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날씨로 읽는 삼국지

공명이 만든 목우와 유마엔 비밀이 있었으니…

입력 2014. 12. 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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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목우와 유마


 

목우와 유마의 혀는 핸드브레이크

촉군에게서 뺏어다 짝퉁 생산한 사마의

혀 돌려놓고 기습한 공명에 꼼짝없이 당해

위나라, 이 전투서 식량 일만 석 빼앗겨

 

 

여섯 번째 북벌에 나선 공명은 예전의 아픔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방법을 강구했다. 이번만은 승리를 눈앞에 두고 식량 때문에 철수하는 일이 없어야 했다. 군량 문제는 당시의 기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소빙하기 날씨로 흐리고 추운 날이 많아 촉나라는 식량 부족에 시달렸다. 여기에 비가 자주 내리면서 식량 수송에도 애를 먹었다. 전쟁터가 촉에서 멀어 수송 병력이 많이 필요한 것도 문제였다.
 이에 공명은 둔전 제도를 실시한다. 싸움을 쉬는 병사들이 땅을 개간하고 밭을 일구어 자신들이 먹을 식량을 스스로 조달하는 것이다.



 


 촉군은 강을 따라 넓은 황무지를 개간했다. 둔전은 식량 조달은 물론 지역 농민들의 마음도 사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둔전은 싸움터로부터 거리가 있어 여전히 운반의 문제가 남아 있었다.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운반에 필요한 병사의 수를 줄여야 했다. 그래서 공명은 식량을 손쉽게 나를 수 있도록 목우(木牛)와 유마(流馬)를 만들었다.

 군량을 책임지는 장수가 말한다.

 “지금 검각에 있는 군량을 옮겨야 하는데, 길이 험해 인부와 소달구지로는 운반하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내가 지금 나무로 ‘목우’와 ‘유마’를 만들었소. 이제 군량 운반은 염려 마시오. 이것들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군량을 운반할 것이오. 목우는 두 채의 수레를 끌 수 있소. 사람이 조종하나 크게 힘들이지 않고 움직일 수 있소. 열 사람의 한 달 치 양식을 실어 나를 수 있소. 또 유마는 목우보다 작으나 빠르지요. 뒤에 적재함을 두 개 실을 수 있는데, 상자 한 개마다 쌀 두 섬 서 말이 들어갑니다. 목우와 유마 100여 두만 있어도 엄청나게 많은 식량을 쉽게 운반할 수 있지요.”

 공명은 고상에게 군사 1000명을 주어 목우와 유마를 몰고 검각과 기산을 오가며 군량과 마초를 운반하도록 명령한다. 이 이야기가 사마의에게 들어가지 않을 리 없다. 촉군이 희한한 동물 모양의 수레를 만들어 군량과 마초를 운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마의는 장호와 악침을 불러 목우와 유마 네댓 마리만 뺏어오도록 한다. 두 장수는 촉군이 지나는 길에 매복하고 있다가 뒤를 덮쳐 몇 마리를 뺏어온다. 사마의는 뺏어온 목우와 유마를 모방한 짝퉁을 2000마리나 만든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농서 지방에서 식량을 운반하도록 한다.

 한편, 목우와 유마 몇 마리를 뺏긴 촉의 고상은 공명에게 벌을 청한다. 그러나 공명은 뺏기는 것이 계략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전쟁에 사용할 식량을 대량 확보할 것이라는 거다. 반달쯤 지났다. 위군이 목우와 유마를 2000여 마리 동원해 농서의 양곡을 나른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공명은 즉시 작전을 지시한다.

 “왕평은 군사 1000명과 함께 위군으로 변장하라. 몰래 위의 수송부대에 섞여들어 목우와 유마를 빼앗아 돌아오라. 위군이 추격해 올 것이다. 달아나되, 그전에 목우와 유마의 입안에 있는 혓바닥을 들어 모조리 거꾸로 돌려놓아라. 그리고 숨어서 기다리라. 내가 다시 군사를 보낼 것이다. 그때 목우와 유마를 다시 빼앗아 혓바닥을 제대로 돌려놓고 끌고 오도록 하라.”

 목우와 유마에 군량을 가득 싣고 농서에서 돌아오던 위나라 수송단을 왕평의 부대가 급습한다. 왕평은 위군이 버리고 간 목우와 유마를 거두어 돌아온다. 수송병들이 위나라 군영으로 돌아가 보고하니 곽회가 군사를 몰고 왕평을 추격한다. 왕평은 즉시 목우와 유마의 혀를 돌려놓은 뒤 버려두고 달아난다. 곽회가 목우와 유마를 끌고 가려는데, 꼼짝하지 않는다. 사마의도 공명이 만든 목우·유마의 비밀을 알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이때다. 촉장 위연과 강유가 이끄는 대군이 공격해 들어온다. 곽회는 대패해 도망친다. 왕평은 목우와 유마의 혀를 원상태로 돌리고 휘파람을 불며 돌아온다. 사마의는 군사들이 패하고 군량을 빼앗겼다는 소식에 군사들을 이끌고 나온다. 그러나 그도 촉군의 기습에 크게 패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이 전투는 촉나라의 대승으로 끝났다. 이때 위나라로부터 빼앗은 식량이 무려 일만 석이나 됐다. 험악한 소빙하기의 기후가 목우와 유마를 만들게 했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승리를 거두게 한 것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T I P]공명의 아내는 과학자이자 발명가?


 삼국지에 보면 공명의 아내는 추녀였다고 한다. 머리는 크고 머리칼은 노란 데다 얼굴은 검고 곰보였단다. 공명을 사위로 맞고 싶은 황승언이 집에 초대했다. 공명은 그곳에서 자동문, 실제와 똑같이 움직이는 개와 호랑이, 그리고 맷돌을 돌리는 노새인형을 본다. 그런데 이것이 다 딸의 작품이란다. 그 지혜에 반한 공명은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인다.

 하루는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칼국수를 청했다. 부인이 즉시 국수를 만들어오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칼국수를 만들 수 있을까? 솜씨에 놀란 공명이 몰래 부인의 뒤를 따라가 보았다. 부엌에는 여러 개의 나무인형이 보리를 까고 절구를 찧고 있었다. 이십 년 후 공명이 발명한 목우와 유마는 이 기계장치를 응용해 제작한 것이라고 민간에서는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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