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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바람도 이용한 제갈공명 거짓전략 편 사마의 ‘자승자박’

입력 2014. 12. 1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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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사마의 계략을 역이용하다


 위나라 장수 정문거짓항복  제갈공명 시험에 탄로

 

역으로 공격하라는 편지 보내  위, 병력 9할 이상 잃고 대패


 

 


 


 거짓항복은 전쟁사에 늘 있어온 전략이다. 적에게 들키지 않으면 승리의 발판이 된다. 그러나 적이 거짓항복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면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제갈공명과 힘을 겨루던 사마의가 생각해 낸 것이 거짓항복 전략이었다.

 위나라의 장수가 항복해 왔다는 보고를 받은 제갈공명은 적장을 불러들인다.

 “저는 위나라의 편장군 정문이라 합니다. 진랑과 더불어 사마의의 휘하로 출전했습니다. 한데 사마의가 아무런 능력이 없는 진랑만 높이 올렸습니다. 그보다 뛰어난 저는 별 볼일 없는 직책을 주고 무시했습니다. 너무 분해 투항했습니다.”

 여러 기록을 보면 정문의 말은 사실이다. 진랑은 특별한 능력이 없음에도 조조나 조예에게 총애를 받았다. 제갈공명이 정문의 말을 듣고 있을 때 위나라 장수 진랑이 정문을 잡으러 군영 앞까지 쳐들어왔다.

 “그대가 나가 진랑의 목을 가져온다면 내 그대를 의심치 않고 받아들일 것이다.”

 군영 밖으로 뛰쳐나간 정문은 단칼에 진랑의 목을 벤다. 정문이 진랑의 머리를 들고 당당하게 군영 안으로 들어온다. 정문이 진랑의 머리를 바치자 공명이 무사들에게 명한다.

 “저놈을 당장 끌어내 목을 베어라.”

 “아니, 제가 진랑의 목을 베어 왔는데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방금 네가 벤 자는 진랑이 아니다. 아무리 진랑이 능력 없는 대장이라 해도 너에게 한칼에 베일 정도는 아닐 것이다. 사마의가 대장으로 삼은 자의 무예가 그리 허약할 리가 없다. 네가 나를 속이려 드는 것이냐?”

 정문은 적장은 진랑이 아니고 그의 동생 진명이라고 이실직고를 한다. 목숨을 구걸하는 정문에게 제갈공명이 말한다.

 “좋다. 너를 살려주겠다. 단, 네가 사마의에게 편지를 써서 우리 군영으로 공격해 오도록 만들어라. 그래서 내가 사마의를 사로잡게 되면 너를 살려줄 뿐만 아니라 중용하겠다.”

 제갈공명은 정문이 쓴 편지를 똑똑한 병사에게 들려 사마의에게 보낸다. 물론 병사에게는 대답할 계책까지 일러주었다. 사마의가 병사에게 너는 누구냐고 물었다.

 “저는 원래 중원 사람으로 정문 장군과 동향입니다. 정문 장군께서는 저를 믿으셨기에 대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를 제게 맡기신 것입니다.”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던 사마의는 병사를 믿게 된다. 그리고 병사에게 촉나라를 오늘 밤 급습할 것이니 돌아가 정문에게 고하고 내응하도록 지시한다. 돌아온 병사의 말을 들은 제갈공명은 작전명령을 내린다.

 “오늘 밤 사마의가 우리 진영을 기습할 것이다. 사마의를 잡을 좋은 기회다. 마침 하늘이 우리 편이다. 저녁 즈음에는 달도 밝고 바람도 잔잔하다. 그러나 밤이 깊어지면 바람이 강해지면서 구름이 달을 가려 칠흑 같이 어두워질 것이다.”

 사마의는 진랑에게 군사 1만을 주어 먼저 급습하라 명한다. 그리고 자신은 진랑의 뒤를 따라 진군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조화인가? 떠날 때는 달도 밝고 바람도 잔잔했다. 그러나 공격 시간이 되자 난데없는 검은 구름이 사방에서 일어나며 하늘이 캄캄해졌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마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진랑의 1만 대군은 촉군의 군영으로 쳐들어갔다. 그러나 군영은 텅 비어 있었다.

 “계략에 빠졌다. 물러나라.”

 그러나 늦었다. 사방에서 일시에 횃불이 오르고 함성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왼쪽에서는 왕평과 장의가, 오른쪽에서는 마대와 마충이 군사를 휘몰아 덮쳐오고 있는 것이다. 강한 불길에 휩싸인 진랑의 병력은 혼비백산한다. 진랑을 뒤따라오던 사마의는 촉군의 군영에서 불길이 치솟자 이긴 것으로 착각했다. 군사들을 이끌고 촉의 진영으로 진격한다. 갑자기 화포가 울리더니 왼쪽에선 위연이, 오른쪽에서는 강유가 뛰어나와 협공한다. 이 싸움에서 위나라는 출전한 병력의 9할을 잃을 정도로 대패한다. 적장 진랑은 죽고 사마의도 간신히 목숨만 구해 도망쳤을 정도다. 자정이 넘어서야 어둠이 걷히며 달빛이 드러났다. 거짓 투항으로 제갈공명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 사마의의 계략이 보잘것없음을 잘 보여준 전투다. 또한 달빛과 바람까지도 아군의 공격에 이용한 제갈공명의 계략이 돋보이는 전투였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TIP] 을지문덕도 거짓항복 한 적이 있다

 

수나라 침략 때 거짓항복 적 약점 파악

30만 병력 중 겨우 2700명만 돌아가

 

 

우리의 영웅 을지문덕 장군도 거짓항복의 계략을 사용한 적이 있다. 수나라가 고구려에 쳐들어왔을 때다. 적의 전략을 알 수 없었던 을지문덕은 거짓항복을 한다. 그는 적진에 들어가 수나라의 약점과 허실을 파악했다. 돌아온 을지문덕은 청야작전으로 수나라의 식량보급을 막는다. 하루에 일곱 번 싸워 거짓으로 일곱 번 패해 급속하게 적을 끌어들였다.

적장은 을지문덕의 전략에 넘어간 줄도 모르고 평양성 북쪽 30여 리 지점까지 신나게 진격했다.

이때 을지문덕은 적장을 희롱하는 시를 써 보낸다. 비로소 을지문덕의 수에 넘어간 것을 안 수나라군은 후퇴를 결정한다. 수나라는 30만 명의 병력 중 겨우 2700명만 살아 돌아갔다. 살수대첩의 위업 뒤에는 을지문덕의 거짓항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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