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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신무기<146>HMS 인빈시블

입력 2009. 12. 21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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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임무 수행 능력 갖춘 전함



 최근 자주 등장하는 시사용어 중 ‘인생역전’이란 단어가 있다. 보통은 열악한 환경과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 계발을 통해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지칭하는, 긍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다. 최근에는 계층 간 격차가 커지고 사회적 경쟁이 심화되면서 많은 현대인이 ‘인생역전’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변의 진리는 ‘인생역전’이란 준비된 사람에게만 허락된 행운이란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군사 분야에도 TV드라마 혹은 영화의 소재로 사용해도 될 만큼 흥미로운 사연을 갖고 있는 ‘인생역전’의 무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영국 해군의 경항모 HMS 인빈시블(Invincible·사진)은 당시 기준으로 볼 때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군함이었다. 그러나 호주 해군에 매각될 뻔했던 HMS 인빈시블은 포클랜드 전쟁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직접 입증해 보였고 198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의 해군이 경항모를 도입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

 사실 1966년 항모 운용 중지라는 정치적 결정이 내려지면서 영국 해군이 다시 항공모함을 보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항모 보유의 중요성을 이미 전쟁을 통해 경험한 영국 해군은 1967년 헬기 탑재 순양함, 완곡한 표현으로 ‘통갑판 순양함’(through deck cruisers)의 건조를 계획했다. 정치적 압박과 예산 삭감이란 칼날을 피하기 위해 항모라는 용어는 아예 처음부터 모든 문서에서 배제됐으며 이러한 이유로 최초 계획에서는 ‘지휘순양함’으로,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직후에도 ‘지원항모’라고 불렸다.

 완성된 HMS 인빈시블은 경하 배수량 1만6970톤에 만재 배수량은 2만930톤, 전장 209.1m, 폭 36m에 흘수는 8.8m로 비록 그 크기는 이전의 정규 항모에 비해 턱없이 작았다. 대신 HMS 인빈시블은 제한적인 함대 방공임무에서 대함전, 대잠전, 상륙작전, 탐색 및 구조작전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MS 인빈시블을 바라보는 영국 정부와 공군의 시선은 냉담했고 결국 1982년 2월 25일 1억7500파운드에 호주 매각이 결정됐다. 만약 1982년 4월 2일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제도를 침공하지 않았다면 HMS 인빈시블은 호주 해군에 인도돼 평범한 군함으로 운용되다 그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제도 침공으로 인해 모든 상황이 역전됐다.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포클랜드 전쟁을 통해 그 가치를 입증한 HMS 인빈시블은 이후 영국 해군의 새로운 기함으로 활약했다. 영국 해군은 1번함 인빈시블 이후 1982년 2번함 HMS 일러스트리어스(Illustrious), 1985년 3번함 HMS 아크 로열(Ark Royal)을 각각 실전배치 했다. 그리고 HMS 인빈시블의 성공은 이후 비슷한 급의 경항모를 세계 각국이 앞 다퉈 도입하는 대유행을 불러일으켰다. 근대 영국 해군의 새로운 부흥을 알렸던 HMS 인빈시블은 ‘인생역전’이 무엇인지를 잘 설명하는 무기다.

 <계동혁 전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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