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보병무기이야기

<140>중국의 소음권총

입력 2010. 12. 20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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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첫 독자개발…특수부대서 주로 사용


 중국의 총기 개발은 전반적으로 독창적이기보다 해외 총기의 무단 복제가 압도적으로 많다. 독자적인 콘셉트로 개발한 총기들은 대체로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이런 중국도 독자적으로 개발해 일정한 수준의 평가를 받은 독특한 총기를 만든 바 있다. 바로 64식 소음권총이다. 대부분의 소음권총은 일반 권총에 소음기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중국은 1964년에 처음부터 소음권총을 개발했으니 이것이 바로 64식이다.

 64식은 일단 디자인부터 독특하다. 권총으로서는 부피 자체가 상당한 수준인데, 그 부피의 대부분을 소음기가 차지한다. 소음기는 짧은 총열 전체를 완전히 감싸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졌으며 총열에 장착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총의 몸통 일부를 차지하는 중요 구성품이다. 소음기의 구조 자체는 격벽과 금속제 망(網)으로 구성된, 그다지 특이하지는 않지만 사용 탄약의 크기나 위력에 비해 대형으로 만들어진 소음기의 효과는 상당한 수준이다.

 64식은 탄약 자체도 음속을 넘지 않는 중국 독자의 7.65㎜ 64식 권총탄을 사용한다(9연발 탄창에 장전). 서방 측의 .32ACP 탄약을 기초로 개발된 이 탄약은 소형 호신용 권총에 적합한 낮은 위력의 탄약이지만 가스 발생량이 적어 소음기를 통한 감음 효과를 높게 기대할 수 있고, 또 음속을 넘지 않기 때문에 초음속 탄약이 대기중을 비행할 때 생기는 파열음을 막을 수 있다. 유효사거리와 살상력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이런 종류의 총기는 대부분이 10m 이내에서 급소를 겨눠 사용되므로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64식의 소음권총으로서의 가장 주목할 특징은 수동 기능이다. 64식은 원래 반자동식이지만 소리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할 경우반자동 기능을 해제하고 수동으로 발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노리쇠가 움직이지 않으므로 작동에 의한 기계음마저 최소한으로 억제할 수 있다. 물론 사수는 노리쇠를 직접 손으로 탄피를 배출하고 재장전해야 해 발사속도는 크게 떨어지지만 최대의 은밀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상당한 도움이 되는 기능이기도 하다. 수동·반자동은 노리쇠에 설치된 스위치를 원하는 쪽으로 누르는 것으로 선택할 수 있다.

 64식 소음권총의 단점은 1.8㎏에 달하는 무게다. 특수화기라고는 해도 이 무게는 주무장이 될 수는 없는 권총으로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이 때문에 3년 뒤인 67년에는 경량화 모델인 67식 소음권총이 등장했다. 67식은 64식과 기본 구조나 사용탄·성능 등은 큰 차이가 없으나 소음기 부분에 대대적인 재설계가 가해지면서 무게가 1.05㎏으로 획기적으로 경량화됐다. 이처럼 경량화되면서 중국군 특수부대들도 자연스럽게 67식으로 대체하면서 빠르게 대부분의 64식이 도태되거나 2선급 장비로 돌려지게 됐다.

 64식과 67식은 중국군 특수부대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왔는데, 그중 일부는 베트남 전쟁 중에 북베트남군 특수부대에 지원돼 사용됐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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