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북한군바로알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정책

입력 2012. 05. 22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8:00
0 댓글

20년 동안 반복된 ‘핵개발 유예’ 합의 결론 없는 드라마


대화·협상은 국제사회 눈속임 위한 ‘시간 벌기용’ 꼼수 개혁·개방땐 北 체제 붕괴 우려 ‘핵·미사일 카드’에 집착

 

지난달 15일 북한이 군사 퍼레이드에서 공개한 신형 미사일. 대다수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이 실물
 크기 모형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필자제공

김정일은 체제 위기의 해법을 핵과 미사일에서 찾고자 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공들였던 6자회담이나 북미 회담은 결국 북한 정권 입장에서 보면 ‘시간 벌기용’에 불과했다.

김정일 정권은 애초부터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의사가 없었다. 대화나 협상은 국제사회를 눈속임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주된 목표로 추진해 왔음을 보다 확실히 보여줬다.

제네바 북미 합의 후에도, 6자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북한의 핵개발은 동결됐다기보다는 또 다른 경로를 통해 은밀히 진행돼 왔다.

이처럼 핵무기 보유목표를 나름대로 달성했다고 판단한 북한은 비핵화 논쟁보다 핵 군축문제를 들고 나옴으로써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핵문제는 오로지 미국을 상대로 양자 간에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사회주의권 몰락 이후 미국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세력으로 믿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이에 대한 확고한 검증을 주장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만약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한다면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카다피와 같은 운명에 처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통해 확고한 체제의 안전보장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핵과 미사일 카드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대미 협상에서 강경조치들을 자주 구사하는 것도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어내되 여의치 않을 경우 최소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함으로써 적어도 북한 정권의 안전은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핵과 미사일 개발과 보유는 여러 가지 위험 요인이 수반되고 있음에도 포기하기 어려운 선택인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어떤 면에서는 북한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전략은 안보목표상 ‘체제생존의 확보’와 ‘경제재건’의 수단이다.

남북 관계에서는 남한에 대해 비대칭적 위협을 증가시킴으로써 한반도 내 군사력 균형을 북한에 유리하게 만들어 보자는 의도도 숨어 있다.

이것은 북한 내부에 군사적 모험주의를 촉진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고, 한국의 안보를 인질로 삼는 전략으로 나타날 수 있다.

1994년 1차 핵위기 때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부터 시작해 최근 북한군 특별작전행동소조에 의한 “3~4분 이내 서울 초토화” 발언에서도 그 일단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으로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한미동맹의 성격이 변화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변화되고 국제정세와 남북관계가 미국을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된다면 북한은 ‘한반도의 북한식 통일’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정일의 유훈처럼 김씨 일가에 의한 통일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군부를 정권의 주도세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김정은도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군사강국으로 만들어 대내 안정을 도모하고, 대외적으로는 협상과 도발의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생존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김정은이 대담하게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 정책을 취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개혁·개방을 추진할 경우 북한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매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개혁·개방보다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관심을 기울일 것은 자명하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유예하는 2012년 2월 29일 발표된 북미 합의는 지난 20년 동안 반복된 결론 없는 드라마의 한 편에 불과하다.

김일성 생일 100주년에 맞춰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은 북한이 자행할 2012년 대남 군사도발의 시작일 뿐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북정책도 북한의 대남 도발을 억지할 수 있는 억지전력을 갖추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대북 군사적 억지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대남 도발로 체제 위기를 해소하려는 북한의 헛된 꿈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윤규식 육군종합행정학교 교수·정치학 박사>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