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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공짜 냉장고와 지구온난화 마케팅

입력 2008. 11. 06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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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보게, 내가 대동강 변에 나가 희한한 광경을 보았다네. 글쎄, 강물을 길어 가면서 사람들이 돈을 한 닢씩 내는거야. 원 세상에! 강물을 팔아 돈을 벌다니! 이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아닌가?”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이야기에 나오는 대사다. 흘러가는 강물을 팔아먹는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돈 많은 서울 상인들을 골탕 먹이는 그의 기지가 오히려 즐겁다.

    봉이 김선달은 사기성은 있지만 아이디어가 통통 튀는 마케팅의 대가였음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마케팅에서는 아이디어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소문난 백색가전 업체인 보시 지멘스의 공짜 냉장고 마케팅은 봉이 김선달의 아이디어를 뛰어넘는다. 이 회사는 지구온난화와 탄소 배출권에 주목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는 예상보다 더워지고 있으며, 더워질수록 사람들은 에어컨이나 냉장고 등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이로 인해 전력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지구온난화는 더 많은 전력 생산을 요구하고 더 많은 화석연료를 태우도록 만든다. 그런데 교토의정서에 의해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줄여 나가야만 한다.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탄소 배출량에 대해 엄격한 유럽 국가와 기업들은 해결 방안의 하나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ETS: Emission Trading System)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유럽연합(EU)이 탄소 배출 거래시장을 운영하면서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39개국 기업은 직접 줄인 온실가스는 물론, 개발도상국의 CDM(청정개발체제)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도 실적에 포함해 거래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보시 지멘스 회사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공짜 냉장고 마케팅을 구상해 냈다. 브라질 전력회사와 제휴해 절전형 냉장고를 브라질 빈민들에게 공짜로 나눠 주기 시작한 것이다.

    절전이 잘 되는 최신 냉장고를 가난한 빈민에게 주고 그들이 사용하는 저효율 냉장고를 수거했다. 그리고 절전 냉장고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전력 감축분을 탄소 배출권으로 확보했다. 이렇게 확보한 탄소배출권은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에 비싸게 팔았다.

    “냉장고 많이 만들어서 좋아,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니 좋아, 기업 이미지도 개선되는 데다 돈까지 버니 그야말로 일석 사조의 행운이지요.”앞으로 가장 유망한 블루칩이 될 그린 비즈니스 모델에 필요한 것은 바로 이처럼 기발한 아이디어인 것이다.

    <반기성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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