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한국군세계를가다

<48> 해외파병훈련부대 발자취

입력 2011. 12. 20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30
0 댓글

동북아의 주변국서 세계평화 중심추로



헐벗고 굶주렸던 1960년대 중반, 남베트남 파병 장병들은 조국의 부름에 기꺼이 응했다. 그리고 황량한 강원도 오음리에서 오직 살아 돌아오기 위해 실전과 같은 훈련을 했다. 많은 장병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1975년 남베트남이 패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그로부터 20년. 평화의 개척자로 1993년 소말리아에 첫 발을 내디뎠지만 평화유지활동(PKO)교육은 제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1994년부터 개인 옵서버 파견과 부대 단위 파병이 증가하면서 많은 경험을 축적해 나갔다. 2004년 대규모 병력이 이라크에 파병되면서 특수전 교육단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훈련 여건이 마련됐다. 또한 PKO센터와 상시 파견체제인 온누리부대의 창설로 글로벌 평화유지활동의 면모를 갖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베트남 참전 장병을 훈련시켰던 강원도 오음리의 현재 모습. 매년 10월에는
기념행사와 함께 참전용사 만남의 장이 펼쳐진다.


▶ 한국의 베트남전장, 오음리 훈련장

 강원도 춘천에서 화천 파로호에 이르는 배후령 고개를 넘으면 넓은 분지인 오음리(梧陰里)가 나타난다. 1960년대 중반 생사의 갈림길로 향하던 파견 장병의 애환(哀歡)이 담겨있는 곳에 현재 ‘베트남참전용사 만남의 장’이 있다. 베트남전 참전은 당시 한국 현대사의 커다란 분수령(分水嶺)이었다.

 1965년에 수도사단은 홍천, 해병여단은 포항에서 훈련을 마치고 베트남으로 향했다. 이어 1966년 3월부터 수도사단 제26연대 파병 때부터 지금의 오음리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오음리는 당시 강도 높은 실전적 훈련으로 이를 악물어 ‘어금니’라고 불렸다. 해병대는 포항의 제1상륙사단 ‘월남전특수교육대’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많은 세월이 흘러 2008년 10월에 강원도는 베트남참전용사 만남의 장을 신축했다.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의 전형적인 게릴라전인 구찌터널과 각종 장애물 모형을 설치했다. 그리고 당시 사용하던 막사와 훈련장 등을 복원해 그때의 모습을 재현했다. 지금도 해마다 10월에는 많은 참전 용사가 재회를 한다. 현재 이 지역은 6ㆍ25전쟁 시 중공군을 대상으로 대승을 거둔 파로호와 평화의 댐을 연계해 호국 안보의 장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 해외파병부대 훈련의 산실, 특수전 교육단

 1993년 한국군 최초로 국제평화유지활동 참여를 위한 교육은 해당부대의 자체교육과 합동참모대학 내 PKO학처의 보수교육으로 진행됐다. 2004년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자이툰 1진 3500여 명의 훈련이 2개 장소에서 나뉘어 실시됐다. 제11ㆍ12 민사여단은 학생중앙군사학교와 특수전교육단에서, 군수지원단은 특수전교육단에서 실시했다. 2005년 1월부터 제2진 교대병력 3038명 훈련은 특수전교육단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파병교육지원대 19명이 편성돼 제9진까지 1만 4000여 장병들의 파병 훈련과 각종 지원을 담당했다.

 파병교육지원대는 현지의 각종 위협인 급조폭발물(IED)과 방문자통제소(VCC) 등 실제 지형과 유사한 작전 환경을 구비해 실전적인 훈련을 거듭했다. 현재는 아랍에미리트 ‘아크부대’ 파병 훈련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성과는 온누리부대 창설의 밑거름이 됐다.



▶ 평화의 밝은 빛, 온누리 부대

 2010년 7월 특전사 제5여단을 모체로 국제평화유지단(온누리부대)이 창설됐다. 비로소 유엔에서 요구하는 국제적인 훈련 중심 센터로서 상시파병부대 운용 체제가 갖춰진 것이다. 2010년 파병된 오쉬노부대를 시작으로 이곳에서 창설부터 파병까지 체계적인 파병 준비 과정을 거쳤다. 현재 예하 3개 대대는 동티모르ㆍ이라크ㆍ아프간 등에서 두 번 이상 임무 수행 경험을 갖고 있다.

