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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태양으로, 신화는 ‘교만’을 경계했네

입력 2013. 06. 1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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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학서 만나는 이카로스·파에톤의 비극


태양이란 기상 요소 통해 ‘교만하지 않은 삶’ 일깨워

 

 

파에톤이 태양마차에서 떨어지는 장면.

 

 새의 깃털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난 사람이 있다. 최초로 하늘을 날았던 이카로스는 교만 때문에 스스로 파멸한 사람이기도 하다. 다이달로스는 대장간 신(헤파이스토스)의 자손으로 손기술이 뛰어났다. 그는 자기 아들 이카로스와 같이 크레타 섬의 미궁에 갇혔다. 미궁에서 탈출할 방법은 오직 새처럼 날아오르는 방법뿐이었다. 아버지는 새들의 깃털을 모으기 시작했다. 깃털을 모아 초로 붙여 날개를 만들었다. 날개를 다 만든 아버지는 아들의 몸에 날개를 붙여줘 미궁에서 탈출하게 했다. 이카로스는 왼쪽으로는 헬라스 반도, 오른쪽으로는 소아시아의 라트모스 산이 내려다보이는 곳까지 날아올랐다. 너무 기분이 좋았던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했다. 높이 올라가면 깃털을 붙인 초가 녹으므로 위험하다는 말을 말이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기 때문일까, 밀랍이 녹으면서 깃털도 빠지기 시작했다. 두 팔을 허우적거리며 날아오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카로스의 날개에는 깃털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결국 이카로스는 에게 해(海)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여기에서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은 과연 하늘 높이 날아올라 태양과 가까워지면 신화에서처럼 밀랍이 녹을까 하는 것이다. 이카로스가 어느 정도 높이까지 날아올랐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사람이 숨을 쉴 수 있는 대류권 이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영국의 기상학자 글레이셔가 기구를 타고 8.7㎞까지 올라갔다가 정신을 잃었다고 하니, 이카로스가 아무리 높이 올라갔어도 8㎞ 이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8㎞ 정도까지 올라갔다 하더라도 지구와 태양의 거리인 1억5000만㎞에 비하면 미미한 정도의 높이라고 할 수 있다. 대류권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지구 복사에너지가 줄어들어 온도가 낮아진다. 8㎞ 고도 온도는 영하 35℃ 정도가 된다. 기상학적으로 볼 때 이카로스의 날개 밀랍이 태양과 너무 가까워 녹았다는 것은 타당치 않다. 당시엔 과학적인 상식이 모자랐기 때문에 이런 신화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두 번째 사례는 파에톤이라는 젊은이의 이야기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의 역할이 바뀌는 경우란 흔치 않다. 중요한 역할을 맡은 신의 경우에 특히 그렇지만, 태양과 달을 주관하던 신이 바뀐 대사건은 순전히 파에톤 콤플렉스 때문이었다. 당시 태양과 달을 주관하던 신은 헬리오스와 셀레네였다. 태양신 헬리오스는 매일 아침 태양마차를 몰고 동쪽에서 떠올라 하늘을 가로질러 저녁에는 먼바다 서쪽에 내렸다. 태양신의 마차가 바다에 잠기면 누이인 달의 여신 셀레네가 떠오른다. 파에톤은 태양신 헬리오스가 바람을 피워낳은 아들로, 아버지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했다. 아버지가 버렸다는 콤플렉스를 갖고 성장한 파에톤이 아버지를 찾아갔다. 버리다시피 했던 아들이 늠름하게 자라 찾아온 것에 마음이 움직여서일까, 태양신은 아들의 어떤 소원도 다 들어주겠다고 했다. 파에톤은 아버지의 태양마차를 몰게 해 달라고 했다.

 “아들아, 태양마차를 모는 일은 너무도 위험해서 신들의 제왕 제우스도 겁낼 정도란다. 그러니 어서 다른 소원을 말해 보아라.”

 태양신은 파에톤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끝내 소원을 들어줘야 했다. 어떤 소원이든 반드시 들어주겠다는 사전의 약속 때문이었다. 파에톤은 의기양양하게 태양마차에 올라탔다. 마차를 끄는 네 마리 말은 태양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마차에 탔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무섭게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말들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갑자기 곤두박질치는 등 제멋대로 날뛰었지만 파에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태양마차가 땅에 가까이 닿으면 뜨거운 열기 탓에 강과 바다가 말라 버렸다. 신들의 제왕 제우스는 신과 사람들의 세계가 더는 망가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제우스는 파에톤을 향해 벼락을 던졌다. 벼락을 맞은 파에톤은 에리다누스 강에 떨어져 숨을 거뒀다. 태양이라는 기상요소로 교만하지 않도록 훈계하는 신화학의 역할이 아름답다.

<반기성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연구원>

[TIP]‘파에톤 콤플렉스’란

 

  ‘파에톤 콤플렉스’란 어린 시절 겪은 애정 결핍으로 지나치게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강박증을 말한다. 비정상적 민감성, 고독감과 부적응, 만성 우울증과 공격성, 신경증적 소심증, 다재다능에 대한 강박증, 애정에 대한 충동적 욕망, 조바심과 자기 파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성공한 부모 밑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자녀에게 많이 나타나는 콤플렉스다.

 이 신화를 통해 우리가 알아두면 좋은 것은 교만한 사람은 반드시 파멸한다는 것이다. 또 훌륭한 아버지를 둔 자녀가 사랑받지 못하고 성장했다면 절대로 아버지보다 더 큰 일을 해서 인정을 받겠다는 욕구를 갖지 말라는 것이다. 아버지와의 비교가 불행을 가져온 좋은 사례다. 교만하거나 과다하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불행을 가져온다는 것을 신화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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