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보병무기이야기

<139>소음(消音) 유탄발사기

입력 2010. 12. 13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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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노출없이 통신시설·미사일 등 파괴


AKS-74U에 장착된 BS-1 유탄발사기 시스템.
BS-1 유탄발사기 시스템의 핵심인 GSN-19 유탄발사기와 여기에 장전되는 공포탄 및 유탄.
 구소련은 총기나 유탄발사기의 설계 사상이 미국이나 서방 측과는 꽤 달랐다. 냉전 중 그들의 이런 모습은 외부에 잘 비쳐지지 않았지만, 냉전이 끝나고 구소련 시절의 총기 데이터·실물 모두와 쉽게 접하게 되면서 서방 측 연구자들은 이들의 예상외로 독창적이며 독특한 발상에 놀랐다. 그런 독특한 발상의 산물 중 하나가 바로 ‘소음 유탄발사기’다.

 유탄발사기는 원래 발사음이 구경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또 명중 시 폭발음이 크기 때문에 소음화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유탄발사기라도 발사음을 크게 줄여 발사 위치를 측정할 수 없다면 전술적으로 얻어지는 장점은 적지 않을 테고, 특히 이 과정에서 발사 화염이 거의 사라진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그 결과 도입된 구소련 특유의 개념이 바로 소음 유탄발사기였다.

 소련은 이미 1970년대에 특수부대용의 소음 유탄발사기를 운용하기 시작했으며, 70년대 후반에는 M203처럼 소총에 장착하는 방식의 유탄발사기까지 완성했다. 이것이 바로 전 세계적으로 사례가 드문 소음 유탄발사기, BS-1 ‘티쉬나’다.

 BS-1은 전용 30㎜ 유탄을 발사한다. 일반적인 유탄은 총탄처럼 추진장약이 든 탄피가 장착되거나 탄 자체에 추진장약이 장전돼 있다. 하지만 BS-1용의 30㎜ 유탄은 자체에 그 어떤 추진수단도 갖추고 있지 않으며 이것이 발사 소음이 최소화된 비결이다.

 BS-1용 유탄의 발사는 유탄과는 별도로 권총손잡이의 탄창에 10발이 장전되는 특수 공포탄에 의해 이뤄진다. 유탄을 포구로 장전한 뒤에는 후방의 노리쇠를 조작, 공포탄을 약실에 장전한다. 방아쇠를 당기면 공포탄이 격발되면서 화약의 폭발 가스가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 힘이 직접 유탄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약실 내에는 특수한 피스톤이 설치돼 있으며, 가스에 밀린 피스톤이 유탄을 앞으로 밀어내어 발사기 밖으로 튕겨내는 것이다. 피스톤이 완전히 전진하면 약실이 완전히 밀폐돼 발사 가스가 전혀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으므로 소음 효과가 달성되며, 거의 동시에 내부 가스압도 안전한 수준으로 떨어지므로 사수는 노리쇠를 조작, 공포탄의 탄피를 추출하고 새 공포탄을 장전해 재발사 준비를 마치면 된다.

 사용하는 유탄도 독특하다. 일반적인 유탄이 고폭탄과 2중 목적 고폭탄의 두 탄종을 갖는 반면, BS-1용의 유탄은 성형작약을 사용하는 일종의 철갑소이탄으로 분류된다. 이것은 이 유탄발사기의 목적이 일반적인 지역제압이나 적 진지 파괴 등과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BS-1은 특수부대가 적의 항공기나 통신시설·미사일 등을 최대한 노출되지 않고 파괴하는 것이 주 목적이며, 이 때문에 파편효과와 살상반경을 희생해도 명중 시에 표적의 내부를 파괴할 수 있는 것에 더 중점을 둔 듯하다.

 BS-1은 사거리 약 200m 정도로 길지 않고, 또 구경이 작으므로 40㎜의 러시아군 표준 유탄에 비해 위력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군 표준의 유탄발사기가 되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러시아군 특수부대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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