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보병장비이야기

<86> 중국군 AK소총 탄입대

입력 2012. 11. 26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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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당시 높은 평가받아


‘단순·간편’…엎드릴 때 불편함 최소화

우수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공산권 군용 장구류 중 보기 드물게 다른 나라 군장류
에 영향을 끼친 중국제 AK탄입대, 일명 ‘체스트 러그’.                                         필자제공

공산권 군장류는 평균적으로 서방측에 비해 뒤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데다 병력 개개인을 소모품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서방측보다 강해 대부분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만을 부여하는 쪽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 자체도 부족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나일론 등 신소재 적용이 서방측에 비해 많이 늦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때때로 공산권 군용 장구류 중에도 우수한 아이디어를 통해 실용성을 발휘할 뿐 아니라 다른 나라 군장류에 영향을 끼친 것도 나온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중국군용의 AK소총 탄입대, 일명 체스트 리그(Chest Rig)다.

 중국군은 1956년부터 AK소총을 자체 생산해 56식 자동소총이라는 이름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련제 오리지널과 똑같아지기를 원하지 않았던 중국은 접는 식의 꼬챙이형 대검을 총구에 장착하는 등 나름대로 변형을 총기에도 시도했다. 그와 동시에 소련과의 차별화를 위해 눈을 돌린 부분이 탄창을 수납하는 탄입대였다.

 소련제의 AK소총용 탄입대는 말 그대로 허리의 탄띠에 끼우는 주머니로, 1950년대의 일반적인 탄입대와 큰 차이가 없다(품질은 더 낮지만). 상당히 긴 AK용 탄창을 3개나 넣고 다니는 이 주머니는 허리에 달고 다니면 상당히 불편하며, 특히 엎드릴 때 그렇다.

 이 때문에 중국군은 소련식 탄입대를 그대로 쓰는 대신 탄입대를 가슴 부분에 위치시킨 뒤 마치 복대를 두르듯 띠 형태로 가슴에 두르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중국군용의 가슴 탄입대였다. 중국군은 이 형태의 탄입대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지 56식 자동소총 이외에도 56식 반자동 기병총(소련제 SKS-45 반자동 소총의 라이센스 생산품), 중국 독자 개발의 63식 소총용 탄입대도 같은 형태로 만들었다.

 이 탄입대는 베트남 전쟁에서 실전에 사용되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긴 AK의 탄창을 휴대하면서도 움직임, 특히 엎드릴 때 불편함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단점이라면 위치가 높아 탄창을 넣고 꺼낼 때 번거롭다는 점이지만 심각한 단점은 아니었다. 또 탄입대가 흉부를 가려 어느 정도이기는 하지만 방탄 능력도 기대할 수 있었다.

 게다가 사용이 단순한 점도 장점이었다. 탄띠에 탄입대를 결속하는 등의 과정조차 없이, 탄입대 자체의 목 끈을 목에 걸고 뒤 끈을 등 뒤로 묶기만 하면 준비가 완료되기 때문에 훈련 수준이 낮은 병사도 단번에 사용법을 터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단추조차 나무로 된 것을 끈으로 꿰는, 원시적이지만 효과적이고 단순한 것이어서 사용이 쉬웠다.

 베트남 전쟁 당시 이 탄입대는 북베트남군 및 베트콩 병사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애용됐다. 사용이 편하고 직관적인 데다 울창한 정글 안에서의 움직임에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군 특수부대도 AK소총을 사용할 때는 중국제 탄입대를 애용했다. 가장 흔하기도 했지만, 미국제 탄입대보다 편하다고 여긴 대원도 많았던 것이다.

 소련 역시 중국제 탄입대를 사용한 일이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무자헤딘 반군이 사용한 중국제 탄입대를 노획해 애용한 일이 많았던 것이다. 이처럼 중국제 탄입대는 뜻밖에 세계적 평가를 받는 장비가 됐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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