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보병무기이야기

<141>영국 소음 권총 `웰로드'

입력 2010. 12. 27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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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발사 탄수로 가장 많은 인원 사살 기록


위는 7.65㎜의 웰로드 Mk.Ⅱ, 아래는 9㎜의 웰로드 Mk.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많은 인명을 앗아간 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겠지만, 발사된 탄환의 수에 비해 사살한 인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따지면 이 총을 능가할 총은 흔치 않을 것이다. 바로 영국이 개발한 소음 권총 ‘웰로드’가 그것이다.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특수작전조직인 SOE(Special Operation Executive)를 통해 유럽 대륙에서 독일군에 대한 대대적인 특수작전 및 게릴라전을 전개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작전에는 은밀작전을 위한 소음 총기가 필수적이었고, 그중에서도 휴대가 간편한 소음 권총에 대한 수요는 절대적이었다.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소음 총기가 개발·사용됐지만, 일반적으로 반자동식 권총에 소음기를 장착하는 방식에서는 아무리 소음기의 효과가 좋아 총성 그 자체가 줄어들어도 총기 작동에 의한 기계음까지 없앨 수는 없었다. 게다가 소음기를 장착한 총기는 설계가 잘못되거나 관리가 부실하면 작동불량을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실전에 종사하는 요원들은 반자동 기능 없이 수동 조작이라도 절대적으로 소음효과를 높인 새로운 소음 권총을 요구했다. 그 결과 1942년 하반기부터 개발을 시작해 43년에 완성, 실전에 투입된 것이 바로 웰로드(Welrod) 소음 권총이다.

 웰로드는 말 그대로 수동 장전식의 소음 권총이다. 기존의 권총을 개량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 개발한 이 총은 극단적으로 말해 총에 소음기를 장착한 것이 아니라 총열이 내장된 대형의 소음기에 수동 조작식의 노리쇠와 탄창을 장착한 총이라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었다.

8연발의 탄창이 있기는 하지만, 사격한 뒤 탄피 배출과 재장전은 손으로 노리쇠를 조작해 한 발씩 해야 하므로 발사속도는 매우 느렸다. 현실적으로 이 총으로 상대에게 쏠 수 있는 탄은 한 발 이상일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이 총이 사용되는 경우는 대부분이 ‘단 한 발’로 충분했다. 이 총은 적과의 교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은밀하게 접근해 사용하는 암살용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이 총은 거의 특수부대에서 보초 등을 제거하거나 덴마크나 프랑스 등의 레지스탕스가 독일 장교를 암살하는 데 사용됐는데,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레지스탕스 대원이 이 총을 감추고 술집에 들어가 목표인 독일 장교 옆에 앉아 그대로 머리에 단 한 발을 쏴 처치한 일도 있었다.

놀랍게도 한참 동안 주변의 그 누구도 이 사태를 눈치채지 못했고, 레지스탕스 대원은 유유히 그 자리를 빠져 나갔다.

 이런 식으로 사용되다 보니 웰로드는 실전에서 탄이 발사되면 첫발이 바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경우가 보통이었고, 그 덕분에 저격총과 함께 전쟁 중에 가장 적은 발사 탄수로 가장 많은 상대를 쓰러뜨린 총으로 기록된다.

 웰로드에는 7.65㎜의 Mk.II와 9㎜의 Mk.I의 두 가지 모델이 존재했는데, 이 두 모델은 높은 평가를 받고 합계 약 1만4000정이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특수부대도 적잖은 양을 사용했으며, 일부는 영국 특수부대에서 오랫동안 애용돼 일부는 무려 걸프전(1991년)까지 사용되기도 했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

알림:홍희범 씨의 ‘보병무기 이야기’가 이번 회로 끝나며 내년부터는 보병의 철모와 군화 등 다양한 복장과 장구류 등을 다루는 내용으로 전환, 새롭게 연재될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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