 잘하셨습니까. 한 주간 너무나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힘찬 한 주 되십시오’ 등 평범해 보이는 말이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표현은 부대원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헌병대대 병사들은 매일 선·후임병들과 함께 부대원들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드는 인사말을 롤링페이퍼에 적어 게시, 공유하고 있다.

 이정호(소령) 평택복지지원대장은 “정문에서 시작되는 행복바이러스가 전 부대원들에게 전파돼 활기가 넘치는 부대를 만들고 있다”며 “폭염, 폭우, 자동차 매연 속에서도 항상 밝은 미소로 하루를 즐겁게 만들어 주는 헌병대대 장병들이 있어 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함대 전체의 병영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환한 미소, 힘찬 인사 나눔 운동’으로 이 상병은 해군본부가 선발하는 최고의 헌병인 ‘Best MP’에 뽑히기도 했고, 조기진급을 해 동기들보다 먼저 상병 계급장도 달았다.

 박경훈(중령) 헌병대대장은 “환한 미소, 힘찬 인사 나눔 운동은 ‘행복한 군인이 전투도 잘한다’는 마인드로 병사들 스스로 시작한 병영문화 혁신운동”이라며 “환한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보는 사람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그 행복이 부대를 돌아 자신에게까지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대장은 “웃는 얼굴이지만 임무만큼은 철저히 하고 있다”며 “딱딱하고 고압적인 기존 헌병의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재능기부

기타·마술 등 동아리 활동

지역 학생·주민 위해 봉사  

 

 


 

 

 

 헌병대대 장병들의 이러한 자발적인 행동의 배경에는 2013년부터 밝은 병영문화 정착을 위해 추진해온 소통과 자치활동 보장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헌병대대 장병들의 자치활동 중 가장 활발한 것은 바로 동아리 활동이다. 동아리 활동은 한국사검정시험, 영어학습, 기타연주, 독서, 마술 등 분야별 재능을 가지고 있는 병사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기타 동아리 ‘MP5’는 주세영 병장과 이유호 상병이 운영하고 있다. 주 병장은 일렉트릭 기타 7년, 베이스 기타 5년, 강습 경력 2년 등 기타 연주 경력만 1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이 상병은 예음예술종합신학교 출신으로 어쿠스틱 기타 8년, 강습 경력 2년의 경력이 있다. 이들은 방학 기간이면 부대 인근 학교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기타 수업도 지원하고 있다. 주 병장은 “방학 때마다 기타 수업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기타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과 함께 열심히 연습해서 부모님들을 모시고 발표회를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마술동아리와 함께 자매결연 마을을 찾아 지역 주민들을 위문하기도 한다. 헌병대대는 평택시 오성면 신2리와 2007년 4월부터 자매결연을 하고 8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장병들은 농번기 대민지원, 마을회관 건립 기념식 참석 등 마을 대소사에 적극 참가하며 교류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을 주민들도 매년 1월 1일 장병들을 마을로 초대해 떡국을 대접하고 부대 체육대회, 전역장병 기념식 등에도 참석하는 등 장병들을 위문하고 있다.

 기타와 마술동아리 장병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지역 학생·주민들에게 아낌없이 기부하고 있다.

 

 

소통 배려

전입신병 가족 초청 행사 등

인권 존중·자율성 보장 앞장

 

 


 

 

 헌병대대는 이러한 자치활동뿐만 아니라 소통과 배려문화도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헌병대대는 밝은 병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매달 ‘전입신병 가족초청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2013년 3월부터 시행 중인 가족초청 행사에서는 매월 전입하는 신병들의 가족을 초청해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부모가 직접 헌병 휘장을 달아주고 대대장이 병기를 수여하는 등 진정한 헌병으로 거듭나는 ‘전입신병 수료식’이 끝나면 지휘관, 생활반장, 분대장과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부대는 ‘생명 존중, 희망의 계단’도 2013년 5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생활관 중앙 54개의 계단에 매월 대대 총원을 대상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공모하고 13명의 생활반장이 우수작을 선정해 게시함으로써 계단을 오를 때 전우가 전해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각종 정보를 습득하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점호준비가 끝나는 오후 9시 뉴스 시청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이 시간에는 매주 병사들이 돌아가며 자유주제를 정해 발표하는 ‘군바시(군대를 바꾸는 시간)’를 운영, 장병들의 자신감을 배양하고 발표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렇듯 헌병대대는 소통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중과 배려로 밝은 병영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인권이 존중되고 자율성이 보장되는 가운데, 부대원 모두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늘도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석종 기자 < seokjo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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