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보병무기이야기

<136>산 크리스토발 M2카빈

입력 2010. 11. 22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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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의 처음이자 마지막 국산화 총기


도미니카의 산 크리스토발 M2카빈. 미국의 카빈과 거의 같은 성능을 가졌다.
제3세계 국가들은 대개 총기 제작능력이 없지만, 어느 나라나 최소한 총 정도는 직접 만들고 싶은 욕심을 내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부족한 제작 능력 중 의외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총을 설계할 능력 그 자체다. 예상외로 많은 나라에서 총을 전혀 만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다른 것이 아닌, 그 나라에 총기 설계자가 없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중남미의 소국, 도미니카 공화국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도미니카는 1940년대에 최소한 독자적인 총기 생산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런 중에 자국에서 직접 양성된 총기 설계자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들에게는 외부로부터의 조력자가 있었다. 헝가리 출신의 총기 설계자인 팔 키랄리(Pal Kiraly)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헝가리군의 기관단총을 설계한 바 있는 그는 조국이 공산화되자 1948년에 국외 추방당했고, 그가 도달한 곳이 바로 도미니카였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도미니카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총기 국산화가 개시됐다.

 키랄리는 도미니카의 공업 수준이 미미한 것을 깨닫고 초보적인 기술로도 제작할 수 있는 간단한 구조의 총기를 만들기로 했다.

사용 탄약은 당시 미국이 원조해 도미니카에서도 많은 양이 쓰이던 M1카빈과 같은 .30카빈탄을 채택했는데, 이것은 탄약 조달의 용이성만이 아니라 설계의 단순함을 위해서도 유리한 조건이었다. .30카빈 탄약은 일반 소총탄에 비해 압력이 낮았으므로 키랄리가 고안한 단순한 레버 지연식의 반동 이용식 구조에도 문제없이 적용이 가능해 도미니카의 공업기술로도 양산이 가능했던 것이다. 게다가 권총탄을 쓰는 기관단총에 비하면 사거리와 위력 모두 유리한 것도 장점이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총이 바로 ‘산 크리스토발 M2카빈’이다. 구조는 다르지만 성능이나 제원이 미국의 카빈과 흡사한 이 총은 도미니카와 같은 후진국에서 만들어 군이나 경찰용으로 쓰기에 무리가 없었다.

또 완전자동이 가능한 데다 이때의 발사속도는 580발/분으로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훈련이 부족한 현지 군경 요원들도 비교적 빨리 익숙해질 수 있었다.

참고로 산 크리스토발이라는 이름은 이 총을 만든 조병창이 위치한 지역으로, 이 지역은 당시의 도미니카 독재자 트루히요의 고향이기도 했다.

 산 크리스토발 M2는 개량형인 M3와 함께 1950년부터 1966년 사이에 약 20만 정이라는, 작은 나라 치고는 많은 양이 만들어졌으며 공산화되기 이전의 쿠바에도 수출됐다(유명한 체 게바라가 이 총을 사용한 바 있다). 하지만 독재자 트루히요가 61년에 암살된 뒤 도미니카 정부는 무기 국산화에 흥미를 잃었고, 또 AK나 FN/FAL, G3, M16 등 시간이 가면서 속속 자국 및 주변국에 해외로부터 보다 우수한 총기들이 수입됨으로 인해 경쟁력도 떨어지면서 이 총의 생산은 중단됐다.

미국제 카빈 자체도 구식화되는 마당에 성능이 거의 같은 총이 경쟁력을 가질 턱이 없던 것이다. 그 뒤로도 도미니카군과 경찰만이 이 총을 2선급으로 사용했으나 1990년에는 이마저도 퇴역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만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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