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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 상황시 어김없이 美 항공모함 출동

김병륜

입력 2013. 12. 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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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항공모함과 한미동맹


존재 그 자체로 적에게 엄중한 경고…분쟁 예방하는 막중한 역할  평시 안보에도 큰 기여…88올림픽 때도 출동 성공적 개최 뒷받침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은 한미군사동맹을 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중의 핵심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주한미군은 아니면서 한국 안보에 특별한 기여를 한 또 다른 존재가 있다. 바로 미 해군 항공모함들이다.

 미 항모를 놓고 한반도 안보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악화되면 반드시 미 항모가 출동하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다. 당장 실전이 벌어진 상황이 아니더라도 한반도에 위기 상황이 조성되거나, 혹은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미 항모가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출동했다. 미 항모는 안보적 측면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반드시 한국을 돕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존재였다.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양욱 연구위원은 “해군 군함은 직접 전투에 참가하지 않아도 분쟁지역에 출동만 해도 적에게 일정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현시(Presence) 효과가 있다”며 “미 항모의 한반도 출동은 그 같은 현시의 전형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 북 도발과 미 항모

 지난 2010년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미 핵추진 항모 조지워싱턴함(CVN-73)은 세종대왕함 등 한국 해군 함정과 함께 ‘불굴의 의지(Invincible Spirit)’로 명명한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했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이라는 만행을 저지른 지 몇 달 후에 열린 당시 훈련에 대해 합참 관계관은 “천안함 피격사건 등 북한의 도발 행위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해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을 저질렀을 때는 더욱 반응이 빨랐다. 도발 발생 5일째인 11월 28일 서해상에 미 항모 조지워싱턴함이 참가한 가운데 한미 해군과 공군이 대대적인 연합훈련을 벌였다. 미 항모의 한반도 출동 그 자체가 북한이 도발을 저지를 경우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무언의 경고였다.

 이처럼 북한이 도발을 저지르고 미 항모가 출동하는 패턴은 지난 수십 년간 반복돼 왔다. 지난 1976년 8월 18일 북한군이 판문점에서 미군 장교를 도끼로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을 때는 미 항모 미드웨이함(CV-41)이 동해로 진입해 북한 정권에 경고신호를 보냈다.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6·25전쟁 개전 1주일여 만에 미 항공모함 밸리 포지(Valley Forge)가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출동해 개전 초반 위기 국면에서 큰 활약을 했다. 전쟁 중 미 7함대 77기동부대에만 3~4척의 항모를 지속적으로 투입, 공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항공전력을 운용했다.

◆ 한반도 안보의 안정판

 당장은 북한군의 움직임이 없더라도 도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미 항모는 어김없이 한국을 찾았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당했을 때 유병현 연합사부사령관이 연합사의 비밀통신시설을 통해 미국에 가장 먼저 요청한 것 중 하나가 항모 출동이었다. 미국은 유 부사령관의 요청을 즉시 수락했고, 다음날 아침 대통령 유고가 공식 발표됐을 때, 미 항모 키티호크함(CV-63)은 이미 한반도를 향해 출동한 상태였다.

 1988년 88올림픽 때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과연 북한의 도발에 따른 우발사태 없이 무사히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지 우려했다. 그러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 기여한 것도 바로 미 항모였다. 미 핵추진항모 니미츠함(CVN-68)은 1988년 가을 올림픽이 열리는 전 기간 동안 한반도 주변 해역에 머물면서 혹시 있을지 모를 북한의 도발에 대비했다. 항모는 존재 그 자체로 한반도의 안정을 뒷받침했던 것이다.

 ◆ 미 7함대의 항모들

 미국은 항상 십여 척의 항모를 운용한다. 그 항모 중에서도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항모들은 한반도 주변지역을 포함한 서태평양지역을 관할하는 미 7함대 소속의 항모들이다. 50년대 후반의 미드웨이함이나 1960년대 전반기 이후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한국을 찾은 재래식 추진 항모 키티호크함이 대표적이다.

 키티호크함은 1979년 동남아 주변 해역에서 베트남 보트피플들을 구조하는 임무를 맡다, 박정희 대통령 사후 한반도 안보를 안정화하기 위해 즉각 한반도로 출동했다. 1994년 1차 핵위기가 뜨거웠을 때 출동한 항모도 바로 키티호크함이었다.

 미 해군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7함대에 항상 1척의 항모를 전진배치해 놓았다. 미국은 자국 영토 내가 아닌 지역에 고정적인 전진배치 항모 기지를 가급적 두지 않지만, 요코스카는 예외였다. 수십 년 동안이나 미국은 최소한 1척의 항모는 요코스카에 전진배치해 놓고,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의 우발상황에 대비했다.

당시 7함대의 영구 전진배치 항모(permanently forward-deployed aircraft)도 바로 키티호크함이었다.

 2008년 이후 유달리 자주 한국을 방문하는 핵추진 항모 조지워싱턴함도 7함대에 전진배치된 항모다. 조지워싱턴함은 2008년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 입항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두 차례나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는 물론 올해 10월에도 한국을 방문해 한국과의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 항모강습단의 위력-함재기 최대 80여대…소국 공군 능가하는 위력

 

 ‘공포의 군단이 왔다’. 지난 2010년 조지워싱턴 항모강습단(Carrier Strike Force)의 연합훈련 참가 소식을 전한 언론들의 기사 제목이다. 미 항모 타격단은 실제로 북한에 공포의 군단으로 인식될 만큼 막강한 전력을 갖고 있다.

 미 항모 중 주력에 해당하는 니미츠급 항모는 비행갑판 최대 길이가 332m를 넘고, 최대 폭도 76m에 달하며 면적이 5500여 평에 달해 흔히 축구장 3개 크기라고 묘사된다. 이처럼 드넓은 비행갑판과 내부 격납고에 최대 80여 대의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다.

 항모 1척에는 수십 대의 F/A-18 C/D 호넷 전투기나 이보다 성능이 강화된 F/A-18 E/F 슈퍼호넷 전투기, 전자전기, 기타 조기경보기 등을 탑재하고 있어 어지간한 소규모 국가의 공군을 능가한다.

 항모의 위력을 배가해 주는 것은 팀을 이뤄 함께 작전하는 군함들이다. 항모 1척이 출동할 때면 만재배수량 9600톤의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이나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수 척이 거의 항상 따라 붙는다.

이들 군함은 탑재된 이지스전투체계를 바탕으로 적 항공기와 대함 순항 유도탄을 식별·추적·요격할 수 있는 막강한 능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탄도탄 요격 능력까지 갖추도록 개조한 경우도 있어 더욱 위력이 배가됐다.

 이들 군함의 대지상공격력도 만만치 않다. 수직발사관에서 발사하는 토마호크 함대지 순항 유도탄이라는 강력한 펀치력을 갖추고 있어 굳이 전투기를 띄우지 않아도 바다에서 2000㎞를 훌쩍 넘어선 적 내륙지역을 강타할 수 있다. 여기에 핵추진 공격원잠(SSN) 1~2척이 항모를 보호하기 위해 따라붙는다.

김병륜 기자 < lyuen@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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