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창간50주년연중기획 세계속의 태극기

태극기는 무한한 전투력이며 영광스러운 로망

입력 2014. 12. 0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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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 2개의 펄럭이는 태극기를 생각하며


해양과학기지에서 펄럭이고 있을 태극기와

지부티 항 부두 담장의 한 면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태극기를 떠올린다

 

 

 

   전쟁 중에 태극기는 군인들에게 무한 전투력이며, 적지를 점령하고 게양되는 태극기를 바라보는 것은 군인에게 있어 가장 영광스러운 로망이다. 태평양 전쟁 시 이오지마 상륙작전 후 미 해병대 병사들이 성조기를 게양하는 모습과 6·25전쟁 시 서울 수복과 함께 서울시청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영원한 역사로 우리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비록 위대한 전쟁에 참전했던 것은 아니지만 군인으로서 나에게도 2개의 태극기가 가슴속 깊이 남아 있다.

” 아~ 대한민국!

2013년 5월 제주도 남방의 이어도를 중국이 자국의 항공식별구역에 포함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우리 해군은 즉각 최신예 이지스함인 율곡이이함을 이어도 남방까지 급파해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을 확고히 하고자 했다.

 당시 율곡이이함의 부함장으로 근무 중이던 나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주변에서 우리의 관할권을 확실히 하기 위해 해경정과 P-3C 초계기 등이 참가하는 해·공군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율곡이이함의 전투지휘소에서 고성능 카메라로 이어도 과학기지를 관찰하던 중 과학기지 헬기 이착륙장 인근 국기게양대에 시선이 고정됐다. 바람에 퇴색되고 3분의 1 정도만 남아있는 태극기가 애처롭게 펄럭이고 있었다. 과학기지는 무인기지로 정기적으로 연구원들과 정비원들이 헬기로 들어오다 보니 관리가 다소 소홀한 듯했다.

 이 모습을 함께 목격한 전투지휘소의 대원들은 “이번 기회에 과학기지의 태극기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겠다”고 입을 모았고 즉각 함장님께 보고 후 탑재하고 있던 링스(LYNX) 헬기의 이착륙 훈련을 병행해 태극기 교체 작전에 들어갔다.

 헬기는 곧 출격했고 해양과학기지 정상에 율곡이이함의 신품 항해기(함정은 항해할 때 마스트에 태극기를 게양하는데 이 태극기를 항해기라고 부른다)를 게양하고 엄숙하게 경례를 하는 조종사의 모습을 고성능 카메라를 통해 지켜봤다. 태극기를 휘날리며 대한민국의 관할권을 표시하는 이어도 기지를 말없이 바라보던 승조원 모두는 뜨거운 가슴으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외롭지만 자랑스러운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그곳은 대한민국의 영토다.

 

 ” 우리가 가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지구 반대편 지부티 항! 그곳의 부둣가에도 나를 미소 짓게 하는 또 하나의 태극기가 있다. 나는 대한민국 해군 최초로 우리 상선을 해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대해적 작전을 위해 청해부대 1진으로 해외파병을 떠났다.

 2009년 3월 부산 작전기지를 떠나 아덴만으로 항해를 시작한 후 싱가포르, 바레인을 거쳐 한 달여 만에 지부티 항에 입항했다. 아프리카 지부티공화국의 수도인 지부티 항은 수많은 낙타가 냄새를 풍겨 가축시장을 보는 듯했고, 찌는 듯한 무더위에 지친 부두 노동자들이 전라의 몸으로 청수관의 벌어진 틈 사이로 나오는 물로 샤워를 하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부두를 경계 짓는 담장의 벽화들이 인상적이었다. 일명 그래피티(GRAFFITI)라는 것으로 미국·캐나다·프랑스·영국·스웨덴·일본 등에서 입항한 수많은 군함들이 해당 국가와 자신들의 배를 상징하는 그림과 글자들을 1㎞나 되는 담장 벽면에 횡으로 한 칸 한 칸 페인트로 그려 놓아 마치 만국박람회 회의장의 국기들 같았다.

 지부티 항에서 군적을 마친 후 첫 출전(出戰)하기 전날 나는 급히 갑판장을 불러 ‘부둣가 담장에 대한민국과 해군 그리고 문무대왕함을 상징하는 그래피티를 그리라’고 지시했다. 갑판장은 그길로 페인트와 작업 준비물을 챙겨 담장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비어 있는 곳을 아주 어렵게 찾아내 그래피티를 그려넣었다.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 해군 최초의 전투해외파병 부대 청해부대의 발자국이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땅에 새겨졌다.

 지부티 항의 부두에는 전 세계 해군의 그래피티와 함께 우리가 새겨놓은 대한민국의 태극기와 해군기, 문무대왕함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벌써 청해부대 17진까지 그곳을 방문하고 있다. 후배 장교들이 갈 때마다 그래피티를 태극기로 다 채우는 작업을 하는 모습을 그려보면 지금도 흐뭇해진다. 자랑스러운 태극기! 그곳을 방문하는 모든 나라의 해군이 우리 청해부대의 방문과 대한민국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바로 우리가 가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나는 오늘도 사무실 태극기를 볼 때마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서 펄럭이고 있을 태극기와 지부티 항 부두 담장의 한 면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2개의 태극기를 떠올린다. 매일 아침 흰색 바탕 가운데 그려진 태극 문양과 네 모서리의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를 바라보며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움과 군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이동우 중령  

해군진기사 작전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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