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훈련병일기

나 자신을 이긴 소중한 경험

입력 2013. 10. 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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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그저 현실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충동적으로 병 연고지 복무병 신청을 했다. 그런 결정을 한 내 자신에게 화가 났지만, 절대 약해지지도 돌아서지도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머리를 짧게 깎았다. 어차피 가야 할 훈련소이고 군 생활이라면, 정말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빛나고 반짝이는 아름다운 21개월을 닦고 오자는 각오로 말이다.

 신병교육대대에서의 1주차 제식훈련이 시작됐다. 이틀차 집총 각개 제식 시간에 상점 3점을 받고 조교님들로부터 칭찬도 받았다. 역시 세상 모든 것은 하기 나름인 것 같았다. 2주차 사격 훈련도 자신감 속에서 임했다. 그런데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다. 급기야 3차, 4차 사격까지 넘어가는 순간에는 오기마저 생겼다. 마침내 합격 판정을 받는 순간에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사격훈련을 계기로 자만하거나 지나치게 자신감만 넘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첫주차에 비해 집생각이 덜 나는 나를 보면서 ‘내가 군대에 적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훈련 중 추석 연휴가 있었다. 대대 체육대회, 충성마트 이용, 영화 관람 등 훈련병이 하기 힘든 여러 가지 문화 생활을 누렸고, 이것은 힘들고 고된 훈련을 견디게 해준 하나의 원동력이 됐다.

 구급법ㆍ수류탄ㆍ화생방 훈련을 받던 순간도 잊을 수 없다. 구급법 훈련을 받으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위급상황에 대한 대처를 배울 수 있었고, 수류탄 훈련을 통해서는 나를 넘어서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화생방 훈련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전우들과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힘을 냈다. 누군가가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 힘의 원동력은 아마도 전우애와 가족의 정이었으리라.

 마지막 주차에는 각개전투ㆍ숙영ㆍ행군을 했다. 특히 주간행군은 완전군장으로 완주했는데 컨디션 난조로 단독군장으로 참여하게 된 야간행군 때는 동기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몸이 좋지 않아 힘들었지만 묵묵히 완전군장으로 걷고 있는 전우들을 보면서 힘든 티를 낼 수가 없었다.

 이제 훈련병 시절을 함께한 162명의 전우들과도 안녕을 고할 시간이다. 이곳의 모든 것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나라를 지키는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 우리들을 위해 쓰러져 가신 호국영령들의 넋과 정신, 부모님의 크나큰 은혜, 6주간 함께한 이곳의 모든 분에 대한 은혜, 마지막으로 함께한 162명의 전우들까지 모두 잊지 않고 남은 군생활 동안 잘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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