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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북한군 상황…대남 도발 획책 가능”

입력 2014. 07. 3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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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북한군의 안정성 여부와 안보


상층간부 견제와 균형 시스템 붕괴·2류급 인사들의 잦은 교체

중간 계층 이하 극심한 생활고로 그 어느 때보다 불평·불만 가득

 


 

   북한에서 군은 체제와 정권을 수호하는 핵심 기둥이다. 외부적으로는 도발을 통해 정권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 내부적으로는 최고 영도자를 수호함은 물론 정권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북한군이 안정화돼 있으면 북한의 체제와 정권은 탄탄해질 것이나, 그렇지 못하면 흔들리게 된다.

  그런데 북한군의 안정성 여부는 군부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전적으로 최고 영도자의 통치력과 의지에 달렸다. 북한 주민은 영도자가 북한을 안정적으로 통치해 주기를 바랄 것이나, 영도자의 통치력은 대(代)가 바뀌면서 향상되는 게 아니라 더 저하되고 있다. 김정일은 김일성보다 못했고, 김정은은 김정일의 수완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군의 안정성이 우리 안보에는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가 의문시된다. 군인은 군기 못지않게 사기가 중요한데 이를 빗대어 ‘군인은 사기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고, 일찍이 나폴레옹은 군의 사기와 장비의 비율을 3 대 1로 봤다. 그만큼 사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 군이 주기적으로 사기를 측정해 부대 운영에 반영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자기 부대에 대한 믿음과 단결심, 상관에 대한 충성심, 군 운영 여건 등 다양한데 결국 안정성 여부가 기저에 있다.

  통상 적대 관계에 있는 군이 안정적이지 않다면 상대 군에는 좋은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북한군이 불안정하다면 유사시 전투력을 발휘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우리에게는 다행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평시 남북관계를 고려하면 불안정한 북한군 상황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북한군이 불안정하고 어려움에 처할 경우 군부는 자기들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돌파구로 대남 도발을 획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군이 안정화돼 있는지를 정확하게 진단해 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불안정한 북한군 

  현재 북한군은 안정적인가? 그렇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상층간부, 중견간부, 하급간부 및 하전사를 막론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상층간부는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의 위상과 권위를 확보하지 못한 채 좌불안석 상태이고, 중견간부급 이하는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고통을 당하고 있다.

  먼저 상층간부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견제와 균형 시스템 붕괴, 김정일 시대에는 전혀 거명되지 못했던 함량 미달의 2류급 인사들의 보직과 잦은 교체, 계급 강등과 복권 등으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요동치고 있다. 북한에서 군은 정권을 옹위하기도 하지만 전복시킬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김정일은 군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주요 요직인 총정치국장·총참모장·인민무력부장 간에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함으로써 이들로부터 절대적인 충성을 이끌어 냈다. 그런데 통치기반이 미약했던 김정은은 군을 손아귀에 넣는 데 급급한 나머지 이러한 시스템이 왜 필요한지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집권 후 견제와 균형 시스템의 붕괴는 당 관료 출신인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에 보임되고 힘이 실리면서 시작됐다.

  이는 김정일 말기에 특별한 배경은 없지만 업무를 잘 수행해 발탁된 것으로 알려진 리영호와 김정각을 전격 경질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이후에 균형 축이었던 총참모장과 인민무력부장이 빈번히 교체되면서 힘을 쓰지 못하는 구조로 변모됐다.

   총참모장은 리영호 이후에 현영철·김격식·리영길로 이어지고 있고, 인민무력부장은 김정각을 거쳐 김격식·장정남·현영철이 보직돼 왔다.

  이들은 평균 1년을 채우지 못했는데 김정일 시대에 조명록 총정치국장이 1995년 임명돼 그가 사망한 2010년까지 약 15년, 그리고 김일철 인민무력부장과 김영춘 총참모장이 각각 10년 이상 보직된 것에 비하면 얼마나 자주 교체됐는지를 알 수 있다.

  이들은 김정일 시대의 주요 직위자들에 비하면 무게감이 한층 떨어지는 인물들이다. 총정치국장 최룡해와 현재 황병서도 김정일 시대 총정치국장 조명록과는 비견될 수 없는 인물들이다.

 북한 군부가 불안정한 상태에 있음은 주요 보직자들의 강등과 복권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군에서 강등이란 가장 수치스러운 일인데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총정치국장 최룡해를 비롯해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현영철 총참모장, 김영철 정찰총국장, 김명식·김수길·렴철성·윤동현 장령(장군) 등이 각각 강등된 바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아직 복권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강등과 복권은 군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되므로 결코 바람직스러운 조치는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북한군 내 주요 직위자들이 2류급으로 보직돼 근본적으로 능력이 부족한 데다가 김정은의 군부 흔들기가 맞물려 빚어낸 결과로 이해된다.



● 병사들도 굶주림에 시달려 

  군을 관리해야 할 사람들이 이렇게 흔들리다 보니 군의 주요 보직자들이 자기들 살 궁리만 하고 있어 그 고통은 고스란히 중간 이하 계층에서 떠안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오판에 의해 실시된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에 따른 더욱 강력한 제재조치로 외부로부터 지원이 완전히 차단되고 있는 가운데 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부분의 기혼 간부와 그 가족들이 신빈곤 계층으로 전락하고 있고, 병사들도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영실(강한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 영실군대(영양실조에 걸린 부대) 등의 비속어와 상급부대에서 배급을 떼어먹는 것을 풍자한 말들이 광범위하게 나돌고 있다.

  그리고 아사한 부모를 보다 못해 자살한 전차 대대장, 굶주린 무장 군인들의 중국 내 무단 진입, 군 기강 해이로 보이는 호위총국(경호부대)과 특수전 부대 간 총격전 등이 오늘날 북한군의 실태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군의 상부는 휘청거리고 있고, 중간 계층 이하에서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북한군은 상하를 막론하고 그 어느 때보다 불평과 불만이 쌓여 가고 있는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북한군은 당분간 그 돌파구를 대남 도발에서 찾으려 할 것이나, 결국 그 마지막 총구는 김정은에게 돌아갈 것이다. 김정은의 통치력 부족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북한군이 어떠한 행태를 보일지 매우 주목되는 시점이다.

 

 <권양주  박사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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