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독서캠페인

내 나라는 내 힘으로 지켜라

입력 2014. 02. 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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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옹주를 비롯한 선조들은 나라를 잃음과 동시에 가족과 친구를 잃었다. 스스로를 지켜낼 힘이 없었기에 이름을 버리고 이웃을 희생시키며 한글을 버려야 했다. ”

 

‘조선의 마지막 황녀’라는 짧고 외로운 글귀와 슬픈 미소를 짓는 여인 그림이 그려진 책의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둡고 서러웠던 역사 한가운데, 조선의 마지막 황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소설가 ‘권비영’이 지은 ‘덕혜옹주’는 일본 작가 혼마 야스코가 쓴 한 권의 기록 ‘덕혜희-이씨 조선 최후의 왕녀’에서 자료를 얻었다. 고종의 막내딸로 태어나 가장 낮은 삶을 살았던 ‘덕혜옹주’라는 인물이 일본 기록 속에만 남았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책은 명성황후 시해사건 이후 몸과 마음이 지친 덕혜공주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해 고종독살사건, 곧 이은 순종의 죽음, 일본인과의 강제 결혼,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어머니 ‘양귀인’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 후 일본에서 옹주에게 찾아온 우울증과 치매로 하나뿐인 딸과 남편마저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한다. 수많은 시간을 조국에 돌아갈 날을 기다려온 옹주는 ‘구국청년단’이었던 ‘김상환’과 ‘김을한’의 노력으로 귀국한다. 옹주가 창덕궁 낙선재에서 눈을 감는 순간, 고단했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책을 읽는 내내 비유가 인상적이었다. 고종을 설명하는 ‘조선 하늘 아래 더없이 높은 자리에서 더없이 외로우신 분’이라는 표현은 아름답고 서글펐다.

옹주가 고종을 그리며 한 말 중 이런 말이 있다. “절망을 견디는 일이 죽음처럼 고통스럽다.” 어린 나이에 큰 고통을 짊어져야 했던 옹주의 삶이 느껴졌다.

이런 문장도 있었다. “그녀의 죄는 세 가지였다. 지나치게 영민한 것, 품어서는 안 될 그리움을 품은 것, 조선의 마지막 황제의 딸로 태어난 것.” 당시 우리에겐 스스로를 지킬 힘도, 나라를 지켜줄 구원의 손길도 없었다. 옹주를 비롯한 그 당시 사람들은 일제치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매 순간 독립이라는 기적을 바랐다. 책을 덮고 오랜 시간을 생각했다. 나라를 잃은 자의 서러움은 어떤 느낌일까.

 옹주는 ‘조국에 있던 순간에도 조국이 그리웠다’고 유언했다. 마지막 황녀에게 조국은 소중한 땅, 진심으로 사랑하는 나라였다. 옹주를 비롯한 선조들은 나라를 잃음과 동시에 가족과 친구를 잃었다. 스스로를 지켜낼 힘이 없었기에 이름을 버리고 이웃을 희생시키며 한글을 버려야 했다. 복잡하고 긴 생각 중에 이유 모를 사명감과 책임감이 고개를 들었다. 우리 군이 존재하는 이유와 가치, 국방을 수호하고 내 가족을 지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나는 이 책을 군에 입대하기 전 여러 번 마주쳤다. 지금에서야 이 책을 읽게 된 건 덕혜옹주가 나에게 남긴 숙제가 아닐까. ‘내 나라는 내 힘으로 지켜라’는 숭고한 정신을 잃지 말고 평화를 사랑하는 자랑스러운 군인이 되라는 덕혜옹주의 숙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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