 온누리부대는 국제평화유지훈련에도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31일, 국제평화지원단 1개 소대와 지원교관, 참관단과 의무 인원 등 39명이 몽골 오릉 평화지원훈련장에서 실시된 ‘2011 칸 퀘스트(Khaan Quest) 연습’에 참가했다. 이 연습은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약 56km 서쪽의 평원 지역에 위치한 훈련장으로 2003년부터 시작했다.

 여기에 한국과 몽골 및 미국 등 11개국은 국제 사회의 분쟁 발생에 대비한 평화유지활동 수행능력과 인도주의 활동 지원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온누리부대는 평시에는 국제평화를 위한 평화의 개척자요, 전시에는 적진에 침투해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최고의 전사들이다.

2004년 자이툰부대 파견시 현재와 동일한 작전 환경을 갖추고 훈련한 특수전교육단의 방문자 통제소 교장

 

▶ 평화 멘토링(Mentoring), PKO센터

 한국군의 국제평화유지활동 중심은 PKO(평화유지활동)센터다. 1993년 소말리아 파병부터 1995년 앙골라까지는 자체교육과 육군 종합행정학교에서 교육이 실시됐다. 그 후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1995년 8월 합동참모대학교의 PKO 학처가 장교 3명을 구성원으로 잠정 설립됐다. 이로써 옵서버 요원 파견 전 교육과 부대단위 파병 시 필수과제에 대한 교육을 통해 능력을 향상시켰다.

 그리고 파병 후 작성된 귀국 보고서에는 각종 경험을 포함해 정책에 반영하도록 했다. 몇 차례 증편과정을 거쳐 2010년 1월부로 국방대학교 직할기관으로 변경됐다. 연구개발 및 교육훈련처 등 3개처ㆍ29명의 장교 및 전문교수로 편성돼 비로소 기본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현재 PKO 관련 국내·외 기관과 정보 및 교류활동을 증진하고, 연례적으로 PKO 발전 세미나를 개최한다. 그리고 최신 유엔활동을 ‘UN/PKO NEWS'를 통해 전달하는 등 한국의 평화유지활동 중심센터로서 발돋움하고 있다.



 ▶ 해외파병의 협력자, 새마을 연수원과 KOICA

 한국군의 국제평화유지활동 주요 임무 중 하나는 민군작전이다. 이를 수행하는 요원들의 국제협력에 대한 경험은 파병 초기에 다소 부족한 편이었다. 이에 대해 새마을 중앙연수원과 한국국제협력단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즉 파병 요원들은 파병 전 해당 기관 위탁교육을 통해 새마을 운동에 대한 전문 지식과 국제협력에 대한 기본 소양을 쌓았다. 또한 이는 현지에서의 활동과 연계해 해당 기관에 의한 한국 방문 초청교육으로 이어졌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는 지난 7월 말 아프간의 직업훈련원 우수학생 25명과 교사 11명을 한국에 초청해 전공별 학습 및 산업체 견학을 통해 선진 기술을 습득시킨 것이 하나의 사례다.

 

 1960년대 중반 베트남전 참전을 위한 오음리 훈련장은 자유수호를 위한 생존의 장소였다. 그 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온 한국군은 1990년대 초부터 세계무대에서 국제평화를 위해 매진해왔다. 이러한 성공의 뒤에는 실제 상황과 동일한 훈련여건을 갖춘 파병교육대와 PKO센터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국제평화유지활동과 군사훈련협력단의 파병 소요는 더욱 증가될 것이다. 보다 나은 훈련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KOICA의 ‘지구촌체험관’과 외교통상부 ‘국제기구 인사센터’ 등을 참고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적 규모와 여건을 갖춘 국제평화훈련센터로서의 위상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오홍국 군사편찬연구소 해외파병사 연구관>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