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한국의 안보와 국방 국방전문가에게 듣는다

北, 對南 강온 양면전략으로 내부 결속 다지기

입력 2014. 01. 1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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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안보와 국방 국방전문가에게 듣는다<5>집권 3년차 김정은 체제 안정성·군사위협 양상과 우리의 대응방향


2014년 신년사로 본 북한

당내 유일 영도체제 확립 강조 불안한 권력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 미사일 발사·핵실험·사이버공격 등 위협·도발 지속될 듯

남북관계 개선 유화 제스처

체제에 별 도움 안 되는 이산가족상봉엔 미온적 태도 일관 5·24조치 해제·금강산 관광 등 현금 확보 가능한 사안엔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 커

어떻게 대비할까

도발 가능성 철저 대비와 동시에 갑작스러운 관계개선에 대한 군사·안보적 검토 미리 마쳐야

 ▶ 신년사로 본 북한 체제의 안정성

 “친애하는 동지들, 사랑하는 인민군 장병들…”로 시작하는 북한의 2014년 신년사는 작년에 이어 김정은이 직접 낭독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친근한 표현과 부드러운 톤으로 주민들에게 따뜻한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김정은은 이를 통해 자신이 북한을 안정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감 있게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김정은은 고모부인 장성택의 숙청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장악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2014년에는 집권 3년 차를 맞아 2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의 신년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적지 않은 아이러니가 발견된다. 김정은이 강조하는 분야일수록 현실과 많은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김정은은 농업부문을 이례적으로 올해 정책 중점으로 언급하며 “농업을 주타격 방향으로” 영농과 축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실제 북한의 농업 생산성과 축산 활동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또한 전력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거나 에너지와 물의 절약을 강조하는 부분도 북한의 전력부족, 에너지 부족, 물 부족 등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호소에 가깝다.

 이렇게 볼 때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당내 유일영도체제 확립을 유례없이 강조하고 있는 대목은 아직은 불안한 그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스스로의 다짐으로 보인다. 그는 “당 안에 유일적 영도체계를 철저히 수립”해야 하며, 반당·반혁명 분자 숙청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아울러 “투쟁을 강도 높이 벌여 적들의 사상 문화적 침투책동을 단호히 짓부숴” 버리며, “모든 일꾼과 근로자들이 법 규범과 질서를”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당분간 김정은은 이처럼 내부 결속에 주력하며 국정 장악능력을 공고히 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의 위협과 도발 가능성

 그렇다면 이러한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은 한국 안보에 어떠한 의미를 주는가? 김정은은 2012년 4월 공식 집권한 이후 미사일 발사, 핵실험, 사이버 공격, GPS 재밍 등 다양한 도발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정전협정 폐기를 선언하며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러한 도발과 위협은 대부분 정권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체제결속 혹은 대외 과시를 목적으로 자행됐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즉, 김정은은 유일영도체제 확립을 표방하며 체제 장악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도발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신년사 곳곳에서 2014년에도 키 리졸브(KR) 등 한미연합 훈련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북침핵전쟁연습”이 우발적 군사충돌로 이어져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한미훈련 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한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핵 재난”이 될 것이고 “미국도 무사하지 못할 것”으로 위협함으로써 전시에는 주저 없이 핵을 사용할 의사가 있음을 공언했다.

 아울러 김정은의 북한 군사력 건설 방향에 대한 언급을 통해 향후 전개될 북한 위협의 실체를 엿볼 수 있다. “국사 중의 국사”인 국방력 강화를 지속 추진하되,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지향하며, 무기의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 정밀화를 추구할 것임을 밝혔다. 최근 들어 북한은 재래식 무기의 양적 확대보다는 기존 무기의 성능 개량, GPS 재머 등의 디지털화, 미사일·핵 등 비대칭 무기의 성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4년 신년사는 이러한 북한의 무기 현대화 방향을 최고지도자가 직접 확인해 주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있을 북한의 위협과 도발은 2012~13년에 발생했던 미사일 발사, 핵실험, GPS 재밍, 사이버 공격 등의 양상이 2014년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 남북관계 개선 제의의 의미와 전망

 그러나 북한이 지속적인 대남 압박과 위협으로 일관할 것 같지는 않다. 국제제재와 5ㆍ24조치, 그리고 생산부진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북한 경제는 장성택 숙청 이후 중국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5ㆍ24조치 해제와 경협재개 등을 통해 피로가 누적된 북한경제의 활력을 찾기 위한 구실로 해석된다. 작년에도 북한은 군사적 대립과 압박 속에서도 개성공단 재개를 통한 현금 확보의 문은 열어 놓았었다. 2014년도에 북한은 실리에 기초해 이산가족상봉 등 체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남북협력 문제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되 5ㆍ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현금 확보와 직결되는 사안은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 2014년 우리의 대비방향

 2014년에는 특히 북한의 강온 양면 전략에 슬기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는 항상 철저히 대비하면서도 갑작스러운 국면 전환에 대해서도 준비를 다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KR 등 한미연합훈련 시 예상되는 북한의 도발에 의연히 대처해 국민들이 불안에 휩싸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예상치 못한 시점에 재개될 수 있는 5ㆍ24조치 해제, 남북경협 등 관계 개선에 대한 군사·안보적 검토도 미리 마쳐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급변사태와 통일 시 군사적으로 필요한 대비를 서서히 해 나가야 한다.

 북한의 신년사는 김정은이 북한주민들에게 보내는 ‘구호’와 ‘레토릭’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신년사 행간의 의미를 짚으며 우리의 대비태세를 다질 필요는 있다. 김정은은 위협적인 어조로 “조선반도에 핵전쟁의 검은 구름이 떠돌고 있다”며 26분간의 육성 신년사를 맺었다. 여기에는 그냥 보고 지나치기에는 엄중한 정세인식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태세는 어떠한지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탁성한 박사는
 서강대 경제학과 학사, 미국 남가주대학교(Univ. of Southern California) 정치경제 및 공공정책학 (Political Economy and Public Policy) 박사, 현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북한군사연구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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