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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 전투력 손실 없이 ‘완전한 승리’ 거둬라

입력 2013. 11. 0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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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당구와 심리전


 입동(立冬)이다. 추위를 견딜 때 심리적 요인이 지배적이다. 당구에서도 고도의 집중력과 신중함이 요구된다. 이때 공을 직접 공격하는 것보다 쿠션에 의한 간접 공격이 많이 필요하다.

 

쿠션을 이용해 목표를 이루는 당구의 공격처럼 대남 심리전 선전선동에 대응책 필요


● 벌모(伐謀)와 벌교(伐交)

 손자병법 제3편 모공에서 적을 굴복시키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선용병자(善用兵者)는 굴인지병(屈人之兵)이나 이비전야(而非戰也)라. 발인지성(拔人之城)이나 이비공야(而非攻也)요, 훼인지국(毁人之國)이나 이비구야(而非久也)라’가 있다. 이는 ‘군대를 잘 운용하는 방법은 전쟁하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적의 성을 무모하게 공격하지 않고 빼앗는 것이다. 적을 장기전으로 멸망시키지 않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필이전쟁어천하(必以全爭於天下)라, 故로 병부둔이리가전(兵不鈍而利可全)이니 차모공지법야(此謀功之法也)니라.’ 이는 ‘이런 전승(全勝)의 원칙만이 천하의 승자가 된다. 그러므로 아군의 손실 없이도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 이것이 공격 전략의 원칙이다’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전승이란 완전한 승리다. 적도 피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나의 피해도 없는 다소 이상적인 승리의 모습인데, 신중한 전쟁(愼戰)을 역설한다.

 전쟁에서 직접적 군사 행동인 벌병(伐兵)과 공성(攻城), 간접적 정치 행동인 벌모(伐謀)와 벌교(伐交)를 잘 설명하고 있다. 수많은 인명과 재산 손실을 초래하는 벌병과 공성은 차선이다. 좀 더 효과적인 것은 적 전쟁의지를 꺾어 버리는 벌모와 적을 외교적으로 고립시켜 무찌르는 벌교다. 이를 구현하는 스포츠가 당구와 볼링이다. 목표를 직접 타격하지 않고 당구에서는 쿠션을 이용하고, 볼링에서는 공을 굴려 목표(핀)을 쓰러뜨린다.

● 당구와 간접공격, 벌모

 당구(撞球·billiards)는 기원전 400년께 그리스에서 원추형 목적물에 2개의 둥근 돌을 막대기로 쳐서 맞히는 옥외경기에서 유래됐다. 그 후 1600년께 유럽에서 같은 형식의 실내경기로 발전했는데, 영국에서 정방형 테이블 위에 모퉁이와 긴 쿠션 중앙에 6개 구멍을 내서 시작한 잉글리시 포켓의 시초다. 이어 1818년 영국의 잭 칼이 공의 미스를 방지하고 회전을 돕기 위해 초크를 발명했다. 10년 뒤 프랑스인 망고가 막대기 앞에 고무틀(탭)을 붙이고, 초크를 활용해 종횡으로 공을 자유롭게 회전시킬 수 있게 했다. 경기는 10개 세부종목이 있다. 캐롬(carom)은 적색 공 1개와 백색 공 2개로 경기를 하며, 2개의 표적 공을 다 맞히기 전에 정한 횟수 이상 쿠션에 닿아야 한다. 포켓볼(pocket billiards)은 6개 포켓에 볼을 순서에 맞게 집어넣어 공격권을 이어가다 마지막 볼을 포켓에 집어넣으면 승리한다. 8볼·9볼·10볼이 있다. 스누커(snooker)는 큐볼인 백색 공 한 개로 나머지 21개(적색 15개, 흑색 등 6개) 공을 테이블 구멍에 넣어 획득한 점수를 겨룬다. 잉글리시 빌리아드는 백색과 황색의 큐볼 2개와 1개의 적색 공을 사용한다. 큐볼을 2개 목표 볼에 맞히거나 2개 목표 볼 중 1개 볼을 포켓에 집어넣으면 득점한다. 당구처럼 간접 공격에는 이이제이와 심리전에 대한 대응이 있다.

 ● 이이제이(以夷制夷)와 심리전

 중국은 한(漢)나라 이후부터 주변의 위협은 주변의 힘을 빌려 제압하는 전략 ‘이이제이’를 적용해 왔다. 이(夷)는 중국 이외의 모든 국가를 통칭하는 말로 쓰였다. 다른 나라의 힘을 이용해 목표로 하는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기원전 138년 한 무제는 서역 50여 부족과 외교 관계를 맺은 후, 몽골고원 일대를 지배하던 유목 기마민족인 흉노(匈奴)족을 정벌할 수 있었다. 일종의 외교전략이다. 통한의 대한제국(1897∼1910) 고종황제도 제국주의 침탈에 맞서 러시아·영국 등 열강의 힘을 이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자국의 힘이 강할 때 빛을 발한다.

 북한의 핵실험 등 한반도 안보 위기 이후 최근 일련의 유화적인 제스처도 유의해야 한다. 이것은 극심한 경제난과 고립된 대외 관계 등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상투적인 전략이다. 북한은 끊임없이 사이버전과 미디어전 등으로 사회 혼란 조성을 획책할 것이다.

 북한은 대남 심리전을 위해 인터넷 공간에 댓글을 다는 부서에 200여 명, 정찰국 산하 3000여 명의 사이버전 전문 인력이 대남 심리전과 사이버 테러를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20일 북한 공작기관의 언론과 금융기관 등 전산망 공격 사례 등 다양한 유형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왜곡된 여론을 퍼뜨리는 ‘1(북한 요원 1명이 선동 글 게재)→9(추종세력 9명이 퍼 나르고)→90(90명이 읽는)법칙’ 메커니즘이 있다. 2개 공으로 시작된 당구가 여러 형태로 진화했듯이 북한의 심리전도 선전선동과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더욱 교묘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홍국 군사편찬연구소 연구관·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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