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우리군의시뮬레이터

<31>공군8전투비행단 F-5 CPT

글ㆍ사진=김철환

입력 2011. 10. 14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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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고도 침투·지상공격 연습에 `안성맞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생산한 전투기인 F-5E/F 제공호. F-5F 국내 생산 1호기가 대지를 박차고 오른 1982년 이후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F-5는 근접항공지원(CAS) 임무 등을 통해 우리 군의 유효한 전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공군8전투비행단에서 체험해 본 F-5 CPT(Cockpit Procedure Trainer)는 소위 ‘손맛이 있는’ 아날로그 항공기 F-5를 첨단 디지털 기술로 재현하고 있어 깊은 감명을 줬다.

공군8전투비행단 103비행대대 박경욱 편대원이 F-5 CPT에 탑승해 이륙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실제 항공기의
 아날로그 계기를 디지털로 재연한 것이 이채롭다.


F-5 CPT 교관통제대에서 전동일 편대장이 비행경로와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그래픽의 업그레이드로 F-5 CPT는
한단계 더 발전했다.

“F-5는 항공기의 성능보다 조종사의 기량이 좀 더 중시되는 기종이죠.”

 공군8전투비행단 103비행대대의 전동일(소령) 작전편대장은 F-5가 손이 많이 가는 항공기이기 때문에 CPT 등을 통한 지상훈련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이 다량 적용된 4세대 전투기들의 경우 조종사가 신경 쓰지 않아도 항공기가 자동으로 제어해 주는 부분이 많은 반면, F-5는 조종사가 비행의 모든 것에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 편대장은 이에 “F-5를 잘 다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F-5라는 항공기가 조종사의 신체 일부와 같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많이 다뤄보고 익숙해지는 것만이 답이라고. 이러한 이유로 인해 F-5 CPT가 갖는 효용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아날로그 항공기 위한 디지털 훈련장비

8전비 103대대의 F-5 CPT는 본부 건물과 떨어진 컨테이너에 마련돼 있었다. 항공기의 오랜 연혁처럼 노후화된 시뮬레이터가 있을 거란 예측과는 달리 깔끔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좋은 설비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박경욱(대위) 안전편대원이 교육 시범을 보이기 위해 CPT조종석에 앉았다. 이날 교육은 다수의 적기와 조우한 상황에서 전술적인 위치를 만들기 위한 빠른 상황판단과 조작을 배우는 것. 또 이륙 직후 한쪽 엔진이 정지한 상황과 이륙 중 예기치 못한 문제 발생으로 이륙을 포기하는 비상절차에 대해 익히는 모습도 선보였다.

 CPT조종석 앞에 걸려 있는 100인치 스크린에 8전비 활주로와 주변 풍경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박 편대원이 가볍게 이륙에 성공하고, 8전비 주변 상공을 날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지주변을 구현하고 있는 그래픽은 최근 살펴본 T-50 시뮬레이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이는 지난해 한 차례 CPT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덕분이다.

 CPT장비의 관리를 맡고 있는 오승재 원사는 “F-5 CPT가 도입된 것은 2001년 8월”이라며 “지난해 F-5 CPT 영상이 모두 16m 급 위성영상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설명했다.

 업그레이드된 그래픽에 대해 박 편대원은 “자주 가보기 힘든 사격장 주변의 지형지물들을 눈에 익힐 수 있게 된 점이 좋다”며 “예전에는 산이 초록색 삼각형으로만 묘사돼 그저 저기에 산이 있고 강이 있겠구나 하며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밖에 없었다”는 느낌을 밝혔다. 전 편대장도 이에 덧붙여 “지형지물의 모양이 명료하게 묘사됨에 따라 저고도에서의 침투와 지상공격 등을 연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편대원의 시범에 이어 F-5 CPT에 앉아 보니, 실 기체의 아날로그 계기판을 디지털로 재현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브레이크에 발을 얹고 이륙을 시도했는데, 브레이크 페달이 엄청나게 민감해 활주로를 이쪽저쪽으로 미끄러져 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이륙 직후에는 조종간이 무거워져 조작에 상당한 힘이 필요해 F-5는 조종사의 기량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전 편대장은 “조종간이 플라이바이와이어(Fly by wire)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속도와 움직임에 따라 무거워진다”며 “F-5에 익숙한 조종사라면 조종간의 무게만으로도 항공기의 속도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업그레이드로 훈련범위 넓어져

 현재 F-5 CPT는 8전비 외에도 F-5를 운용하는 비행단들은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초기 시험제작품과 양산품을 합쳐 10대가 공군에 보급돼 있다. F-5 조종사들의 연간 CPT 훈련 요구량은 1회 40분을 기준으로 교관자격은 2회, 편대장 6회, 2기 리더 12회, 요기 24회로 지정돼 있지만 실제 탑승시간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 소령은 “장마로 비행을 못하는 기간이 늘어나거나, F-5 기종에 대한 비상상황 발생이 보고됐을 때, 그리고 평소 비행기량 점검을 위해 틈틈이 CPT를 이용하는 조종사들이 많다”고 언급했다.

 CPT 도입 이전에는 화면도 없이 조종석만 재현돼 있는 모형(Mockup)만이 F-5기종의 유일한 지상훈련 장비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기재 조작 등 한정된 훈련만 가능했지만, 2001년 CPT가 도입되면서 비상절차 등 다양한 훈련을 할 수 있게 됐으며, 지난해 이뤄진 그래픽의 업그레이드로 훈련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고.

 고등비행훈련과정에서 T-50 시뮬레이터로 교육을 받은 바 있는 박 편대원은 가상환경 속에서의 비행훈련이 큰 도움이 된다며 “주기종이 F-5로 결정된 이후 전방시현장비(HUD)가 없는 항공기의 특성에 익숙해지기 위해 T-50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HUD를 끄고 비행하는 연습을 했었다”는 경험담을 밝혔다.

또 그는 F-5를 타기에 앞서 CPT를 이용해 다양한 비상상황과 조종환경에 대한 적응성을 높인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하면서 “F-5 CPT가 측면 등 좀 더 많은 방향의 화면을 지원해 준다면 더 좋을 것”이라는 바람을 피력했다.

 전 편대장은 “CPT를 통해 연습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실제 비행 시에는 전술적인 훈련에 좀 더 치중할 수 있게 됐다”며 “CPT와 같은 가상환경 교육 기자재의 발전이 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5E/F 전투기는?
F-5E/F 제공호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조립·생산한 제트전투기. 제공호의 생산으로 우리 공군 전력은 획기적인 전력증강의 시기를 맞게 됐으며, 아시아에서 일본과 대만에 이은 세 번째 항공기 생산국이 될 수 있었다.제공호의 원형이 된 F-5E/F의 초기모델인 미국 노스롭 사의 F-5A/B 전투기는 공산권의 미그 전투기들과 맞서 효과적인 전투를 벌이기 위해 초음속 비행능력을 갖추면서도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용을 목표로 개발됐다. F-5는 베트남 전쟁에서 실전에 투입돼 성공적인 전투기로 이름을 날리게 됐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많은 국가에서 운용과 면허생산이 이뤄진 바 있다.

글ㆍ사진=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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